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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에서 진화한 헌트, 틀에 갇혀 정체된 표도르

입력 2016-11-06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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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의 나이를 넘긴 헌트는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레슬링 훈련에 매진하는 등 늘 도전하는 삶을 보여줘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사진=UFC

‘60억분의 1’, ‘인류 최강의 사나이’ 등으로 불렸던 에밀리야넨코 표도르(40,러시아)는 올라운드 파이터로 유명했다.



타격은 미르코 크로캅, 레슬링은 마크 콜먼, 서브미션 및 가드플레이는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에 미치지 못했지만 결국 이기는 것은 표도르였다. 특화된 무기는 없지만 여러 가지 부문에셔 평균 이상의 실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래플링을 잔뜩 경계하는 타격가 크로캅에게는 그 점을 이용해 역으로 타격으로 압박한 후 그라운드로 끌고 갔고, 콜먼의 힘 있는 태클을 무리해서 막으려 하기 보다는 넘어진 상태에서 리버스 암바 등으로 서브미션 승리를 따냈다.

노게이라와의 대결에서는 누구도 들어가려하지 않는 가드 포지션에 스스로 들어가 과감하게 파운딩을 날렸고, 3차전에서는 테이크다운 디펜스를 중심으로 치고 빠지는 타격전으로 ‘전략의 끝판왕’ 면모를 보여줬다.

표도르와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은 그의 전략을 짐작하기 어려웠다. 크로캅, 콜먼, 노게이라 등 다른 상위권 강자들은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 파이팅 스타일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던 것에 비해 변화무쌍한 표도르는 스탠딩, 그라운드 등에서 맞춤형 공략법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심리적인 부분에서도 표도르는 단연 돋보였다. 공격적으로 치고나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지만 쉽게 흥분하지 않는다. 냉정하게 경기를 풀어나가는 모습은 그가 왜 최강자인지를 알 수 있게 해줬다. 전천후 스타일이 드물었던 당시 기준에서 표도르는 ‘혁명’이었고 MMA 발전을 선도하는 인물이었다.

반면 입식단체 K-1출신 거물 마크 헌트(42,뉴질랜드)는 종합무대만 놓고 비교했을 때는 표도르와 비교하기 어려운 위상이었다. 표도르와의 맞대결에서 깜짝 선전을 하기는 했지만 이후 하위 체급 선수들에게도 수시로 발목을 잡히는 등 안정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확실한 타격에 테이크다운 디펜스 패턴으로 MMA 정착에 성공한 크로캅에 비해서도 많은 면에서 부족했다. 헌트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라운드였다. 맷집과 파워는 누구나 인정할 만큼 강했지만 그래플링이 너무 취약해 넘어지면 답이 없었다. 프라이드 시절 막판까지만 해도 헌트가 향후 레슬러들이 넘치는 UFC 상위권에서 경쟁할 것이라는 예상은 할 수 없었다.

이후 세계 종합 단체의 기준이 UFC 원탑으로 진행되면서 표도르와 헌트의 행보는 확연하게 갈렸다. 표도르는 신체능력이 떨어진 상태에서도 변화에 적극적이지 못했다. 헤비급의 사이즈가 갈수록 커지고 레슬링 비중이 높아져 스스로도 큰 변화가 필요했지만, 테이크다운 디펜스형 펀처로 굳어가는 등 스스로 경쟁력을 상실했다.

경쟁자들은 미국 본토에서 훈련하는 등 생존을 위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표도르는 자신만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MMA 진화의 시작을 불러일으킨 인물인 본인이 정작 그 흐름에서 도태됐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반면 헌트는 자신이 크로캅처럼 스탭과 스피드로 그래플러들을 따돌릴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레슬링 장착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후 수준급 선수들과의 레슬링 싸움이 가능할 정도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타격하나만큼은 확실했던 선수라 레슬링을 보강하자 성적은 당연히 좋아졌다.

변화를 시도했던 진취적인 표도르와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헌트, 길고긴 파이터 인생에서 엇갈린 그들의 행보는 여러 가지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성준 기자 ch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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