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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투자하라" vs 주민들 "안된다"… '님비'에 발목 잡힌 국가 기간산업

입력 2015-06-11 18:03

 

님비대형프로젝트-02

 

 

브릿지경제 이혜미 기자 = 정부와 반기업 단체들이 대기업에 일자리 창출형 투자를 크게 확대하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님비 현상’으로 투자에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들어 석유화학, 원자력 등 국가 기간산업 시설 건설 계획이 “혐오시설이 들어오면 안 된다”는 주민들의 반대로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유보금만 쌓아놓고 투자하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기업으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다.



석유화학의 경우 국제유가가 회복세를 타면서 지난해 실적 부진의 주범이었던 ‘유가’는 해결됐지만 환경규제 강화·님비현상 확산에 따라 정제시설이나 각종 석유화학시설 등이 대표적 혐오시설로 낙인찍히면서 투자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다. 원전 건설도 국가 전력수급이나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따라 건설이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착공조차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굵직굵직한 석유화학 시설이나 원전 건설 등이 최근 잇따라 올스톱 상황에 빠지면서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적기에 투자가 이뤄지지못해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라는 우려가 높다.

최근 울산 울주군 5개 지역 주민 대표로 구성된 남울주원로회는 8조원 규모의 신규 증설사업을 추진하는 에쓰오일에 본사를 울산으로 이전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막상 공사를 시작하자 신축공사장과 인접한 울주군 온산읍 학남리에서는 주민대표 10여명이 소음, 분진 등을 이유로 신축공사 반대에 나섰다.

또 금호석유화학은 현재 전남 여수 율촌 1산단 내 폐타이어 고형연료 가공공장 설립으로 지역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2014년 초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과 여수시와 협약을 체결하고 광양만 율촌산업단지에 약 1000억원을 투자해 바이오매스, TDF(폐타이어 고형 연료) 등 신재생에너지 연료 가공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환경오염, 지역발전기금 출연, 지역 주민 고용 약속 등의 문제로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공장과 관련된 공사는 시작하지 않았다. 주민들과 대화를 계속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SK인천석유화학은 화재발생, 나프타 누출 등의 지적을 받고 있는 PX공장 운영으로 수년간 인천 지역 주민들과 갈등을 겪어 왔다.

최근 인천시의회 주민피해대책 특별위원회가 8개월간의 특위 활동을 종료하며 갈등을 줄이기 위한 조례를 만들긴 했지만 지역사회의 우려는 여전하다.

인천연대 한 관계자는 “기업이 주민 피해가 우려되는 사항 등 정보공개와 관련해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SK측이 독단적으로 일을 추진해 불신이 쌓여있다”면서 “쌓여있는 불신을 해결하기 위한 대기업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원전건설의 경우 주민들의 이해부족과 일본 방사능 유출 사태 등 악재로 인해 님비현상이 더욱 심각하다. 정부가 오는 2029년까지 강원도 삼척 또는 경북 영덕에 원자력발전소 2기를 신설키로 했으나 삼척 영덕 등 원전이 들어설 곳의 지방자치단체와 벌써부터 갈등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척과 영덕 두 곳 모두 문제다.

원전 유치에 주민 의견이 무시됐다며 일부 시민·종교단체들이 나서 찬반 주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움직임이다. 최근 군의회의 여론조사에서는 주민 59%가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대표 화학업체 중 한 곳인 A사 관계자는 “시설을 건설하면서 주민들과 갈등이 안 일어날 수 없다. 이를 잘 해결하는 노력조차 기업입장에서는 예민한 상황”이라며 “공장에 나오는 수증기를 이상한 물질로 오해하는 에피소드부터 정상적인 범주 내 상식적으로 행동하지 못하시는 주민들도 많다”고 말했다.

같은 업계 B사의 또 다른 관계자는 “화학물질등록법에 따라 우리만의 노하우가 있는, 취급하는 모든 물질들은 다 공개해야 하는 부분도 있고 환경규제도 심해지고 있다”면서 “성장을 하려면 공장은 당연히 생겨야 하는데 너무 많은 환경 규제들로 진입장벽이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혜미 기자 hm7184@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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