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비바100] “우매한 게임법, 성장산업 놓치고 있다”…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

[브릿지 초대석]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
"글로벌 노리는 K-게임, '스토리' 장착한 IP 발굴해야"

입력 2024-08-20 06:47
신문게재 2024-08-20 12면

[브릿지초대석]이재홍한국게임정책학회장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은 국내 게임산업이 글로벌 주도권을 장악하도록 실효성 있는 지원과 진흥정책을 내놓고 실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이철준 기자)


“고도의 문화와 예술, 기술 등이 총체적으로 융합된 게임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콘텐츠의 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장차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동력원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의 확신에 찬 게임산업론이다.



우리나라 게임산업은 타 산업에 비해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행한 ‘2023년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22조 2149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89억 8175만 달러(한화 약 12조 2242억원)를 수출한 효자산업이다.

하지만,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크게 엇갈린다. 성장 산업과 규제 대상이란 두가지 시선이다. 이 학회장은 △문화콘텐츠에 대한 인식이 매우 보수적인 사회 △아케이드 사행성 문제를 낳은 ‘바다이야기’ 사태 △학습욕 강한 학부모들의 부정적 인식 등이 결합되면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우리 게임산업은 정부의 규제와 개입이 매우 강한 산업이 됐다. 특히, 청소년을 보호하고 불법게임으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폭력성과 선정성, 사행성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정치권 역시 학부모의 표를 인식해 ‘셧다운제’라는 우매한 법을 만들 정도로 게임산업에 많은 제약을 가해 왔다. 이런 정책들이 국내 게임개발사의 창의성을 저해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뒷걸음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정부부처의 정책에도 아쉬움을 많다. 지난 2년간 윤석열 정부는 게임산업을 진흥하겠다며 여러 정책을 내놨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다.

이 학회장은 “정책 자체가 업계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지다 보니 실효성과 진정성 면에서 의구심을 갖는 시선이 많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면서 “K-컬처의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국내 게임산업이 글로벌 주도권을 장악하도록 실효성 있는 지원과 진흥정책을 내놓고 실현시켜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제3대 게임위원장을 역임한 이 학회장은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에 대한 국내 게이머들의 불신에 대해서 “안타깝다”고 한 마디로 표현했다. 4차 산업의 확산으로 인해 문화적 생태가 급변해 가는 상황 속에서 문화에 대한 보수적 인식이 강한 대한민국의 사회적 분위기에 MZ세대의 반발로 표현됐다는 시각이다.

이 학회장은 “변화에 유연하고 새롭고 이색적인 것을 추구하는 MZ세대는 시대에 뒤떨어진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을 집행하는 게임위를 향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바다이야기 사태 후 청소년 보호와 불법게임을 대응하고자 마련한 게임법은 근 20년간 일부 개정이 있었을 뿐이다”면서 “우리나라가 글로벌 리더가 되려면 등급분류부터 사후심의에 이르기까지 우리 게임법이 전 세계적으로 모범이 되고 MZ세대가 추구하는 역동성에 편승하도록 변화된 글로벌 문화에 대응하도록 전부 개정을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브릿지초대석]이재홍한국게임정책학회장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이 서울 동작구 숭실대학교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철준 기자)

 

국내 게임업계 역시 국산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학회장은 새로운 모험보다 안정된 비즈니스 모델(BM)을 추구하며 십수년을 안주해 온 게임업계의 자업자득이라고 평가했다.

이 학회장은 “게임업계는 게임이라는 상품을 내놓는 판매업자이고 게이머는 상품을 구매하고 이용하는 소비자다. 게이머들이 게임업계로부터 마음이 뜨면 업계는 수익 창출이 불가능하다”며 “국내 게임업계는 소위 ‘리니지 라이크’라 불리는 한국형 MMORPG에 매몰되어 확률형 아이템으로 돈벌이를 해 왔다. 서사적인 완성도가 높고 개발 시기도 길어 높은 초기 개발 비용이 드는 고사양의 콘솔 게임 개발에는 아예 접근도 하지 않던 허깨비 같은 게임 강국이었다. PC 게임이 대세를 이룰 때만 해도 제작에 진지하던 개발사들마저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게임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게임에 집중하면서 이러한 상황이 두드러졌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근 위기감을 느낀 게임업계가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 이 학회장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마음이 떠난 국내 게이머들을 다시 끌어들이려면 지금까지 지녀왔던 개발 시스템의 리셋이 필요한 시점이었는데 다행히 늦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학회장은 “지난해 출시돼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P의 거짓’, ‘데이브 더 다이버’ 등과 같은 게임에서는 참신하면서 라이트한 게임성, 장르의 다양성, 확률형 아이템에 치중되지 않은 소액결제 등이 공통분모로 나타난다”며 “이러한 업계의 노력은 장르 편중 현상과 과도한 과금으로부터 염증을 느끼며 국산 게임에서 탈출한 이용자들의 마음을 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학회장은 제대로 된 ‘스토리’가 들어간 게임을 계속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는 스토리가 있어야 게임의 수명이 길어지고 업계 전반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이 학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라는 정의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현재 80억에 달하는 인류는 놀이 없이 살 수 없는 종족이다. 이들은 게임산업의 잠재적인 소비자라고 볼 수 있다. 노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므로 이들이 게임으로 욕구를 충족하도록 게임업계는 감성을 자극할만한 스토리를 갖춘 IP를 발굴해야 한다”며 “게임업계는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글로벌 이용자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스토리가 장착된 IP 생산에 힘을 쏟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브릿지초대석]이재홍한국게임정책학회장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이 서울 동작구 숭실대학교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철준 기자)

 

◇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은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은 1959년 출생으로 숭실대학교(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숭실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석사 후, 일본 동경대 대학원에서 종합문화연구과 석사 및 박사수료했으며, 귀국 후에 숭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게임스토리텔링’으로 문학박사를 취득했다.

게임물관리위원회 3대 위원장,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조정위원, 한국콘텐츠진흥원 비상임이사, 경기콘텐츠진흥원 비상임이사, 한국게임학회 7·8대 회장 역임, 문체부 규제개혁위원회 및 적극행정위원회 민간위원, 한국게임정책학회 초대, 2대 학회장을 수행 중인 대표적 게임전문가다.

숭실대학교에서 글로벌미래교육원 원장, 평생교육센터 센터장, 콘텐츠정책연구소 소장을 역임, 현재 숭실대학교 예술창작학부 문예창작전공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담=송남석 산업IT부 국장 songnim@viva100.com
정리=박준영 기자 pjy60@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