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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 바꾸는 테크놀로지… '제6의 감각'을 만들다

입력 2015-04-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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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때로 우리가 보고 느끼는 것이 세상의 모든 것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 외에 또 다른 삶의 순간이 있다. 바로 ‘움벨트(umwelt)’다. 인간의 움벨트를 넓히기 위해 과학자들은 오늘도 고군분투한다. 

 

새로운 감각을 발달시켜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웨어러블 기기 같은 테크놀로지의 발달이 과학자들의 짐을 덜어줄 수 있을까. 

 

이번 주에는 제6의 감각을 주제로 생각의 1도를 바꿔보려 한다. 

 

 

강연자 소개 

 

데이빗 이글맨
뇌과학자 데이빗 이글맨 (출처 : 플리커닷컴)

이름 : 데이빗 이글맨(David Eagleman)


국적 : 미국



직업 : 신경과학자/작가

특징 :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베스트셀러 작가로 오는 10월 PBS TV 시리즈물 ‘브레인(The Brain)’의 진행을 맡을 예정임

 

 

 


◇ 우리가 사는 세상, 움벨트 


전자기방사선

전자기 방사선 중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범위는 고작 일부에 불과하다. (출처 : 유튜브 캡처)

 

개와 고양이의 후각 능력은 인간보다 뛰어나다. 사람이 맡을 수 없는 수만 가지의 냄새를 구별할 수 있다고 알려진다. 돌고래는 우리가 듣지 못하는 높은 음역대의 소리로 소통한다. 

 

우리가 개의 후각 능력을, 돌고래의 음역대를 감히 따라하지 못하는 이유는 인간만의 움벨트(umwelt)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움벨트는 본래 독일어로 ‘환경’이라는 뜻이다. 한 논문에 인용되면서 ‘소통’ 또는 ‘자기 중심적 세상’이라는 의미로 넓어졌다. 각 동물이 경험하는 특별한 환경을 나타낼 때도 움벨트라는 단어를 쓴다. 모든 동물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경험은 제외된다. 

 

개미가 밟고 있는 흙의 촉감을 나비는 알지 못한다. 나비가 느끼는 날갯짓의 황홀함을 뱀은 알지 못한다. 개미는 개미만의, 나비는 나비만의, 뱀은 뱀만의 움벨트가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자연 속에 어울려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움벨트는 서로 겹치지 않는다. 각자의 자리에서 모든 생명의 움벨트가 치열하게 세상을 움직일 뿐이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인간도 움벨트 속에 산다. 

 

모든 색을 구별할 수 있는 듯 하지만 볼 수 있는 빛에는 한계(가시광선)가 있다. 곁눈질로 한껏 노력해봐야 180도에 가까운 시야를 확보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움벨트를 넓히기 위한 노력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불의의 사고로 눈과 귀를 잃어 신체적인 한계가 더해진 사람들을 위한 연구가 적지 않다.

 

소리 신호를 디지털화해서 내이에 직접 전달하는 헤드셋이나 시신경에 직접 신호를 보낼 수 있도록 시각적 신호를 디지털화하는 카메라가 나온 이유다. 

 

인공 귀와 같이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기관을 만들려면 생물학과 기술을 접목하는 방식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기술력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 최첨단 기술이 판도 바꿀까

 

이글맨 박사도 움벨트를 주목했다. 우선 우리 몸의 사령탑인 ‘뇌’에서 답을 찾고자 했다. 

 

뇌는 실기간으로 들어오는 외부 신호 안에서 정보를 추출하는 데 능하기 때문이다. 시각 정보나 청각 정보도 마찬가지다.

 

다만 정보의 출처를 자세히 모른다는 것이 뇌의 유일한 단점으로 여겨졌다. 대체 센서를 통해 뇌의 역할을 실험해보기로 한 것도 그 때문이다. 

 

보통의 수준을 뛰어 넘는 센서를 이용해서 뇌에 신호를 주면, 뇌는 어디에서 들어오는 정보인지 헷갈려하면서 본래 하던 대로 정보를 이해할 것이라는 이론에서 출발했다.

강연에 따르면 박사는 1969년 유력 학술지 네이처 지에 실린 논문을 참고하기로 했다. 

 

시각 장애인 머리에 특수 카메라를 부착한 뒤 등쪽에 전기 신호를 줬더니 앞에 있던 컵을 인식했다는 내용이었다.

 

이글맨 박사는 선천적인 청각 장애를 앓고 있는 청년 조나단에게 특수 조끼를 입게 했다.

 

컴퓨터를 이용해 소리를 진동으로 바꿔주면 조끼에 붙어 있는 모터가 인체에 진동을 주는 조끼다. 하루 두 시간씩 4일 동안 조끼를 입었던 조나단은 5일째 되던 날 조끼의 진동을 통해 자기가 이해한 단어를 칠판에 쓸 수 있었다.

 

3개월이 지나자 좀 더 능숙해졌다. 뇌가 복잡한 패턴을 이해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다. 청각 장애인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현재 인공 귀 이식뿐이다. 하지만 조끼가 상용화되면 비용을 40배나 아낄 수 있다는 것이 이글맨 박사의 주장이다. 

 

진동을 나타내는 모니터
조끼에 보내는 신호와 관련된 모니터 화면(AFP=연합)

 

조나단이 입었던 특수 조끼는 웨어러블 기기 중 하나로 꼽힌다. 때문에 그저 흔한 첨단 기술 중 하나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의 움벨트를 넓힐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도 있다. 

 

움벨트가 넓어진다는 것은 경험할 수 있는 세상이 넓어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수년 뒤에는 이런 기기들을 통해 장애를 극복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별한 장애가 없어도 우리 몸 속 세균이나 혈당까지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가시광선을 넘어 적외선과 자외선까지 두 눈으로 확인해볼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어쩌면 첨단 기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우리 삶을 편리하게 해줄지도 모를 일이다.   

문은주 기자 joo0714@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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