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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별 기자의 K엔터+] 인플루언서는 ‘공인’일까?

입력 2021-06-06 08:00

‘조은별 기자의 K엔터+’는 시시콜콜한 연예계 현상부터 K팝, K드라마, K예능 등 다양한 ‘K콘텐츠’를 엔터테인먼트 전문 기자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알기 쉽게 설명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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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KBS2 ‘개그콘서트’에 출연했던 피트니스 강사 정아름 씨. (사진=KBS화면캡처)

 

주말에 작은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피트니스 강사 겸 인플루언서인 정아름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홍보하는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스스로 ‘공인’이라고 적은 게 발단이었습니다.

‘공인’(公人).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은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을 ‘공인’이라고 명시했습니다. 쉽게 말해 국가로부터 임용받아 월급을 받고 업무에 종사하는 이를 ‘공인’이라고 지칭하는 것이죠.

하지만 언제부터 공인은 ‘유명인’을 지칭하는 대명사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연세 현대 한국어사전’은 공인에 대해 ‘1.국가나 사회에 직책을 맡아 일하는 사람. 2.사회 전체에 끼치는 영향이 큰 유명한 사람’이라고 뜻풀이를 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많은 연예인들이 스스로 ‘공인’이라고 합니다. 과거 배우 김슬기도 인터뷰 중 “공인이기 때문에 행동을 조심하곤 한다”라고 발언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이 발언은 기사에 적지 않았습니다.

반면 가수 성시경은 ‘연예인 공인론’에 반대하는 대표적인 연예인입니다. 사실 많은 연예인들이 사생활 관련 보도가 나면 “사생활을 침해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하곤 하죠. 대중의 사랑을 받는 ‘유명인’이지만 ‘사인’(私人)이기 때문에 사생활을 지켜달라는 것이죠.

연예계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견해는 엇갈립니다. 한 방송사의 책임프로듀서는 ‘공인’이 ‘공적인사’의 준말이 아닌 ‘퍼블릭 피규어’로 봐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저명한 학자, 예술가, 연예인 등을 포함한 유명인사를 ‘공인’으로 규정하되 이들이 저명성으로 특혜를 누리고 있는 만큼 사소한 피해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죠.

반면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학교 교수는 다른 견해를 밝혔습니다. 이 교수는 “인스타그램 셀럽이나 ‘연반인’처럼 연예인과 유명인의 경계가 모호해지는데 모든 사람을 공인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SNS에서 몇십만 팔로워를 갖고 있는 인플루언서들 혹은 방송을 통해 유명해진 연예인의 가족들을 모두 ‘공인’으로 지칭할 순 없다는 의미죠.

개인적으로 이규탁 교수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만약 인플루언서, 유튜버까지 ‘공인’으로 규정할 경우 전 국민의 1/10은 ‘공인’이 되지 않을까요? 10대에게 인기가 높은 유튜버라도 50대 이상에게는 낯설 수 있습니다. 갈수록 개인의 취향이 파편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 10% 미만만 아는 이들을 ‘공인’으로 칭하기엔 무리가 있죠. 그래서 언론은 이들을 ‘유명인’이라 지칭하는 것입니다.

‘공인’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닙니다. 만약 ‘공인’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다면 그에 준하는 책임감과 영향력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유명인들이 ‘공인’이라고 지칭하는 것에 대해 한 지상파 방송사PD는 유명인 특유의 ‘인정욕구’와 언어 감수성을 고려치 않았을 가능성을 들었습니다. ‘공인’이라는 단어의 책임감은 생각하지 않은 채 유명인보다 고상한 의미라고 판단해 사용했다는 겁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대중들이 ‘유명인=공인’으로 인식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는 정아름씨나 김슬기같은 유명인, 연예인들이 스스로 ‘공인’이라고 지칭한 영향이 적지 않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대중의 인식을 절충해 국가가 수여하는 상을 받은 유명인들을 ‘공인’으로 분류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이를테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대중문화예술상 문체부장관상을 받은 그룹 방탄소년단이나 은관문화훈장을 수상한 배우 김혜자, 양희은 등을 들 수 있겠죠.

인플루언서 중에서도 선한 영향력을 행사해 국가로부터 상을 받았다면 ‘공인’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스스로 ‘공인’으로 칭하기 앞서 그 단어의 무게를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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