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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해지펀드, 삼성물산 합병 제동 속내는 “시세차익 가능성”

입력 2015-06-0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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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 이혜미 기자 = 삼성물산 지분 확대와 함께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반기를 들고 있는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속내에 대한 궁굼증이 증폭되고 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번 합병이 불공정하다는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표명과는 달리 경영권 분쟁 이슈를 부각 시킨 후 시세 차익을 노리려는 움직임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3대 주주(7.12%)로 올라서면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합병을 무산시키려는 시도는 아닐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엘리엇은 소액 주주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문제를 제기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투자 기법을 자주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3년에는 미국 P&G가 독일 웰라를 인수하면서 제시한 주가가 부당하다고 저지에 나섰고, 수년간의 법적 분쟁을 거쳐 주가를 올리는 데 성공했다. 작년에는 아르헨티나 채무 불이행 사태를 일으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국내 역시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 개입해 시세차익을 챙기고 떠난 외국계 펀드들의 공격을 받은 사례들이 있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소버린과 SK간 분쟁이 있다. 지난 2003년 외국계 운용사 소버린자산운용은 SK㈜ 주식을 매입해 2대 주주에 오른 뒤 SK그룹에 대해 경영권 공격을 벌였다.

소버린은 SK의 경영권을 차지하진 못했지만 1조원에 육박하는 차익을 챙겼다.

또 영국계 헤르메스 펀드는 2004년 삼성물산 주식 5%를 사들여 경영 분쟁을 일으켰다. 이후 헤르메스 펀드는 시장을 떠났지만 300억원대 차익을 올렸다. 2006년에도 칼 아이칸이 다른 펀드와 함께 KT&G 주식을 매집하며 경영 개입을 시도하다가 1000억원대 차익을 올리고 국내시장을 떠났다.

증권가에서도 엘리엇의 반대가 합병 무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한다. 

 

엘리엇 매니지먼트를 비롯한 세력이 합병 반대에 필요한 지분을 모을 가능성도 희박하고, 합병 계획 좌초시 주가 측면에서 반대한 주주들이 볼 수 있는 이익이 뚜렷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엘리엇의 진의는 알 수 없지만 이번 합병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히려 엘리엇의 지분 공시 이후 삼성물산 주가가 상승세를 타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채상욱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엘리엇의 지분 확보 취지는 시세차익을 노렸을 가능성이 크다. 엘리엇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것”이라며 “만약 엘리엇이 본질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면 주가가 오른 상태에서 팔고 떠날테고, 주식매수청구가격과 더 멀어지면서 합병은 더욱 쉬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일모직 삼성물산 합병결의
삼성그룹 계열사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한 지난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물산 본사 앞으로 직원들이 지나고 있다.(연합)

 


이번 엘리엇의 경영 참여 선언으로 이날 삼성물산을 비롯한 삼성 계열사의 주가는 급등 양상을 보였다. 삼성물산은 엘리엇의 지분 보유 사실이 공시된 이후 장 내내 급등세를 유지하다 10.32% 상승한 6만9500원에 마감했다. 업계는 앞으로도 삼성물산 주가가 추가로 상승할 수 있어 엘리엇의 수익이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능성은 적지만 엘리엇측이 외국계와 연대를 할 경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질 수도 있다. 외국인 주주들이 삼성물산의 주식가치가 너무 저평가돼 손실 위험에 처했다며 세력을 규합해 공격하면 사태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 지분 7.12%는 1대 주주로 9.79%를 보유한 국민연금, 최대주주이자 2대 주주인 삼성SDI가 7.39%와 얼마 차이가 안난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등 삼성 보유 지분은 13.99%에 그쳤지만 외국인 보유 지분은 전날 기준 32.11%로 배를 웃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종전부터 5%에 가까운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가 최근 지분을 늘린 것으로 확인됐으며 엘리엇측이 공시한 삼성물산 지분보유 보고서에 대해 정정공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지난 3일 삼성물산 지분 7.12%(1천112만5천927주)를 주당 6만3천500원에 장내 매수했다고 공시해 지분 7.12%를 모두 전날 장내매수한 것처럼 보고했으나 실제로는 종전부터 삼성물산 지분 4.95%를 보유하고 있었고, 지난 3일 2.17%를 추가 확보한 것이라는 게 금감원의 정정공시 요청 사유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유 지분이 5%를 넘어가고 5일 이내에 보고를 하면 된다”며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시간 여유를 두고 보고한 만큼 공시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오해 소지가 있는 만큼 정확히 공시하도록 정정 요청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혜미 기자 hm7184@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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