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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지금… "악마는 '자라(ZARA)'를 입는다"

입력 2015-06-16 16:17

HONG KONG-US-CLOTHING-PEOPLE-MADONNA-OPENING
(AFP=연합)

 

브릿지경제 김효진 기자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를 시작으로, 샤넬, 마르니, 베르사체 등 내로라하는 명품 브랜드들이 줄이어 등장한다. 런웨이를 방불케 하는 배우들의 스타일링과 상류층의 화려한 삶의 모습은 보는 이의 시선을 단숨에 빼앗는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 입는다’ 속 배경이다.

 

명품에 현혹되는 신비스러운 악마(?) 얘기는 대표적으로 중국인들에게 해당되던 말이었다. 과거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은 프랑스 명품매출의 40%를 차지하고 이탈리아 명품시장에서는 35%, 영국에서도 25%의 매출비중을 차지하며 고가의 명품 브랜드 매장을 싹쓸이했다. 실제로 프랑스를 방문한 중국인은 관광 예산의 80%를 명품 구매에 할애한다는 통계도 있다. 

 

시장조사기관 더포천 캐릭터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중국인들은 지난해 전세계 사치품의 46%를 구매했다. 자그마치 1060억달러(약118조4000억원) 규모다. 

 

그러나 지금 중국 내 악마들은 더 이상 고가 명품의 유혹에 빠지지 않는다. 지금 중국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에 최신 유행을 반영한 상품을 빠르게 공급해 상품 회전율이 빠른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에 열광하고 있다. 

 

 

◇ 중국 대륙 강타한 '패스트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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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내 자라 매장 (AFP=연합)

 

미 경제매체 포브스는 15일(현지시간) 현재 중국 패션 업계 트렌드를 보여주는 표현은 “악마는 ‘자라(ZARA)’를 입는다” 글자 그대로라며 중국인들이 더 이상 명품만을 고집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는 지난해 중국 내 사치품 시장이 처음으로 전년대비 1%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중국인들은 스파(SPA) 브랜드에 크게 주목하고 있다.

스파는 기획부터 생산, 유통, 판매까지 직접 관리하는 브랜드다. 패스트 패션의 다른 말로 직접 대형 직매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백화점 등을 거칠 때보다 비용이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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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매장(AFP=연합)

 

특히 저렴한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욕구와 트렌드를 정확하고 빠르게 반영할 수 있어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대표적인 스파 브랜드로는 갭(GAP), 자라(ZARA), 유니클로(UNIQLO), 스파오(SPAO) 등이 있다.


◇ '어디든지'… 세력 확장하는 스파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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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 매장 (AFP=연합)

 

세계부동산 컨설팅기업 JLL 조사 결과, 올해 중국 내 H&M 매장은 80여 곳이 더 생길 것으로 보인다. 자라는 60개, 유니클로는 100개 매장이 더 늘어날 예정이다.

대표적인 스파 브랜드 중 하나인 포에버21(forever21)은 현재 중국 내 9개 매장에 들어섰으며 50개 매장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3년 이후 갭은 32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으며 바나나리퍼블릭(Banana Republic)은 내년 첫 중국 매장을 런칭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부동산컨설팅기업 컬리어스에 따르면 향후 5년 이내에 중국 내 자라 매장은 “어디든지(everywhere)” 위치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니클로도 마찬가지다.


◇ 소비 위축으로 명품 매장 사라져

반면 중국 내 프라다, 샤넬 등 명품 매장은 크게 줄어들고 있다. 프라다점은 지난해 49개에서 지난 1,4분기에 33개로 줄었다. 아르마니는 49개에서 44개로, 샤넬은 절반인 11개로 줄었다.

실제로 ‘비싸야 잘 팔린다’는 명품시장의 공식을 입증이라도 하듯 불황 속에서도 성장을 거듭하던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은 중국 소비 위축과 유럽 경제 불황 속에서 현재 크게 흔들리고 있다.

최근 미 경제금융 전문매체 마켓워치는 프라다그룹의 지난해 매출이 39억8000만달러(약 4조4400억원)를 기록해 전년 대비 1% 정도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2년 29%, 2013년 9% 성장한 것에 비하면 성장세가 꺾인 모양새다.

특히 프라다 아시아태평양 부문 매출은 지난해보다 7% 가량 감소했다. 홍콩과 마카오의 매출 부진이 두드러졌다. 명품 시장은 중국 시진핑 정부의 반(反)부패 정책으로 고가의 선물이 엄격히 제한된 데 따른 타격을 받은 것으로도 분석된다.


◇ 사치품 가고… '저렴이' 몰려온다 

부진을 거듭하는 주요 명품 브랜드들은 가격인하를 해결책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중국 차이나데일리는 지난 3월 중국에서 샤넬이 주요 제품 가격을 20% 인하한 데 이어 보테가 베네타, 페라가모, 프라다 등 고가 명품 브랜드 가격이 줄줄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말 구찌는 대부분 제품의 가격을 절반 가까이 대폭 인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 사치품 시장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아 보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내 사치품 시장이 무너질 리 없다는 의견도 있으나 향후 2~3년이면 중국 내 사치품 시장이 불황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최근 전했다.

한편 쇼핑몰 건물 소유주들도 최근 흐름에 따라 스파 브랜드 매장 입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부는 스파 브랜드로 소비자를 이끈 뒤 명품 브랜드에도 눈을 돌리도록 하겠다는 전략에서 스파 브랜드 업체와 명품 브랜드 매장을 한 건물에 입점시키기 위해 안달이다.

갈수록 둔화되는 중국 경제 성장세에는 물론 중국 내 여러 사회현상을 고려했을 때에도 명품 브랜드가 아닌 스파 브랜드를 향한 중국인들의 ‘변심’은 긍정적인 것으로 전망된다.

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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