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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연기하고, 함께 연주하고… 로봇, 예술을 넘보다

입력 2015-06-01 09:24

바야흐로 로봇의 시대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등장하던 로봇은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전시관 유리 너머로 바라볼 수밖에 없던 로봇은 이제 호텔에서, 은행에서, 마트에서 우리를 맞아준다. 로봇은 과연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으로 삶의 편의를 높이는 데서 멈추지 않고 감정까지 담으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다섯 번째 강연은 로봇의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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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이미지 (캡처 : 유튜브 영상)

 


◇ 감성 가진 로봇들의 세상이 온다?



로봇을 구성하는 3대 요소라면 보통 몸체, 프로그램, 센서 장치를 떠올린다. 고철 덩어리에 불과했던 로봇의 소재는 이제 가벼운 플라스틱과 실리콘 등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외형은 더 부드러워지고 내부(센서)는 더 세밀해져 진짜 ‘외유내강’형 로봇 시대가 온 것이다. 일본에서는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서 간병 로봇이 등장했다고 한다.

환자의 상태를 시시각각 체크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물론 기꺼이 몸이 불편한 노인들의 말 상대도 돼준다. 인공지능을 넘어 인간과 직접 소통을 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뜻이다.

 

가이 호프만
가이 호프만 (출처 : guyhoffman.com)

사람이 다른 사람과 소통하듯이 로봇도 사람과 소통할 수 있을까. 가이 호프만은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휴먼 로봇 인터랙션’을 연구하기로 했다. 촉망받는 이스라엘의 소프트웨어 기술자였던 청년은 어느 날 갑자기 애니메이션을 공부하러 뉴욕으로 간다. 픽사(Pixar)의 ‘러소 주니어’를 접한 직후다. 


“전등 같은 사소한 것에도 감정을 실을 수 있다는 데 놀랐다”는 호프만은 애니메이션과 함께 연기를 배웠다. 연기의 메커니즘을 공부한 뒤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적합한 동작을 적용하기 위해서였다. 연기 수업은 이후 로봇 연구에 밑바탕이 됐다. 연구 초기, 로봇의 인공지능을 실험할 때 사람의 동작이 다양해질수록 로봇의 다양한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호프만은 1세대 로봇과 인간과의 관계를 ‘체스 게임’으로 표현한다. 인간이 무언가를 하면 로봇은 인간이 한 모든 행동을 분석한다. 그리고 그 다음 어떤 행동을 할지 결정한 다음 실행한다. 그동안 인간은 차례를 기다린다. 1차적인 ‘정보 분석’ 작업을 통해 단순한 소통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소극적인 사고만이 가능했던 이러한 1차원적 존재에서 벗어나, 한 단계 더 발전하는 로봇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는 게 호프만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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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이미지 (캡처 : 유튜브 영상)

 


◇ 음악가와 로봇은 닮았다

인공지능을 넘어 로봇과의 연주가 가능해지는 시대가 오면 어떨까. 음악에도 관심이 많았던 호프만은 로봇 연구가 길어지면서 급기야 ‘로봇 음악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팀워크와 시간 조절, 즉흥성 등이 필수 요소인 음악 분야에서도 로봇이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흥미가 생겼던 것이다.

 

마림바를 연주하는 로봇은 그렇게 만들어졌고 이어 인간과의 즉흥 연주가 이뤄졌다. 마림바 로봇은 인간이 연주하면 연주 내용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자신의 파트를 연주했다. ‘체스 선수’에서 한 단계 발전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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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이미지 (캡처 : 유튜브 영상)

 

이런 과정이 로봇과의 인공지능에 잘 어울린다는 결론을 내린 뒤 호프만은 연극 공연의 팀워크 연구에서 활용했던 방법을 적용하면 로봇의 즉흥 연주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로봇은 따로 프로그램을 설정하지 않아도 인간 연주자의 음악을 듣고 계속 몸을 움직이다가 즉흥 연주를 한다. 인간 연주자는 로봇의 연주에 화답해 연주하면서 자연스런 상호작용이 이뤄진다. 


로봇이 보여주는 연주는 실제 연주자의 연주에서 따와 프로그램한 것이지만 로봇에게 어떤 감각을 심어준다. 로봇들은 스스로 움직이면서 몸으로 소통(음악과의 소통)하고 무대에 함께 올라온 연주자와 소통(사람과의 소통)한다. 랩퍼들과의 상호작용을 실험할 때나, 스마트폰을 연결할 수 있는 스피커 로봇도 마찬가지다.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라는 만화영화가 있었다. 서기 2020년, 인구 증가로 자원이 고갈되고 환경오염이 심해져 제2의 지구를 찾아 우주를 모험한다는 이야기다. 당시 만화 속에서 주인공들을 보좌하는 로봇들은 하나같이 괴이한 외형을 하고 있어 호불호가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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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이미지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2020년이 불과 5년 남은 지금, 환경오염이 심해진 것은 맞으나 세계적으로 인구는 줄고 있으니 만화의 상상력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로봇들의 모습은 한없이 귀여워져 이제 불호는 거의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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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같은 특별한 공간에서만 활약할 줄 알았던 로봇들이 어느 순간 일상 속에 스며들면서, 좀 더 유연하고 매력 있는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제 소극적으로 움직이던 체스 선수보다는 무대 위 배우나 음악가들 같은 모습을 한 로봇을 기대해도 되는 시대가 코앞에 와 있는 셈이다.

궁극의 예술이라는 음악 분야까지 넘보는 로봇이 태어나는 시대, 로봇의 진화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울 것 같다.

 

 

문은주 기자 joo0714@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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