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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 ‘선택과 집중’ 잭 웰치 GE 前회장이 남긴 것

경영엔 ‘천재’, 후계자 선택은 ‘낙제’

입력 2020-03-03 15:46
신문게재 2020-03-04 2면

Obit Jack Welch
향년 84세를 일기로 별세한 잭 웰치 前 GE 회장 (AP=연합)

기업경영의 세계적인 별 하나가 또 졌다.


비즈니스계의 ‘슈퍼스타’ 잭 웰치 전 제너럴 일렉트릭(GE)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향년 8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언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인은 신부전증으로 알려졌다.



웰치 전 회장은 1935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태어나 일리노이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1960년 GE에서 화학엔지니어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21년만인 81년 당시 45세의 나이로 일약 GE 역사상 최연소 회장에 취임하는 기록을 세웠다.

GE호(號)를 이끌게 된 그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의 “세계 1등이나 2등이 될 사업만 하라”는 조언을 신봉했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웰치 전 회장은 경영의 화두로 ‘선택과 집중’을 내걸었고, 사업다각화와 대규모 구조조정을 서슴치 않았다. 본인의 저서에서도 회장 취임 5년 만에 41만1000명의 인력을 29만9000명으로 줄였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는 직원들을 ‘상위 20%’(A그룹)와 ‘중요 70%’(B그룹), ‘하위 10%’(C그룹)로 나누고 하위 그룹을 퇴출대상으로 삼았다. 그 덕에 많은 인명을 살상하는 ‘중성자 폭탄’(neutron bomb)이라는 의미에서 ‘중성자 잭’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그가 평소 즐겨 쓰는 말은 “개선하라, 아니면 문을 닫거나 매각하라”였다.

그의 결단력과 경영 마인드는 1980년대와 1990년대에 걸쳐 GE를 미국의 대표적 우량기업으로 우뚝 솟게 했다. GE의 시가총액은 120억 달러에서 한때 4100억 달러로 무려 34배나 커졌다. 미 포춘지가 선정한 ‘세기의 경영자’(manager of the century)라는 평가가 과장이 아닐 정도로 직원들의 경외심과 투자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고 한다. ‘선택과 집중’이란 말은 이후 세계 기업경영의 키워드가 됐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GE는 웰치 전 회장이 직접 후계자로 낙점한 제프리 이멜트 전 회장의 휘하에서 쪼그라들기 시작한다. 이멜트 전 회장이 바통을 건네받은 2001년에 일어난 9·11 테러가 GE를 덮치면서 주력사업인 항공기 엔진사업이 타격을 입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인한 세계 금융위기는 웰치 회장 재임시 캐시카우였던 금융사업이 회사를 위기에 처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때의 상처가 워낙 깊어 오늘날까지도 회복이 채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웰치 전 회장은 자신이 일으킨 GE제국이 무너져가는 것을 보면서 고통스러워했다. 그는 자신에 대해 경영은 ‘A학점’이지만 후임자 선택은 ‘F학점’이라고 술회한 바 있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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