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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FC> 상품성 있는 ‘떡잎’ 천선유, 냉정하게 성장해라

입력 2017-02-1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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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론다 로우지’ 천선유가 일본 프로레슬러 요시코 히라노와 맞대결을 펼쳤다. (사진출처=로드FC 공식홈페이지)

 

로드FC 036(11일 장충체육관)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경기는 천선유(28,팀파이터)와 요시코 히라노(24,일본)의 여성부 무제한급 매치였다. 후쿠다 리키 vs 김내철, 레오 쿤츠 vs 홍영기 등 쟁쟁한 매치업이 있었지만 천선유-요시코가 받은 관심에는 미치지 못했다.



종합격투기(MMA)의 질적인 측면에서 보면 천선유-요시코가 가장 많은 시선을 모았다는 것은 씁쓸한 현상이다. 천선유와 요시코는 많은 경기를 뛴 베테랑도 아니고 로드FC에 큰 공을 세운 선수들도 아니다. 천선유는 이전까지 1전(1패) 치른 상태였고 요시코는 데뷔전이었다.

둘의 경기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이유는 각각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캐릭터와 스토리 라인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우락부락하고 다소 무서운 외모를 지니고 있던 요시코는 일본 여자 프로레슬링 출신이다.

악역 컨셉을 전면에 내세워 화제몰이를 하고 다녔는데 이른바 ‘미녀킬러’로 유명했다. 일본 프로레슬링계에서 미녀들은 주로 선역을 담당하는데 체형이 가늘고 연약한 스타일이 많아 악역에게 주로 당했다.

요시코가 그런 악역이다. 오히려 각본을 무시하고 실제로 폭력을 행사하는 대형 사고를 친 장본인이기도 하다. 폭력의 희생양이 된 상대는 안면이 함몰되고, 시력이 저하되는 큰 부상으로 선수 생활까지 접었다. 엉망이 된 상대 선수의 얼굴은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됐다.

천선유는 미녀였다. 빼어난 외모에 171㎝의 늘씬한 신장으로 모델급 매력을 뽐냈다. 팬들 사이에서는 “로드걸 이상이다”라는 반응도 나왔다. “미녀를 극도로 싫어하는 요시코의 분노게이지가 올라가는 것 아니냐”는 팬들의 우려까지 쏟아졌던 이유다.

그럼에도 천선유의 승리 가능성을 더 높이 본 것이 사실이다. 비록 요시코가 프로레슬링계에서 악역으로 활약하기는 했고, 천선유는 경력이 짧지만 킥복싱, MMA를 두루 경험해 밀릴 것이 없어 보였다. 요시코보다 신장이 10cm가량 크다는 것도 강점이었다. 요시코의 저돌성과 체중은 부담 요소였다.

요시코는 경기가 울리기 무섭게 거칠게 달려들었다. 신장에서 밀리고 본인 역시 아웃파이팅 등에는 경험이 없어 진흙탕싸움을 택한 것이다. 천선유는 예상했다는 듯 거리를 벌리며 리치를 살려 대응했다. 자신보다 훨씬 큰 선수가 거리를 두고 펀치와 킥을 하자 요시코는 허둥댔다.

물론 저돌적이었다. 천선유 타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들었다. 자신의 주먹이 허공을 연신 갈라도 돌격했다. 상황이 급변한 것은 요시코의 반칙성 플레이였다. 요시코는 케이지 구석에서 천선유의 머리채를 잡고 펀치를 가했다. 심판이 급하게 말렸지만 이미 천선유는 상당한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천선유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눈까지 찔렸다고 어필했다.

이후 경기 분위기는 달라졌다. 흥분한 천선유는 이전까지의 아웃파이팅을 포기하고 정면에서 요시코와 충돌했다. 유리한 요소를 버리고 요시코에게 접근해 싸운 것이다. 정타를 맞추며 주도권을 잡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요시코의 묵직한 한방에 걸려 KO패했다. 이길 수 있던 경기를 흥분해 아깝게 놓친 순간이다.

비록 2패째를 당하게 됐지만 천선유는 여전히 로드FC측에서 육성할 만한 선수다. 상품성이 중요한 현대 격투기에서 짧은 시간 내에 인지도를 올렸고, 신체조건 역시 우수하다. 요시코전을 거울삼아 자신의 장점을 활용한 스타일로 냉정하게 진화한다면 로드FC 여성부 주역으로 자라날 수 있는 떡잎이다.

조성준 기자 ch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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