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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2000년대 싸이월드 음악에 MZ세대 응답했다

[조은별 기자의 K엔터+] 음원차트 점령한 2000년대 음악

입력 2021-05-25 18:30
신문게재 2021-05-2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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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내 사랑 그대여 이젠 내가 지켜줄게요/못난 날 믿고 참고 기다려줘서 고마워요”

2000년대 중반 큰 인기를 끌었던 남성 보컬그룹 SG워너비가 MBC ‘놀면 뭐하니’에 출연한 지난달 17일. 온라인 커뮤니티가 들썩였다. 이들은 MBC ‘놀면 뭐하니’의 MC 유재석이 부캐릭터 ‘유야호’로 분해 일명 ‘MSG워너비’라는 남성 보컬그룹을 제작하자 이에 대한 자문역으로 방송에 출연해 미니콘서트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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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놀면뭐하니’에 출연한 SG워너비 (사진제공=MBC)

 

방송 직후 MZ세대는 즉각적으로 응답했다. ‘놀면 뭐하니’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SG워너비의 ‘내사람’ 영상은 공개 한달만인 24일 기준 1000만 조회수를 넘어섰다. ‘타임리스’(788만), ‘라라라’(687만), ‘살다가’ (659만) 등도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SG워너비의 노래를 모은 영상도 830만 조회 수로 1000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해당 동영상에는 “90년대 생인데 잘 태어났다고 생각한다” “90년대생들 울자” “채널마다 트로트만 틀어서 지겨웠는데 오랜만에 SG워너비가 나와서 반갑다”는 댓글이 속속 게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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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워너비 5집 재킷 (사진제공=멜론)

 

SG워너비 화력은 차트로 이어졌다.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 멜론에 따르면 SG워너비의 히트곡은 4월 마지막 주 차트에 진입해 한 달 가깝게 일간차트에서 20위권(‘타임리스’ 12위, ‘라라라’ 14위, ‘내사람’ 18위)에 머물며 선전하고 있다. 

2000년대를 향유한 음악들이 MZ세대의 ‘복고템’으로 응답받고 있다. 90년대 이후 출생해  2000년대 초중반 학창시절을 보내고 이제 성인이 된 MZ세대가 자신들의 10대 시절 사랑하던 음악을 소환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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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스나이퍼 (사진제공=스나이퍼사운드)

 

비단 SG워너비 음악뿐 아니다. 11일 발매된 래퍼 MC스나이퍼의 리메이크 앨범 ‘크로니클스’(Chronicles)에 수록된 ‘BK러브’(BK LOVE) 라이브 영상은 17일 유튜브 뮤직비디오 톱100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이 곡은 24일에도 418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뮤직비디오 차트 3위를 달리고 있다. 

2002년 발매된 ‘BK러브’는 프리스타일의 ‘Y’와 더불어 싸이월드 배경음악을 달군 곡이다. 소속사 스나이퍼 사운드 관계자는 “‘BK러브’와 함께 키네틱플로우의 ‘몽환의 숲’ 등 싸이월드 배경음악 곡들이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고 귀띔했다. 

싸이월드 배경음악의 인기는 지난해 말부터 가요계의 뚜렷한 경향으로 자리 잡았다. 일례로 신인가수 경서는 과거 싸이월드 배경음악으로 사랑받았던 양정승의 ‘밤하늘의 별을’(2010)을 리메이크해 지난 1월 SBS 인기가요 1위를 차지했다. 이 곡은 싸이월드 인기 배경음악을 재해석하는 ‘싸이월드 감성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리메이크돼 음원차트에서 화력을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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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석훈과 로코베리 (사진제공=딩고)

 

이 외에도 황인욱은 2005년 유행한 이지의 ‘응급실’을 리메이크했고 하동균도 2011년 가수 이정과 함께 부른 드라마 ‘공주의 남자’ OST인 ‘기다릴게’를 봉구와 다시 불렀다. SG워너비 이석훈 역시 2010년 발표한 ‘그대를 사랑하는 10가지 이유’를 곡의 원작자 로코베리와 함께 부른 듀엣 버전을 공개했다. 

이는 2010년대 초중반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가 큰 인기를 끌며 90년대 음악이 복고로 향유됐던 상황과 흡사하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2012)을 기점으로 MBC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요다’(2014) 등으로 90년대 가수들이 재조명되는 현상이 10년 주기로 돌아온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신곡 수요가 줄어든 데 반해 재택근무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MZ세대가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자신들이 학창시절 즐겨 듣던 음악을 소비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원은 “신곡음원이 감소하면서 유튜브를 비롯한 SNS가 음원 차트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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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임정희(사진제공=P&B엔터테인먼트)

 

MZ세대가 싸이월드 배경음악에 관심을 가지면서 2000년대 초반 활발히 활동하던 가수들도 속속 소환되는 분위기다. 2005년 ‘뮤직 이즈 마이 라이프’로 사랑 받은 ‘거리의 디바’ 임정희는 지난 20일 3년 5개월만에 자작곡 ‘낫 포 세일’을 발표했다. 임정희는 본지와 가진 싱글 발매 기념 인터뷰에서 “싸이월드 배경음악이 인기를 끌던 시절이 재조명되는 게 반갑다”며 “내 노래 역시 역주행하는 특혜를 누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놀면 뭐하니’에서 정상동기(김정민·사이먼D·이동휘·이상이)가 경연곡으로 부른 ‘체념’의 주인공 빅마마 역시 9년만에 컴백한다. 가수 MC몽은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하반기 리메이크 앨범을 준비 중이다. 소속사 밀리언마켓 관계자는 “‘너에게 쓰는 편지’ ‘서커스’ ‘아이스크림’ 등 당시 싸이월드 배경음악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곡들을 중심으로 하반기 발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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