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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 아낀 페이자오, 상처 입은 맹수 놓쳐

입력 2016-02-09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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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파엘 페이자오 카발칸테.(사진출처=UFC 공식 홈페이지)

 

UFC 일류 파이터들끼리의 대결에서 부상은 최악의 경우다.



경기 중 자신의 실수로 부상을 입게 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스스로 리스크를 안고 경기에 임하든지 포기해야하기 때문이다. 호각 혹은 자신이 유리하다해도 상황은 상대에게 급격하게 기울기 일쑤다.

7일(한국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UFC FIGHT NIGHT 82> 라이트헤비급 매치에 출전했던 하파엘 페이자오 카발칸테(35,브라질)는 절묘하게 찾아온 행운의 기회를 스스로 차냈다.

객관적 전력상 우위로 평가받던 오빈스 생프루(32,미국)와의 대결에서 상대의 부상이라는 호재가 발생했지만 전혀 이점을 살리지 못한 채 소극적인 운영으로 일관하다가 허무하게 판정패했다.

흑인 탄력에 운동신경이 뛰어난 생프루는 한 마리 검은 야수였다. 밸런스가 잘 잡혀 있고, 동체시력이 좋아 상대가 들어오는 타이밍에서 강력한 카운터를 치는데 능하다. 베테랑 마우리시오 쇼군(35,브라질)도 카운터로 잠재웠다.

이를 의식한 페이자오는 경기 내내 신중했다. 신중해도 지나치게 신중했다. 이렇게 신중할 경우 생프루에게 카운터를 맞을 위험은 적겠지만 점수를 따지 못한다. 이기기 위해 옥타곤에 오른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의미 없는 신중함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페이자오처럼 아직 체급 내 입지가 탄탄하지 못한 파이터는 향후 행보를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생프루는 페이자오에게 로우킥을 차다가 오른쪽 다리를 다쳤다. 차고 나서 바로 표정이 일그러지며 절뚝거릴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아보였다. 생프루에게는 불운이었고 반대로 페이자오에게는 행운이 찾아왔다. 오른쪽 다리를 다치자 생프루는 스탠스를 바꾸며 버티어 보려했지만 난감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단순히 오른발 공격을 못하는 것 뿐 아니라 스텝을 밟는데도 악영향을 끼쳐 기동성이 현격하게 떨어졌다. 펀치 시도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어 이래저래 악재였다. 상황에 따라서는 스스로 경기를 포기하는 그림까지 그려졌다. 생프루의 부상을 알아차린 페이자오는 다친 오른발을 로우킥으로 차는 등 이를 활용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생프루의 표정은 갈수록 일그러졌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유리한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상대를 압박해야함에도 페이자오 는 지나치게 신중했다. 집중력을 잃지 않고 카운터를 노리는 생프루를 경계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잠깐 자신에게 찾아왔던 흐름을 놓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부상당한 상대에게 여유를 주면 결국 자신은 기회를 잃을 수밖에 없다. 관중석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다.

여유와 더불어 자신감까지 되찾은 생프루는 외려 자신이 공격적으로 압박하며 좋은 타격을 계속해서 맞췄다. 테이크다운을 성공시키며 상위 포지션에서 파운딩을 성공시켰고 계속적으로 포인트가 쌓였다. 그럼에도 페이자오는 2라운드까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마음이 급해진 페이자오는 3라운드 초반 잠깐 공격적으로 임했지만 거세게 반격하는 생프루의 기세에 다시금 소극적으로 변했다.

결국 심판의 손은 당연히 생프루 쪽으로 들려졌다. 페이자오는 최근 5경기에서 3연패에 빠지며 1승4패로 퇴출위기까지 몰리게 됐다. 상처 입은 맹수를 맞아 총알을 아낀 사냥꾼의 실수였다.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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