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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레진만화왕전 대상 김경아 “왜 1등인지 모르겠다는 댓글, 연재하며 실력 보여줄게요”

[신人] 215 작품 중 1위 '로맨스는 끝났다'
작품은 20대 남녀의 사랑과 갈등을 섬세하게 다뤄
공모전은 5월부터 준비, 그전엔 네이버 아마추어 작품 연재

입력 2016-09-21 07:00

강아 만화가 인터뷰6
‘제1회 레진 만화왕전’ 대상 수상자 김경아(20) 작가. 수상작 ‘로맨스는 죽었다’는 20대 초반 연인 사랑과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사진=양윤모 기자)

 

“댓글을 보면 ‘이게 왜 1등이지 모르겠다’는 댓글이 많아요. 지금 드는 생각은 한 가지예요. ‘대상 작가답다’는 소리 들을 수 있게 열심히 연재할 거예요.”

만화와 웹툰을 좋아하는 평범한 소녀의 이름 앞에 이제는 ‘작가’란 타이틀이 붙었다. 시작은 김경아(20)씨가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의 네티즌 투표 방식 공모전 ‘레진 만화왕전’에 지원하면서다. 

그녀는 갓 대학생이 된 남자와 재수생 여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연애의 감정을 현실적으로 묘사한 ‘로맨스는 죽었다’란 작품을 선보였다. 이는 네티즌의 높은 지지를 받으며 215편이 출품된 공모전에서 당당히 대상을 차지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댓글이 달렸다. 지나치게 솔직한 SNS 공간엔 응원만큼이나 많은 비평이 함께 올라왔다.

“업로드 전에는 몰랐던 부족한 점들이 다 하고 나면 보여요. 작화, 전개, 연출 등 아쉬움이 남죠. 그래서 1등에 대한 의문을 가지는 댓글에 속상하면서도 이해를 해요. 내년에 연재를 시작하기 전까지 많이 연습하고 준비하려 해요. 연재 기간은 1년 정도. 그때는 저도, 독자도 만족할 수 있는 대상 작품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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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레진만화왕전’ 대상 수상작 ‘로맨스는 죽었다’ (사진 제공=레진코믹스)

 

작가가 ‘로맨스는 죽었다’에서 사용한 필명은 ‘걍아’다. 동시에 네이버 베스트 도전만화(아마추어 창작자가 작품을 연재할 수 있는 공간)에서는‘bma9132’라는 아이디를 사용한다. 그곳에서 작가는 17살 모태솔로 남자의 첫사랑 이야기를 담은 ‘행쇼’로 독자와 만났다. 작가 특유의 길게 늘어진 캐릭터의 눈매와 실제 인체 비율을 그대로 담은 시원한 그림체는 두 작품에서 모두 느껴지는 특징이다.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에 대한 감수성이 풍부해졌어요. 그걸 기록하고 싶어 만화를 그렸어요. 처음에는 종이에 그림을 그려 친구와 돌려 봤죠. 학년이 오르고 친구들과 반이 나뉘면서 인터넷으로 만화를 공유하기 위해 네이버 도전만화 코너에 웹툰 형태로 그렸어요. 그게 인기를 끌면서 도전만화에서 한 단계 높은 베스트 도전만화로 올라가게 됐죠.” 

 

짧은 분량으로 심사위원의 눈을 사로잡아야 하는 공모전 특성상 대부분은 눈에 띄는 장르물이 수상작 리스트에 오르곤 한다. ‘로맨스는 죽었다’ 외 대부분 수상작 역시 남자간의 사랑을 다룬 BL(Boys Love), 화려한 액션이 가득한 판타지와 학원물이다. 평범한 로맨스 장르로 공모전 대상에 뽑힌 건 극히 이례적인 결과다.

 

“공모전을 준비하며 ‘잘하자’가 아니라 ‘잘하는 걸 하자’는 생각이 더 컸어요. 그래서 제가 경험하고 주변에서 들은 사랑 이야기를 작품으로 응모했죠. 세상에 로맨스 웹툰이 많은 건 사실이에요. 그런 환경에서 최대한 안 겹치는 이야기로 제 또래의 섬세한 감정을 이야기 하고 싶었어요. 작품에선 여자는 아직 남자를 좋아하는데 헤어지고 남자는 초심을 잃고 여자에게 상처를 주고 스스로 실망하죠. 로맨스의 끝부분에서 느끼는 감정을 이번 작품에 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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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포털 사이트에 올려진 김경아 작가의 연재작 ‘행쇼’ (사진 제공=네이버 캡처)

 

작가는 ‘로맨스는 죽었다’의 여주인공과 닮아있다. 미대 진학에 실패한 주인공처럼 작가도 만화 관련 학과에 진학하려 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진 못했다. 따로 재수를 준비하기 보다 혼자서 열심히 웹툰을 그렸다. 대학에 가야 웹툰 작가 데뷔를 할 수 있다는 주변의 시선은 공모전 대상으로 보란 듯이 이겨냈다.

 

“요즘 시대에 무조건 대학이 답이 아닌 것 같아요. 필요한 건 자기 확신이죠. 만약 이번 공모전에 떨어졌더라도 저는 네이버에 아마추어 연재를 계속했을 거예요. 그리고 또 다른 공모전에도 도전하겠죠. 최근엔 웹툰 플랫폼도 많아졌어요. 그 방법이 대학이든, 저처럼 공모전이든 구분없이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대상 상금은 3000만원이다. 상금 사용 계획을 묻자 작가는 공모전 준비하며 작업 파일을 날려(?) 먹은 컴퓨터를 바꾸고 웹툰을 그리는 태블릿을 바꾸고 싶다고 조심스레 말한다. 웹툰 작가로서 그녀의 꿈은 이제 본궤도에 올랐다.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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