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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 뮤지컬 ‘영웅본색’ 유준상·왕용범 연출 “단테의 '신곡' 그리고 팔순의 ‘노인과 바다’까지”

입력 2020-02-08 17:00

왕용범 유준상
뮤지컬 ‘영웅본색’ 왕용범 연출과 송자호 역의 유준상(사진제공=빅픽쳐프러덕션)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뮤지컬 ‘그리스’ 대니로 데뷔해서 정말 창작 뮤지컬을 많이 했구나…. 창작뮤지컬을 하고 있다는 데 대한 뿌듯함이 컸는데 항상 왕용범 연출님이 함께 해주셨죠.”


2009년 뮤지컬 ‘삼총사’부터 ‘잭 더 리퍼’ ‘프랑켄슈타인’ ‘벤허’에 이어 ‘영웅본색’(英雄本色 3월 22일까지 한전아트센터)까지 10년을 넘게 왕용범 연출과 함께 하고 있는 유준상은 “항상 함께 했다” 말했다.



“연출님이 처음 함께 했던 ‘삼총사’부터 ‘잭더리퍼’ ‘프랑켄슈타인’ ‘벤허’ ‘영웅본색’으로 죽 이어지는 과정들을 앞으로도, 일흔, 여든이 돼서도 할 수 있는 작품까지 같이 하자고 하셨죠.”

뮤지컬 ‘영웅본색’은 1980년대 홍콩 느와르의 전성기를 열었던 오우삼 감독, 적룡·주윤발·장국영·이자웅 등 주연의 동명 시리즈의 1, 2편을 버무린 작품이다. 휘황찬란한 홍콩의 밤 뒷골목을 배경으로 암흑가 전직보스 송자호(유준상·민우혁·임태경, 이하 관람배우·가다나 순)와 형제 같은 마크(박민성·최대철), 두 사람을 배신한 아성(김대종·박인배) 그리고 자호의 동생이자 형사인 송자걸(박영수·이장우·한지상) 등이 엮어가는 느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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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영웅본색’ 송자호 역의 유준상(위)과 왕용범 연출(사진제공=빅픽쳐프러덕션)

왕용범 연출·유준상과 더불어 ‘프랑켄슈타인’ ‘벤허’ 등을 함께 한 이성준 음악감독이 또 다시 의기투합한 신작으로 1000여장의 LED패널로 영화보다 많은 장면들로 꾸린 뮤지컬이다.

 

화려한 홍콩 밤거리의 뒷골목, 바람에 휘날리는 버버리코트 자락, 잠자리 선글라스, 이로 잘근거리는 성냥개비, 위조지폐로 붙이는 담뱃불, 수백발의 총탄이 난사되는 총격신 등의 장면들이 영화처럼 빠르게 전환된다.


◇서로를 자극하는, 닮은 듯 다른

“무대에서는 거짓말을 하면 안돼, 무대는 우리의 신전이야, 관객 앞에서 내 컨디션을 절대 들켜선 안돼, 모든 것을 내려놓고 무대에선 뼈를 묻어야해, 뼈를 갈아 넣어서 연기하고 작품을 만들거야…그런 집요한 에너지가 닮은 것 같아요.”

왕용범 연출은 유준상에 대해 “영혼의 동지”라 표현하며 닮은 점을 “집요한 에너지”로 꼽았다. 유준상은 “동시에 서로를 자극하는 존재”라고 말을 보탰다.

“제 대본은 연출님 디렉션이 빼곡이 적혀 있어요. 매회 정확히 살려야하는 부분, 중요한 부분을 다시 한번 정독한 후에야 공연을 하죠. 무대 정신을 지키려고 끊임없이 노력 중이에요. 매일 무대일지를 쓰는데 ‘오늘은 쓸 말이 있을까’ 싶은데 항상 생겨요. 항상 느끼는 부족함이 무대에 설 수 있는 원동력 같아요.”

그 부족함에 대한 깨달음이 “소리를 어떻게 내는지를 늘 숙지하게 하고 지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게 하는가 하면 무대에서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무쌍한 한신 한신을 만들어 갈 수 있게 한다”고 털어놓았다. 

 

뮤지컬 영웅본색 공연사진_유준상 최대철(1)
뮤지컬 ‘영웅본색’ 송자호 역의 유준상(왼쪽)과 마크 최진철(사진제공=빅픽쳐프러덕션)

 

유준상의 말에 왕용범 연출은 “지금도 10년 전이랑 사이즈가 똑같다고 의상 디자이너 선생님이 정말 좋아하실 정도로 철저하게 관리하신다”며 “형님 역할이 젊은 캐릭터에 묻히기도 할만한데 여전히 멋있다. 이래서 유준상, 유준상 하는구나 싶다”고 털어놓았다. 늘 후배들을 챙겨야하고 궂은 일에 나서야하고 솔선수범해야하는 큰 형님 역할이 힘들 법도 한데 유준상은 “부담은 없다”고 단언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관객들에게 더 좋은 이야기를 들려줄까가 더 부담스러워요. 큰 선배로서 어떻게 하면 후배들이 더 잘하게 하고 어떤 신에서 어떻게 해야 그 친구가 돋보이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죠. 그 친구가 돋보여야 저도 보이니까요. 그걸 고민하고 연습하다가 하루가 다 가죠.”

그리곤 “저희 작품에 대해 ‘커튼콜 맛집’이라고 해주신다”며 “커튼콜은 공연의 50% 이상이라고 배웠다. 최선을 다해 응집시키려는, 너무 중요한 순간”이라고 말을 보탰다.

“느와르라고 해서 폼만 잡는 작품이 아니라 모두의 축제처럼 만들고 싶었어요. 그런 노력들로 인해 관객들이 커튼콜에서 마음을 열고 함께 즐겨주시는 것 같아요.  


 

◇단테의 ‘신곡’과 유준상 팔순에 실현될 ‘노인과 바다’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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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영웅본색’ 왕용범 연출과 송자호 역의 유준상(사진제공=빅픽쳐프러덕션)

“연출님이 ‘삼총사’를 시작할 때 ‘프랑켄슈타인을 선배님이랑 하고 싶어요’ 했는데 했어요. ‘잭더리퍼’ 당시 자전거 신, 휘파람 부는 장면 등을 ‘영웅본색’에서 오마주해 넣었다며 ‘언젠가 영웅본색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진짜 10년이 걸려 만들었어요.”


이렇게 전한 유준상은 왕용범 연출에 대해 “뭘 해도 믿음이 가는, 약속을 지켜주는 연출가”라고 표현했다. 이에 왕용범 연출 역시 “얘기한 것들을 지켜낼 수 있는 게 저도 신기하다”고 말을 보탰다.

“선배님과 약속한 작품 두세 개가 더 있어요. 선배님이 워낙 바빠서 미리 찜해두고 할 때쯤에 ‘하기로 했다’고 우기는 식이죠. 일본에서 ‘프랑켄슈타인’이 초연되던 3년 전에 선배님께 단테의 ‘신곡’을 하자고 말씀드렸어요. 오래 동안 준비 중이죠.”

왕용범 연출은 유준상과 함께 할 프로젝트로 단테의 ‘신곡’을 꼽았다. 

아직은 제가 생각하는 수준의 기술발전이 안되서 못하고 있지만 좀더 되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결국 ‘신과함께’도 단테의 ‘신곡’을 오마주한 작품이에요. 저희도 이제 지옥까지 가야죠.”

왕용범 연출의 말에 유준상은 “그 얘기를 듣고 ‘신곡’을 비롯해 관련 자료들을 다 읽고 전시도록까지 구해 보면서 준비 중”이라며 “칠순에도 같이 할 작품이 있다고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왕용범 연출은 “칠순 아니고 팔순”이라며 ‘노인과 바다’에 대해 귀띔했다.

“예술의전당 무대를 가득 채우고 ‘노인과 바다’ 일인극을 하고 싶어요. 20년 뒤에는 분명 실현될 거예요. 그런 목표를 두고 하나씩 하나씩 이뤄나가니 ‘우리가 해냈다’는 쾌감이 생겨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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