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레진 만화왕전’ 대상 수상자 김경아(20) 작가. 수상작 ‘로맨스는 죽었다’는 20대 초반 연인 사랑과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사진=양윤모 기자) |
제1회 ‘레진만화왕전’ 대상 수상작 ‘로맨스는 죽었다’ (사진 제공=레진코믹스) |
작가가 ‘로맨스는 죽었다’에서 사용한 필명은 ‘걍아’다. 동시에 네이버 베스트 도전만화(아마추어 창작자가 작품을 연재할 수 있는 공간)에서는‘bma9132’라는 아이디를 사용한다. 그곳에서 작가는 17살 모태솔로 남자의 첫사랑 이야기를 담은 ‘행쇼’로 독자와 만났다. 작가 특유의 길게 늘어진 캐릭터의 눈매와 실제 인체 비율을 그대로 담은 시원한 그림체는 두 작품에서 모두 느껴지는 특징이다.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에 대한 감수성이 풍부해졌어요. 그걸 기록하고 싶어 만화를 그렸어요. 처음에는 종이에 그림을 그려 친구와 돌려 봤죠. 학년이 오르고 친구들과 반이 나뉘면서 인터넷으로 만화를 공유하기 위해 네이버 도전만화 코너에 웹툰 형태로 그렸어요. 그게 인기를 끌면서 도전만화에서 한 단계 높은 베스트 도전만화로 올라가게 됐죠.”
짧은 분량으로 심사위원의 눈을 사로잡아야 하는 공모전 특성상 대부분은 눈에 띄는 장르물이 수상작 리스트에 오르곤 한다. ‘로맨스는 죽었다’ 외 대부분 수상작 역시 남자간의 사랑을 다룬 BL(Boys Love), 화려한 액션이 가득한 판타지와 학원물이다. 평범한 로맨스 장르로 공모전 대상에 뽑힌 건 극히 이례적인 결과다.
“공모전을 준비하며 ‘잘하자’가 아니라 ‘잘하는 걸 하자’는 생각이 더 컸어요. 그래서 제가 경험하고 주변에서 들은 사랑 이야기를 작품으로 응모했죠. 세상에 로맨스 웹툰이 많은 건 사실이에요. 그런 환경에서 최대한 안 겹치는 이야기로 제 또래의 섬세한 감정을 이야기 하고 싶었어요. 작품에선 여자는 아직 남자를 좋아하는데 헤어지고 남자는 초심을 잃고 여자에게 상처를 주고 스스로 실망하죠. 로맨스의 끝부분에서 느끼는 감정을 이번 작품에 담았어요.”
네이버 포털 사이트에 올려진 김경아 작가의 연재작 ‘행쇼’ (사진 제공=네이버 캡처) |
작가는 ‘로맨스는 죽었다’의 여주인공과 닮아있다. 미대 진학에 실패한 주인공처럼 작가도 만화 관련 학과에 진학하려 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진 못했다. 따로 재수를 준비하기 보다 혼자서 열심히 웹툰을 그렸다. 대학에 가야 웹툰 작가 데뷔를 할 수 있다는 주변의 시선은 공모전 대상으로 보란 듯이 이겨냈다.
“요즘 시대에 무조건 대학이 답이 아닌 것 같아요. 필요한 건 자기 확신이죠. 만약 이번 공모전에 떨어졌더라도 저는 네이버에 아마추어 연재를 계속했을 거예요. 그리고 또 다른 공모전에도 도전하겠죠. 최근엔 웹툰 플랫폼도 많아졌어요. 그 방법이 대학이든, 저처럼 공모전이든 구분없이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대상 상금은 3000만원이다. 상금 사용 계획을 묻자 작가는 공모전 준비하며 작업 파일을 날려(?) 먹은 컴퓨터를 바꾸고 웹툰을 그리는 태블릿을 바꾸고 싶다고 조심스레 말한다. 웹툰 작가로서 그녀의 꿈은 이제 본궤도에 올랐다.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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