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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죽 옆에 본앤본… 봉구비어 옆에 봉쥬비어… 외식업계 '브랜드 베끼기' 도 넘었다

입력 2015-06-16 17:27

브릿지경제 박효주 기자 =#. 1년여 간 창업 준비를 착실히 해온 김지원씨(34·가명). 그는 업종과 상권을 심사숙고한 끝에 한 스몰비어 가맹점을 올 초 개업했다. 열심히 준비도 해 온 만큼 얼마가지 않아 가게는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그에게 최근 큰 고민이 생겼다. 두어 달 전부터 눈만 뜨면 가게 주변에 생기는 유사 브랜드 매장 때문이다. 

 

처음엔 상권이 커져서 가게 운영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타 점포들이 주력 메뉴부터 인테리어까지 본인 매장과 유사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지금은 손님을 뺏기고 있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본죽 불낙죽
본죽 불낙죽.(사진제공=본죽)

 

프랜차이즈 업계의 도 넘은 베끼기 전략에 애꿎은 가맹점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상호 뿐 아니라 메뉴구성과 심지어 인테리어도 비슷해 차별성이 사라지면 한정된 고객을 대상으로 출혈경쟁을 벌이게 되기 때문이다.



죽 프랜차이즈 전문점 ‘본죽’은 ‘본앤본’이라는 유사상호 업체 때문에 가맹점주와 예비 가맹점주들에게 항의를 받고 있다. 고객 뿐 아니라 가맹점들도 본앤본을 본죽의 계열사로 착각해 “상권을 침해한다”며 항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본죽과 본앤본은 상호 뿐 아니라 주력 메뉴 상당수도 일치했다. 본앤본의 메뉴 전체 메뉴에서 26개 중 25개가 본죽 메뉴와 동일하거나 상당 부분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죽은 자사에서 근무하던 임원이 퇴사 후 본앤본 브랜드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판단해 본앤본과 고문계약위반, 영업비밀누설, 상표권 침해, 부정경쟁 등을 이유로 민·형사상 소송을 진행 중이다.

본죽 관계자는 “현재 유사 상호의 문제 관련해 지난 10여 년 동안 쌓아온 일부 상권에서 소비자의 신뢰도와 인지도에 대한 손해가 발생했다”면서 “더욱이 가맹점주들로부터 본사가 유사 상표를 더 만들어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과 오해를 사고 있어 이에 대한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최근의 스몰비어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압구정봉구비어 또한 모방업체들 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다. 아류업체들은 분위기가 비슷하도록 촌스러운 이름을 쓴다거나 주력메뉴인 감자튀김과 생맥주 판매는 물론 소스 종류도 유사하게 갖추고 있다. 

 

심지어 엄지와 검지사이에 끼는 비닐장갑이나 가격, 바(Bar)를 중심으로 한 인테리어 등 세심한 부분까지 유사하다. 봉구비어의 유사 업체는 ‘봉쥬비어’, ‘상구비어’, ‘말자비어’ 등이다.

외식업계의 브랜드 베끼기는 사실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메뉴구성이 복잡하지 않고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는 업종일 경우 진입장벽이 낮은 탓에 유사브랜드 난립은 더욱 심하다. 하지만 도 넘은 베끼기는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불법일뿐만 아니라 결국 피해가 고스란히 가맹점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아류브랜드들의 특성은 당시 유행하는 업종의 유사한 상호와 메뉴로 인기에 편승한다는 점이다. 한 창업전문가는 “일부 프랜차이즈 회사들은 가맹비와 인테리어비용 등 일회성 수익을 목적으로 당시 유행하는 업종을 악용하는 경우도 많다”며 “가맹점 관리나 브랜드 홍보보다는 가맹점 숫자를 늘려 가맹비와 인테리어비용을 벌겠다는 속셈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등록되지 않는 브랜드 사용은 아류 및 유사브랜드의 다수 등장으로 업종 자체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결과적으로 프랜차이즈 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박효주 기자 hj030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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