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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코로나 빙하기, BTS로 시작해 미술품 상속세 물납제·분할소유권 논의까지

[2020 연말결산] ⑦미술 간송 선생께 미안했고 BTS에 고마웠다

입력 2020-12-30 18:00
신문게재 2020-12-3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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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말로 빙하기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불황을 미술계도 피해가지 못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스위스 아트바젤은 취소됐고 런던 프리즈(Frieze), 뉴욕 프리즈, 아시아의 홍콩 비엔날레 등 글로벌 대표 아트페어도, 베네치아비엔날레 국제건축전, 국제미술전도 개막을 미루거나 온라인으로만 행사를 진행해야 했다.

다카르비엔날레, 로스앤젤레스비엔날레, 리버풀비엔날레, 상파울루비엔날레, 자카르타비엔날레, 헬싱키비엔날레 등 해외는 물론 한국의 광주비엔날레,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제주비엔날레,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대구사진비엔날레 등이 개막을 미루고 2021년을 기약했다. 부산·대전 등지의 비엔날레가 막을 올리기는 했지만 제안과 실험, 현실 및 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 및 뜨거운 토론 등의 장으로서 제 역할을 하기는 어려웠다는 평이다.

미술품 경매 시장 역시 감소했다. 올해 국내 경매시장 낙찰 추정 총액은 1017억원가량(이하 1~11월까지 예술경영지원센터 추정액)으로 지난해 동기대비(1439억원) 30% 감소한 수치다. 코로나19 확산에 온라인으로 진행한 경매 낙찰액이 223억원으로 지난해(220억원)에 비해 1%대로 상승했지만 오프라인 경매 낙찰액은 793억원으로 2019년 11월까지의 낙찰액(1219억원)보다 30% 이상 감소했다.

국공립, 시립 미술관·박물관 등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여닫기를 반복하며 혼란을 겪었다. ‘판매’를 주도하는 작은 갤러리 전시들도 상반기에 70%가량 취소됐고 하반기 역시 빙하기를 맞았다.


◇간송미술관 보물 경매 출품 충격! 미술품 상속세 물납제도 논의 본격화

간송미술관 문화재 처음으로 경매 나온다<YONHAP NO-3901>
처음으로 경매에 나온 간송미술관 문화재 보물 285호 금동보살입상(왼쪽)과 보물 284호 금동여래입상이 유찰됐다(연합)

 

지난 5월에는 일제강점기 사재를 털어 문화재 보존에 애썼던 전형필 선생이 설립한 한국 최초의 사립박물관 보화각의 현신인 간송미술관이 소장 중이던 보물 ‘금동여래입상’(金銅如來立像, 보물 제284호, 1963년 지정)과 ‘금동보살입상’(金銅菩薩立像, 보물 제285호, 1963년 지정)을 케이옥션 경매에 출품해 충격을 안겼다. 

문화재 및 고미술 보존에 따른 누적 적자, 상속세 부담 등 경매 출품 이유는 더욱 안타까웠다. 15억원의 시작가에 유찰된 보물 두점은 세달여 뒤인 8월 국립중앙박물관이 사들였다. 이에 문화재 및 고미술의 관리 시스템 및 비용의 사적·공적 영역 설정, 상속세 등 체계적인 세재 시스템과 수익구조 개발 등과 더불어 미술품 상속세 물납제도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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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3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한겨울 지나 봄 오듯-세한(歲寒)·평안(平安)’에서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가 공개되고 있다.(연합)
1월 손창근 선생이 국보 제180호인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기증하면서 그리고 거대 규모의 현금, 주식, 채권, 부동산 등과 더불어 많은 미술품을 소유했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0월 25일 세상을 떠나고 상속세가 수십조원대에 이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술품 상속세 물납제도는 꾸준히 주목받아왔다.
 
‘물납제도’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상속세, 재산세를 현금 대신 법에서 규정한 자산으로 대신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 상에서는 상속·증여세가 2000만원 이상, 상속·증여 재산의 절반 이상이 부동산·유가증권일 경우에만 물납을 허용하고 있다. 

세금 부담으로 문화유산이 해외로 유출되는 비극을 방지하는 동시에 공공자산화로 국민의 문화향유권을 확대할 수 있다는 데서 미술품 상속세 및 재산세에 대한 물납제 도입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 12월 1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사단법인 한국박물관협회와 진행한 ‘상속세의 문화재·미술품 물납제도 도입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 전문가 토론자로 참석한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는 “논의의 핵심은 미술품 상속세 물납제도가 제도 취지(문화향유권 확대, 납세자 편의 등)에 맞게 탈세 수단 등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공정하게 운용될 수 있을지 여부”라고 짚었다.

 

선결과제로는 물납제 대상 선정과 가치 평가의 공정성 담보다. 물납할 수 있는 미술품 기준과 선정 절차는 정부 주도 하의 위원회에서 제도의 취지에 맞게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선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해당 미술품을 누가(감정주체) 얼마나 공정하고 효율적으로(감정방법) 산정할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한 이재경 변호사는 “현재 미술품 시가 감정 시스템이 과학적, 객관적이지 못한 현실에서 고가 또는 저가 평가될 가능성이 있다. 평가액이 정확하지 못하면 탈세 수단화는 물론 현금납부자와의 조세 형평 문제 및 국고의 손실도 발생한다”고 조언했다.


◇코로나19가 빚은 신풍속도 아트테크, 그에 따른 분할소유권 논의 물꼬

아트블록코리아
분할소유권 거래앱 테사를 개발해 운영 중인 아트블록코리아(사진제공=아트블록코리아)

 

코로나19 습격으로 경제 위기, 저금리 시대를 맞으면서 젊은 세대들은 증권가로 몰려들었다. 폭락한 증시에 개인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등장한 ‘동학개미운동’ 신조어처럼 코로나19가 빚은 신풍속도가 ‘아트테크’다. 그림을 관람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소유하기에 이른 것이다. 

블록체인, P2P 등 IT기술의 결합으로 가능해진 투자방식으로 한 사람이 한 작품을 소유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한 작품을 다수가 분할해 소유하는 형태다. 해당 작품이 매각되면 소유권의 보유 비율만큼 수익을 배당받을 수 있는가 하면 권리 이전도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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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론칭한 미술품 공동 소유 플랫폼 프로라타 아트는 17억여원에 달하는 조지 콘도의 1996년작 ‘The Antipodal Explorer’, 5억원짜리 뱅크시의 ‘The Smiling Copper’를 분할소유권으로 완판하며 주목받기도 했다. 

또 다른 미술품 분할소유권 기업 아트블록코리아는 분할소유권 거래앱 테사를 개발해 장 미셸 바스키아를 비롯해 데이비드 호크니, 키스 해링 등 현대 작가들의 작품을 거래하고 있다. 소액거래를 비롯해 적금처럼 10~20만원 규모의 월정액 구매 등 다양한 형태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고액의 미술품 투자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춤으로서 미술의 대중화, 저변 확대, 더 많은 자금 유입 효과 등을 기대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 초기 단계인 ‘분할소유’에는 해결해야할 사안들이 존재한다. 

소액 이용자의 보호를 위한 약관 등의 정비, 본격화되기도 전에 발목을 잡을지도 모를 자본시장법상의 규제에 대한 법률 및 시스템 개선, 블록체인 기술의 안정성 및 구매층 확장성 등이 최우선적으로 가늠해야할 문제들이다. 아직 초기 단계의 미술품 공동소유, 아트테크에 따른 분할손유권 논의는 2021년 새해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영남 대작(代作) 사건 최종 무죄 확정

1. 작가 이미지(조영남)
조영남(사진제공=피카프로젝트)

 

2015년부터 5년여 동안 재판정에 섰던 조영남 대작(代作) 사건이 지난 6월 25일 최종 ‘무죄’ 확정을 받았다. 조영남은 2011년 9월~2015년 1월 화가 송씨 등의 그림에 가벼운 덧칠을 한 21점을 17명에게 팔아 사기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는 ‘사법 자제 원칙’이 적용된 만큼 자본이 지배하는 한국 예술계 현실에 대한 자성과 현대미술의 예술적 정의(正義)에 대한 정의(定義)가 숙제로 남겨졌다. 

최종 무죄 확정을 받은 조영남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9월 문제적 화투그림과 연대별 대표작들로 꾸린 ‘아트, 하트, 화투 그리고 조영남’展을 여는가 하면 ‘이 망할 놈의 현대미술’과 ‘이상과 오인의 아해들’ 두권을 책을 출간했다. 2020년 최고 이슈라 해도 과언이 아닌 ‘미스터트롯’의 임영웅·영탁·이찬원·장민호와 함께 하는 ‘뽕숭아학당’을 비롯해 MBC에브리원 ‘비디오스타’ 등에 출연해 주목받기도 했다.

8월부터 아산갤러리에서 시작한 1년짜리 개인전 ‘현대미술가 조영남의 예술세계’의 4부에 해당하는 내년 가을쯤에는 공모를 통해 조수 10명을 뽑아 조영남 주도 하에 화투그림을 그리는 프로젝트도 계획 중이다. 이에 대해 조영남은 “그 과정이 방송으로 오픈될 예정”이라며 “조수의 페이 책정, 운영 시스템 등을 저와 갤러리가 정한다 대작임을 표기하고 판매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 전시 ‘Connect, BTS Seoul’부터 RM의 선한 영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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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방탄소년단의 철학과 메시지를 현대미술 언어로 확장한 글로벌 전시 ‘커넥트, BTS(CONNECT, BTS)’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

 

미술계의 2020년은 방탄소년단의 세계관과 현대미술이 결합한 전시 ‘커넥트, BTS 서울’(Connect BTS Seoul)로 열었다. BTS의 철학과 메시지에 공감한 전세계 5개국 다섯 도시와 22명의 현대 예술가가 참여한 글로벌 예술 프로젝트다. 

1월 14일 영국 런던에서 시작해 독일 베를린,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한민국 서울과 미국 뉴욕까지를 아우르는 프로젝트의 반향은 엄청났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너무 많은 관람객이 몰려 미술관 문을 닫는가 하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프로젝트의 가치를 1000만 파운드(약 153억원)로 추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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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뿐 아니라 BTS 리더 RM의 선한 영향력도 눈길을 끌었다.

 

9월 12일 RM은 자신의 27번째 생일 맞아 국립현대미술관에 ‘아름다운 미술 책’ 읽기 문화 확산에 쓰일 1억원을 기부했다. 

 

미술애호가로서 미술책이나 도록, 전시들을 보면서 창작에 대한 영감을 얻는다고 전한 RM은 “자료를 접하기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미술문화를 접하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기부 이유를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윤형근 개인전, 과천관 이승조 개인전을 비롯해 최근까지 100주년 한글 특별전 ‘ㄱ의 순간’展 등을 관람하기도 한 RM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1년 동안 예술 후원에 앞장서 온 인물 및 단체에 수상하는 ‘올해의 예술후원인 대상’에 선정됐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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