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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인도의 중매결혼

[권기철의 젊은 인도 스토리] 디지털 앱까지 나와 80% 중매 비중 더 높아질 듯

입력 2020-11-02 07:00
신문게재 2020-11-0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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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전통 결혼식을 진행 중인 신랑과 신부의 모습. 사진=LiveMint

 

최근 인도 젊은이들 사이에서 우리의 결혼정보회사 사이트와 유사한 ‘맞선 사이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덕분에 전통적인 맞선을 통한 결혼이 대세였던 인도에서 디지털 중매를 통한 결혼이 급증하고 있다.



결혼을 이야기하기 앞서 반드시 이해해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카스트’다. 인도에는 많은 종교와 카스트 제도가 있고, 카스트는 세습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카스트는 브라만(사제·성직자), 크샤트리아(귀족·무사), 바이샤(상인·농민·지주), 수드라(소작농·청소부·하인) 등 4계급으로 나뉜다. 직업으로 나누는 카스트도 있는데 이것을 ‘자티(Jati)’라고 부른다. 우리로 치면 친족개념이나 가문을 의미한다.

자티는 각각의 직업을 기반으로 한 가문을 매개로 세습 하는데, 현재까지 약 3500개가 존재한다. 자티 집단 내에서도 상하관계가 있다. 카스트와 자티 사이에는 결혼, 직업, 식사를 비롯해 많은 제한 사항이 존재한다.

옛날 영국에서 스미스(Smith)는 대장장이에게 붙는 성인 것처럼, 인도에서도 어부나 농부 군인 상인 등 직업으로 카스트가 만들어졌다. 카스트는 엄밀히 말하면 전통적인 4계급과 이 계급 안에 존재하는 자티가 합쳐진 것을 의미한다.

카스트는 힌두교도들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종교에도 따진다. 인도에는 기독교인과 불교도, 무슬림들 사이에서도 카스트가 존재한다. 일례로 인도에서 교육 수준이 상당히 높은 남부 케랄라주에서 2018년도에 카스트가 다른 기독교인들끼리 결혼했는데, 신부 가족들에 의해 신랑이 명예살해당한 경우가 있었다. 카스트가 다른 사람들이 결혼하는 게 얼마나 힘든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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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최고의 중매 슈퍼스타 컨설턴트인 시마 타파리아(Sima Taparia).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인도 중매 커플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통해 큰 인기를 끌었다. 다큐에는 젊은이들의 솔직한 이야기가 들어가 있다.

 

카스트는 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부모가 낮은 계급이면 그 아이도 같은 계급에 머무르게 된다. 최근에는 대도시과 기업들, 특히 IT 기업을 중심으로 카스트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면서 실력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어 매우 고무적이다.

카스트 제도는 70여 년 전에 헌법상으로는 이미 폐지되었다. 하지만 4000년이 넘게 존재해온 제도이자 관습이라, 아직도 인도 사람의 일상 생활과 마음 속에 관습으로 뿌리 깊게 남아 있다.

인도에서 최근 늘어나고 있는 자유 연애는 도시에 사는 고학력 부유한 상위 계급에 속한 사람들에 한정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아직은 그 연애가 결혼까지 발전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인도는 13억이 넘는 인구의 80%가 힌두교이며 그 밖에 이슬람교와 시크교, 불교신자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다면 만일 힌두교를 믿는 여자가 이슬람이나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과 교제하거나 결혼하려면 어떻게 될까? 혹은 자신보다 낮은 계급의 카스트 남자와 결혼을 하고 싶다면, 그녀에게 어떤 장애가 기다리고 있을까?

우선 부모를 비롯해 모든 친척의 반대에 부닥치게 될 것이다. 결혼을 하더라도 가족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심지어 명예 살인의 대상이 되기도 할 것이다. 간혹 높은 카스트를 가진 남자가 자신보다 낮은 카스트의 여자와 결혼하는 것은 허용되고 있지만, 그 반대 상황은 아직 허용되지 않고 있다. 이때 높은 카스트의 남자와 결혼을 하는 대가로 여자가 지불하는 것이 지참금(다우리, Dowry)이다.

현대사회로 들어서 인도의 하위 카스트들이 큰 돈을 벌게 되면서, 상위 카스트로 상승하길 원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따라서 상위 카스트 사위를 자신의 딸과 결혼하게 만들고, 결혼식을 통해 부를 과시하기 위해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참고로, 인도 사회를 멍들게 하는 악습 중 하나인 이 ‘지참금’은 우리의 상식을 벗어난다. 집 한 채 이상의 돈이 오가기도 한다. 때문에 신부 집안은 지참금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기도 하고, 때문에 집안 형편이 기우는 것이 다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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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지참금 계산 어플리케이션.

 

그런데 지참금이 부족하면 신랑은 결혼 후에도 지속적으로 신부 집안에 요구할 수 있다. 결혼 내내 지참금 문제로 옥신각신 하게 되고, 지참금을 받기 어려워지면 신랑이 신부의 코를 자르거나 심지어 신부 몸에 불을 지르기도 하는 등 엽기적인 일도 간혹 발생한다.

지참금의 평균 금액은 대략 4000만 원이 넘는다. 지참금 제도는 여성의 인권에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1961년 인도 정부는 지참금 금지법까지 제정했다. 하지만 아직도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인도 시골에서는 ‘집안에 아들만 여러 명이 있어도 부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때문에 남아 선호 사상도 심각한 상황이다. 현재 인도 신생아의 남아 비율은 여아 100명당 110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참금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는 사건이 하나 더 있다. 인도 대법원 판사 한 명이 자신의 집안 재산을 정리할 때, 딸들을 부채로 기록했을 정도로, 인도 사회 깊이 파고들어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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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1위 결혼 정보 사이트 샤디 닷컴 홈 페이지.

 

최근 인도에 재미있는 앱이 하나 개발되어 화제를 모았다. 신랑의 스펙을 넣으면 신부가 얼마의 지참금을 지불해야 하는지 금액이 계산되어 나오는 앱이다.

인도에서 결혼은 연애의 결과가 아니다. 일종의 비즈니스가 된 지 오래다. 많은 인도 사람들은 중매 결혼으로 자신과 맞는 결혼 상대를 선택하는 것이 연애 결혼보다 좋다고 생각한다. 결혼은 가족 간의 연결이며, 개인 사이의 연결보다 우선시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도는 대가족 제도이므로 부모와 형제 자녀 손자 때로는 친척들도 함께 사는 것이 매우 흔하다. 14~15 명의 대가족이 함께 사는 것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부모는 자녀를 소중히 여기고, 자식은 부모를 슬프게 하는 일들을 최대한 피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따라서 부모가 권하는 결혼에 실수가 있을 수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사실 다른 카스트 계급 간에 결혼하면 문화가 너무 달라서 생활 자체가 어렵다. 종교 행사나 친척과의 교류, 식사(상위 계급은 채식주의가 많음) 등 일상 생활에 직결된 세세한 것 들로 인해 그 제약이 엄청나다.

인도는 1990년대에 시작된 개방 경제 정책 덕분에 경제가 크게 발전했다. 그 결과, 대도시를 중심으로 소득이나 학력, 계급이 높은 사람들 사이에 자유 연애가 활발한 편이다. 그러나 오랜 세월 이어온 문화와 관습은 인도인의 생각과 마을을 쉽게 바꿀 수 없다. 사회 역시 아직 그런 변화를 따라 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도에서는 자유 연애를 한다고 해도 우리나라의 중학생 커플 같은 교제라고 생각하면 된다. 영화관에 가거나 휴대폰으로 이야기하거나 메일을 주고 받는 정도이다. 매주 만나는 것도 아니고 2~3주에 한 번 정도 만나는 것이 전부다. 인도 유수의 신문에서는 대학 캠퍼스 구석의 벤치에 앉아 여성이 남성의 어깨에 기대는 정도의 장면을 망원렌즈로 잡아서 사회 문제라고 호들갑을 떠는 정도다.

인도에서는 부모가 결혼 상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자녀의 결혼 상대를 찾는 것이 부모의 의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때문에 중매 결혼 비중이 80%가 넘는다. 세계 평균이 55 %이므로, 비정상적으로 높은 셈이다. 하지만 인도의 이혼율은 의외로 1.1%에 불과하기 때문에, 인도인에게 이 중매 결혼 제도는 안정적인 결혼을 유지시키는 주요한 수단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맞선 사이트가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인터넷 인구가 많아지고 있는 덕분이다. 프로필 등록란에 나이와 종교, 사용하는 언어, 소속 카스트나 자티, 월급, 직업, 거주지, 해외 교포(NRI) 등 정보와 이혼, 사별의 경우 아이의 세세한 정보까지 기재한다. 자신의 카스트와 수준에 맞는 동등한 상대를 찾기 위함이다. 한국에서처럼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인터넷의 보급으로 ‘맞선 결혼’이 오히려 이전보다 크게 늘어나고 있다. 검색하는 사람은 연령이나 카스트, 출신지, 직업, 월급 수준을 확인하고 자신의 조건에 맞는 상대를 즉시 찾을 수 있다. 물론 유료이지만, 월 1만원에서 2만원 정도로 저렴한 편이다.

지금까지 주류였던 일요판 신문 결혼 구인란에 비해 사진도 게재 할 수 있고 취미나 성격, 여가 생활 등을 프로필에 쓸 수 있다. 프로필 등록자는 본인이 아니라도 좋다. 때문에 최근에는 부모나 친척 등이 등록하고 부모들끼리 연락을 취해, 정작 결혼하는 남녀들은 전혀 모르고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 큰 규모의 맞선 사이트에서는 옵션으로 운세 서비스까지 해주는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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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일요일자 신문에는 중매 광고가 넘쳐난다.

 

인도 사람들은 결혼을 결정하기 전에 한국과 같이 인도식 점을 보고, 그 결과를 상당히 중요시한다. 결혼 전 보게 되는 대표적인 인도 점성술은 수 천년의 역사를 지녔다. 자연 과학의 학문 중 하나로 취급되며, 인도식 한의학인 아유르베다 및 요가 사상의 개념과 이론을 공유한다.

환생과 카르마(업)의 사상을 중심으로 한 인도 점성술은 긴 세월에 걸쳐 인도인들의 마음에 평화를 가져다 주었다. 따라서 인생 최대의 행사인 결혼을 결정함에 있어 점성가에게 확인하는 것은 인도 사람들에게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다.

최근 인도에서는 결혼 중매 사이트가 유니콘 기업에 선정되는 등 중매가 새로운 비즈니스로 자리잡고 있다. 어설픈 콘텐츠로도 인도 유니콘 기업이 될 수 있는 기회를 한국 기업들도 관심 가져보면 어떨까?

국제전문 기자 speck00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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