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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인사이드 아웃', 현실에 치여 사는 현대인에게 주는 선물

[권익도의 White Cube]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감독 피트 닥터

입력 2015-07-20 07:00

인사이드 아웃
라일리의 내면 속 5가지 감정 캐릭터인 버럭(왼쪽부터), 까칠, 기쁨, 소심, 슬픔(AP=연합)

 

피트 닥터는 정말 귀엽고 완벽한 만화 캐릭터처럼 생겼다. 큰 키에 나무 막대 같은 가느다란 팔을 휘청거리며 왔다 갔다 하는 그의 모습은 흡사 토르소 조각 같기도 하고, 길쭉한 얼굴 모양만 보면 지우개가 달려 있는 연필 같기도 하다. 픽사에서 닥터의 동료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은 쉬는 시간에 장난삼아 그의 캐리커처를 그리기도 한다는 얘기도 있을 정도니…. 제법 재미있다. 


아마 더 흥미로운 건(?) 닥터의 뇌 속을 직접 그림으로 그려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토이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월E, 업(UP), 그리고 인사이드아웃에 이르기까지 매번 ‘신비롭고 아름다운 동화’를 창작해 내는 그의 천재적인 감각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문득 궁금해진다. 남몰래 동화책이라도 밑줄을 그어가며 탐독하는 건지, 아니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마냥 회중시계를 든 토끼를 꿈 속에서 만나기라도 하는 건지. 

 

피터는 의외로 간단하게 답한다. “제 경험이요.” 
 

피트 닥터
피트 닥터

닥터는 그 누구보다도 뜨겁고 격동적인 사춘기 시절을 보냈다. 미국 미네소타주 블루밍턴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음악을 향유하는 행복한 부모 밑에서 자랐다. 그러나 소심한 성격 탓에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자 서서히 반항을 하기 시작한다. ‘인사이드아웃’ 속 라일리처럼 가출을 일삼기도 하고 만화를 그리면서 많은 시간을 혼자 보내기도 한다.


합창단 지휘자였던 아버지 데이브가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전 가족이 덴마크로 이민을 가자 그의 증세는 더 악화된다.



“덴마크에서 친구를 사귀기 위해 더 노력했었지만 잘 안됐어요. 그 와중에 동생은 맨날 날마다 다른 친구들과 집에서 놀며 덴마크가 좋다고 말해 질투하기도 했죠. 활발했어야 할 소년 시절을 그렇게 보냈고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스스로에 대한 한계, 사회적 압력과 같은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인사이드 아웃의 주인공 라일리처럼요.”

라일리는 닥터 자신의 경험에 딸 엘리의 경험을 섞어 만든 캐릭터다. “4년 전 인사이드 아웃을 작업하기 전에 엘리 역시 11살의 사춘기 직전의 꼬마 소녀였죠. 딸 역시 우리 모두가 겪는 자연스러운 변화를 겪고 있었고 불현듯 제 경험이 떠오르면서 이 영화가 탄생한 거죠.”

닥터는 자신이 겪었던 에피소드가 어린 소녀의 머릿속으로 들어가면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부터 시작해 그때부터 자신의 상상력을 펼쳐나가기 시작했다. 그는 대본 초안 작성시 스토리가 형편없었다고 말한다.

“처음엔 소녀가 마음속에서 갈등하는 아주 기본적인 시나리오를 생각했을 뿐이었죠. 가령 선생님이 ‘살다온 곳을 말해주겠니?’ 라고 묻는 장면에서 기쁨이가 ‘대답해’라고 하는 반면 슬픔이 ‘제정신이야? 얘기했다가 조롱거리가 될 거야, 대답해선 안돼’라고 묻고 답하는 아주 뻔한 스토리 있잖아요. 여기에 살이 붙고 붙어서 다양한 캐릭터들이 나올 수 있었고 이야기가 조금 더 풍성해지기 시작했어요.”

 

인사이드아웃
가족섬, 우정섬, 엉뚱섬 등의 성격의 섬(AP=연합)

 

비록 라일리의 내면 속의 이야기지만 기쁨, 슬픔, 까칠, 소심, 버럭이라는 5개의 감정 캐릭터들이 뒤엉켜 싸우고, 화해하고, 돕는 모습들을 보고 끊임없이 웃다가 앤딩 크레딧이 올라가면 어느 새 라일리의 얘기가 나와 우리의 얘기로 변해 있음을 자각하게 된다.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했던 핵심 구슬들은 뭐였을까. 나에게도 뇌의 한 쪽 구석에서 쓸쓸하게 버려지고 있는 기억 쓰레기장이 있을까. 어린 시절부터 나의 성격을 만들어 준 내 ‘성격의 섬’은 무엇일까.’

어쩌면 이 시대 온갖 현실이란 괴물들에 치여 어린 시절의 행복을 잊고 사는 현대인을 위한 닥터의 선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라일리의 상상 속 동물 ‘빙봉’이 손을 흔들며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가듯 피터가 자신과 우리의 기억에 고하는 ‘소리 없는 아우성’일지도 모른다.

 

라일리
‘인사이드 아웃’의 라일리 가족(출처: 인사이드 아웃 트레일러)

 

추신: 인사이드 아웃에 목소리로 출연하는 배우들의 라인업을 보면 정말 이 영화가 왜 이렇게 웃긴지 대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미국 SNL(Saturday Night Live)에서 무시무시한 블랙 코미디를 선보이던 에이미 포엘러(기쁨)와 빌 헤이더(소심)를 필두로 미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미드 더오피스의 슈퍼스타 필리스 스미스(슬픔)와 민디 캘링(까칠), 루이스 블랙(버럭)까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 영화는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도 끝까지 봐야 한다.

 

권익도 기자 kid@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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