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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나’에서 시작한 ‘웃음’과 ‘위안’…카라 박규리 기획, 임하룡·한상윤 2인전 ‘그림파티’

입력 2020-12-11 18:15

그림파티
‘임하룡과 한상윤의 그림파티’展의 임하룡(왼쪽부터), 한상윤, 큐레이터 박규리(사진=허미선 기자)

 

“처음엔 ‘치킨파티’였어요. 수탉을 먼저 그리고 ‘돼지를 닭이 품었을 때’를 그리면서 12간지를 그렸죠.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수염을 기른 내년 즈음의 제 모습을 그린 것(작품명 ‘일흔 즈음에’)도 있어요.”



코미디언에서 배우로, 다시 화가로 영역을 확장한 임하룡은 9일 서울 강남구 소재의 피카프로젝트에서 열린 ‘임하룡과 한상윤의 그림파티’展(12월 12~2021년 1월 23일 피카프로젝트, 이하 그림파티)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작품들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림파티
카라 박규리가 기획한 임하룡(왼쪽)·한상윤 2인전 ‘그림파티’ 전경. 왼쪽부터 임하룡의 ‘붉은 노을 6, 7’, 한상윤 ‘설레임-행복한 돼지’, 임하룡 ‘로미오와 줄리엣’(사진=허미선 기자)

 

“늦은 나이에 그림을 시작하면서 저 자신도 정화돼 웃게 됐어요. 개그맨이다 보니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그렸고 제목만으로도 웃을 수 있게 해드리고 싶었어요.”

그렇게 작품의 제목을 짓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임하룡의 작품들은 그의 바람대로 제목부터 흥미롭다. 감 다섯 개와 눈을 함께 그린 ‘오감만족’, 자린고비의 굴비를 연상시키는 ‘고문’, 한글의 자음으로 꽃다발을 표현한 ‘세종대왕님께 바치는 꽃다발’, 한글과 ‘Flower’ ‘Horse’라는 영어 표현을 동시에 시각화한 ‘꽃’ ‘말’ 등 제목과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더불어 그의 대부분 작품에는 ‘시그니처’처럼 자리 잡고 있는 눈도 인상적이다. 이는 사람들의 눈을 타는 코미디언, 배우 등으로 살고 있는 임하룡의 직업에서 기인한다.

 

그림파티
카라 박규리가 기획한 임하룡(왼쪽)·한상윤 2인전 ‘그림파티’ 중 임하룡의 ‘십이간지’(사진=허미선 기자)

“시선을 많이 받는 것이 부담이 돼 피하고 싶으면서도 또 많이 받고 싶은, 정 반대되는 마음을 담았어요. 이에 착안해 모든 사물에 눈을 넣자 했어요. 식물에까지 눈을 넣으니 생명력이 생기고 교감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처럼 ‘나 자신’이 위안 받은 경험과 삶에서 기인한 임하룡의 작품은 일본에서 풍자화를 전공한 후 ‘돼지’ 그림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상윤 작가 작품들과 궤를 같이 한다. 한상윤 작가는 ‘돼지’를 매개로 다양한 세상 풍경을 풍자해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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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 박규리가 기획한 임하룡·한상윤 2인전 ‘그림파티’중 한상윤의 ‘설레임-행복한 돼지’(위)와 ‘행복한 돼지-행복한 가을’(사진=허미선 기자)

“돼지는 제 자신의 투영이에요. 시술 전의 원래 제 눈이 작았었기 때문에 제 작품 속 돼지의 눈도 작아요. 지금은 감량한 상태지만 130킬로그램까지 나갔던 적도 있었죠. 뚱뚱하고 작은 눈의 저에게는 인간과 닮았고 이식되는 동물이 돼지였어요. 그리고 ‘서유기’의 삼장법사와 동행한, 인간의 욕망이 투영된 저팔계를 생각하면서 그렸죠.”

그렇게 ‘나’에서 시작한 한상윤 작가의 돼지는 스스로의 표현처럼 “풍자를 위한 소재이고 지금은 행복의 상징”이라고 말을 보탰다.

“일본 유학시절 아버지 사업이 부도가 났고 공부를 하면서 7개의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어요. 힘들었지만 우울하진 않았어요. 화가로 먹고 살 거라는 꿈이 있어서 행복했거든요.”

그렇게 ‘나’로부터 시작한 ‘웃음’과 ‘위안’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임하룡과 한상윤의 작품 60여점은 큐레이터 박규리의 ‘해학’이라는 철학적 테마로 묶여 한 공간에 전시됐다.

“(임하룡, 한상윤) 2인전을 확정했을 때 ‘웃음’을 떠올렸어요. 풍자는 시니컬한 웃음인 반면 ‘해학’은 좀 더 익살스럽고 즐겁고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웃음이죠. (코로나19로) 삶도 팍팍한데 작품 자체를 지니컬하게 해석하거나 파고들기 보다는 밝고 유머러스한 그리믈 보는 것만으로도 선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했어요.”

 

이 또한 ‘카라’라는 아이돌그룹 멤버이기도 한 박규리 스스로의 경험과 삶에서 기인했다. 그는 “소속사를 옮기는 등 작년 말부터 여러 가지 신변의 변화가 있었다”며 “새로 들어간 회사가 파산하는 등 올해 초까지도 감정적으로 힘들면서 불안한 시기를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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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 박규리가 기획한 임하룡·한상윤 2인전 ‘그림파티’중 임하룡의 ‘가족 3’(왼쪽)과 한상윤의 ‘설레임-행복한 돼지 그리고 사랑비’(사진=허미선 기자)

“지금까지도 회사를 찾지 않고 혼자 활동 중이에요. 그 이유는 데이는 게 무섭고 감정적으로 상처를 받는 게 두려웠어요. 그렇게 불안한 시기에 코로나19 영향까지 받으면서 올 한해는 안해본 활동을 하면서 감정을 풀어내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 냈어요. 그렇게 버티던 와중에 모든 분들이 올 한해를 저처럼 버티면서 힘들어 하지 않았을까 싶었죠.”

그렇게 지난 8월부터 피카프로젝트의 큐레이터로 소속돼 활동을 시작한 박규리는 “새로운 시선으로 도전하게 됐고 덕분에 위로받았다”며 감정적으로 저라는 인간을 많이 배우며 발전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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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 박규리(가운데)가 기획한 임하룡(왼쪽)·한상윤 2인전 ‘그림파티’(사진=허미선 기자)

 

그렇게 ‘그림파티’는 큐레이터 박규리를 비롯한 작가 임하룡·한상윤이 스스로가 그림으로 정화되고 웃을 수 있었던 것처럼 “코로나19로 지치고 힘든 이들에게 웃음과 위안을 주고 싶다”는 바람으로 기획된 전시다. 

 

내년 중 일본, 대만, 중국 등 아시아에서도 선보일 예정인 전시에 대해 박규리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국에 그림을 보면서 미소지으실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저 역시 그림들을 보고 미소지어지는 순간순간들이 있었어요. 그 순간들이 너무 소중했죠. 관람객분들도 그림을 보면서 한순간이라도 미소지으실 수 있으시길 바랍니다. 그 일분 일초가 정말 귀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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