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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맥그리거, 위대하지 않은 ‘실속 챔피언’

입력 2016-11-30 20:58

SPO-MAR-UFC-UFC-205:-WEIGH-INS <YONHAP NO-0957> (AFP)
코너 맥그리거. (연합)

 

UFC를 비롯한 격투기 스포츠에서 챔피언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는 특별하다.



팀워크가 아닌 개인의 노력만으로 경쟁자들을 누르고 최후의 승자가 되는 위업을 이뤘기 때문이다. 인간이 품고 있는 강력함에 대한 욕망의 정점에 오른 인물들이다.

그중에서도 정상에 등극한 후 각종 기록을 써내려가며 다른 선수들에게 닮고 싶은 존재로 기억되고 있는 레전드를 가리켜 팬들은 ‘위대한 챔피언’이라고 부른다.

최근 투기종목의 선두주자가 되어가고 있는 MMA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은 노쇠화로 인해 과거의 영광을 잃어버린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었지만 에밀리아넨코 표도르, 앤더슨 실바, 비제이 펜 등은 팬들의 가슴 속에서 영원한 영웅으로 남아있다.

그들은 늙었지만 한창 때 보여준 가슴 뜨거운 행보가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정상에서 아쉽게 미끄러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끊임없이 도전했던 미르코 크로캅, 료토 마치다 등 역시 ‘위대한 도전자’로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이후 챔피언을 꿈꾸거나 챔피언의 길을 가게 된 많은 선수들 역시 위대한 선배들처럼 되기를 갈망했다. 가장 높은 정점에서 모두의 귀감이 되는 절정의 전사는 ‘최강’을 넘어 ‘최고’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UFC에서 가장 뜨거운 스타인 ‘달러맨’ 코너 맥그리거(28,아일랜드)는 생각이 다르다. ‘최강’이 되기에는 부족하고 아직까지 ‘최고’가 되려면 한참 멀었다. 그런 가치를 간절하게 원하지도 않는다.

맥그리거는 자신의 인지도를 올려 많은 돈을 벌고 남들이 쉽게 만들어 내지 못했던 기록들을 세워 높은 이름값과 명예를 쌓아올리는 것이다. 물론 화끈한 파이팅으로 강적들을 모두 물리치고 범접하기 힘든 전설을 만들어내면 무하마드 알리, 마이클 조던 등처럼 시대와 종목을 뛰어넘어 그렇게 될 수 있다.

하지만 맥그리거는 그 정도의 인물은 아니다. UFC라는 단체의 한 체급에서 상위권에 속하는 기량을 갖춘 선수 중 하나일 뿐이다. 맥그리거가 오가는 페더급, 라이트급에는 여전히 그를 위협할 수 있는 상위권 파이터들이 넘친다.

맥그리거의 진정한 특별함은 ‘실리주의’다. 그는 사람들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어떻게 하면 자신에게 이익이 올 수 있는지 잘 계산한다. 기존 영웅들처럼 힘들게 반복적인 혈전을 벌이지 않아도 입담을 잘 이용하고 합이 잘 맞는 상대를 통해 승리를 거두면 그게 더 실속 있다고 여긴다.

이를 잘 보여주듯 맥그리거는 자신의 흥행력을 이용해 UFC의 지원을 이끌어내며 페더급, 라이트급 두체급 벨트를 거머쥐었다.

그 과정에서 어려운 상대는 요령껏 피해갔고 심지어 그들끼리 싸움을 붙여 떨쳐내는 영악함까지 발휘했다. 남은 나머지 한 명도 붙기 싫거나 까다로우면붙지 않거나 최대한 미루면 그만이다. UFC측에 엄청난 돈을 벌어다주는 맥그리거는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

두 체급 벨트를 차지했던 맥그리거는 방어전을 한번도 안했다. 이름 높은 MMA 챔피언 중 이러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페더급 챔피언벨트는 반납했다. 맥그리거는 영원히 자신을 페더급의 최강자라고 주장할 명분을 갖게 된다. 그에게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카운터를 허용하고 허무하게 패한 조제 알도가 앞으로 더 잘할수록 맥그리거의 입가에는 웃음이 그려질 것이다.

역대로 흥행성이 보장되는 챔피언 중 이러한 행보를 보인 선수는 없었다. 대단한 인물임은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존경과는 거리가 멀다.

최근 새로이 챔피언에 오르는 인물들이 갈수록 맥그리거를 따라하려고 하는 현실은 아찔하다. 당장은 실속을 차리고 후에는 이름값까지 조절하는 맥그리거의 영악함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하지만 결코 위대한 챔피언으로 기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성준 기자 ch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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