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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칼럼] 선물 경제의 역설

입력 2024-10-09 13:40
신문게재 2024-10-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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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길청 국제투자분석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국내 개인 미디어 콘텐츠 제작자들이 연간 수 백억 원을 번다고 한다.



미디어의 가상 상징물을 독자들이 사서 콘텐츠를 만든 이에게 후원하면, 회사가 얼마를 떼고 개인 제작자에게 주는 돈이 그렇단다. 그 소식에 상위 랭커들의 콘텐츠를 들여다보았다. 상식을 넘는 일탈과 파탄의 소재가 적지 않았다. 개인에게 넘겨준 정보물 제작 편의가 불러오는 역사적·사회적·인간적 해악이 상업적 기획자와 만나 이제는 요원의 불길처럼 보인다.

마르셀 모스가 1920년대에 펼친 ‘선물경제(gift economy)’를 소환해 보면, ‘정보자본주의’ 시대가 열린 지금이 그 전형인지도 모르겠다. 선물은 비등가의 속성을 지녀, 경우에 따라선 신성한 경제의 반열에서 볼 수도 있다.

찰스 아이젠스테인은 고유성과 관계성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선물경제의 시현을 ‘신성한 경제’라고 했다.

그런데 요즘 선물경제 같은 온라인 현장들은 시작부터 사회적 병리현상을 내포한다. 구독자들의 선한 후원 규모가 점점 커지자 아예 그것으로 사업을 삼으려는 일부 콘텐츠 생산자들이 점점 상업적 탐욕을 내보이며 선량한 팬덤 위에서 불량한 암약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천재적인 주제도 아니고, 신출귀몰한 행위적 놀람이나 창조적인 재능의 경이로움도 아니다.

상당 수는 더 천박하고, 함부로 행동하고, 자기 비하 내지는 타인 인격 모멸, 심지어 집단적 탈 문명의 인격적 막장까지 주 무대로 한다. 혐오와 충격을 표현 주제로 삼아 반 사회적·반 인문적이다. 신기하고 놀라운 일을 메뉴 삼아 매일 온라인에서 관종 세력과 ‘관종 헌금’을 만들어가려는 시도 자체가 고등한 우리의 문명 의식을 얕잡아 보는 언어도단이다.

같은 문제를 투자시장에서도 본다. 연일 온라인을 달구는 투자정보 콘텐츠는 거의가 투자자의 막무가내 행동을 이끌려 출처 불명의 자료를 들고 매일 목청을 돋운다.

“지금 안 사면 평생 후회한다”는 소리를 눈 하나 까딱 않고 내뱉는다. 아직 누구도 그 가치의 본령을 알지 못하고 가치평가의 이론적 기반은 더욱 오리무중인 가상자산도 ‘갈 길 먼 실험실 속의 애호자산’ 격이다.

미국 자산운용사인 아크 인베스트먼트의 창업자 캐서린 우드도 명색이 기본적 분석의 오랜 경험자임에도 함부로 특정 가상자산의 미래 가격을 예언한다. 큰 운용사의 이코노미스트 등을 거쳐 침착하고 논증적인 펀더멘탈 분석기조의 투자전문가였으나, 사회관계망을 통해 아류의 인기를 얻으면서 충동질과 막말로 투자정보시장의 나변을 들락거린다.

사이다 같은 말과 기이한 언행으로, 남의 삶을 깨부수는 파괴적 범죄로 돈을 구하고자 하는 ‘선물경제’의 실험적 성공을 기대하는 정보망 콘텐츠업자들은 이쯤에서 멈추었으면 좋겠다. 익명의 사람들 속에서 만들어진 갑작스런 ‘나만의 성공시대’는 항상 ‘순간’이다. 나중에는 자기 후회와 긴 참회만 찾아온다.

국내외 정치인들도 ‘관종 정치’를 멈춰야 한다. 트럼프는 지금 그런 대가를 선거 전에서 힘겹게 치르고 있다. 비슷한 대중 언행을 가진 일론 머스크가 그의 곁을 지키는 모습은, 당락을 떠나 그들에게 언젠가는 비싼 수업료의 시간일지도 모른다. ‘쎈 자’는 없다. 그저 ‘쎈 척 하는 자’다.

 

엄길청 국제투자분석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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