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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맥도날드 '더BTS 세트'의 숨은 손, 라우드피그 재키곽 대표

[조은별 기자의 K엔터+] BTS 맥도날드 광고 참여한 라우드피그 재키 곽 대표

입력 2021-06-08 18:30
신문게재 2021-06-09 11면

재키곽 [인터뷰]
재키곽 라우드피그 대표가 3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철준PD)

 

미국을 대표하는 햄버거 프랜차이즈 맥도날드가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협업한 ‘더 BTS 세트’ 판매를 시작한 지난 달 27일, 전 세계 6개 대륙 49개국 맥도날드 매장이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각종 SNS에는 보랏빛 ‘더 BTS 세트’를 인증하는 아미(ARMY·방탄소년단 팬클럽)들의 게시물이 이어졌다. 로버트 랩슨 주한 미국대사 대리도 ‘더 BTS 세트’를 즐긴 뒤 후기를 남겼다. 밀려드는 아미들의 독촉에 지친 맥도날드 아르바이트생들의 푸념이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BTS의 맥도날드 광고에 한국인 프로듀서로 참여한 재키 곽 라우드피그 대표는 곳곳에서 들려오는 이런 반응에 “감회가 남다르다”는 소감을 밝혔다.

 

맥도날드,
맥도날드가 방탄소년단(BTS)과 협업으로 ‘THE BTS 세트’를 지난 달 27일 출시했다 (맥도날드 제공)

 

“맥도날드는 미국의 문화와 산업을 대표하는 글로벌 프랜차이즈 업체입니다. 과거 코카콜라가 톱스타인 마이클 잭슨을 모델로 광고를 제작했지만 미국 내에서만 방영됐죠. 자국모델이 아닌 한국인 모델로 전 세계 광고를 론칭했다는 점에서 더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재키 곽 대표는 삼성, 기아, 현대자동차, 애플 등 국내외 유수의 기업 글로벌 광고를 제작해온 28년차 광고인이다. 그가 맥도날드 광고의 한국인 프로듀서로 합류한 건 지난 3월이다. 미국 맥도날드 광고를 대행하는 ‘와이드 앤 케네디’가 한국 물정을 잘 알면서 미국 광고 프로세스를 이해하는 한국인 프로듀서로 곽 대표를 낙점하면서부터다.

“제가 운영하는 ‘라우드피그’가 아니라 재키 곽이라는 개인이 프로듀서로 합류한 사례죠. 광고계에서는 이런 경우가 드물거든요. 처음에는 맥도날드 글로벌 광고인 줄 알았죠. 한국에서 찍는 것도, BTS가 모델인 것도 계약 당시엔 몰랐어요. 하하, BTS와 함께 일한다는 소식에 당장 업무에 착수했죠.”

 

맥도날드의
맥도날드 BTS 세트 (사진=연합)

 

국내 광고가 이미지와 트렌드를 선호하는 반면 미국 광고는 철저히 데이터 중심으로 움직인다. 맥도날드 광고 역시 전문적이고 세분화된 리서치를 토대로 마케팅 데이터를 마련했다. 그 결과 ‘보라해’, 한글소스, 한글 초성 티셔츠 등 한글과 BTS 굿즈 등이 출시됐다.

“처음 한글 아이디어를 듣고 정말 혁신적이고 스마트하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보라해’ 같은 콘셉트는 역대 맥도날드 광고에서 처음 있는 사례거든요. 맥도날드가 자신들이 기존에 고수했던 마케팅 전략 대신 BTS라는 슈퍼스타의 아이덴티티를 고려했다는 점에서 대단하다고 여겼어요. 일반적인 광고주라면 쉽게 선택하지 못했을 기획이죠.”

곽 대표는 BTS와 그들의 소속사 하이브 직원들의 프로 정신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슈퍼스타임에도 프로페셔널함으로 무장했다. 이번 광고를 진행한 뒤 BTS의 팬이 됐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재키곽 [인터뷰]
재키곽 라우드피그 대표 (사진=이철준PD)

 

재키 곽 대표는 국내에 몇 안되는 여성 광고제작사 대표다. 동덕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에 재학 중이던 1988년에 미국 뉴욕으로 유학을 떠나 뉴욕 인스티튜트 오브 테크놀로지(New York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커뮤니케이션 아트(Communication Arts)를 전공했다.

그는 “당시 학부에서 첫 에세이 주제가 ‘맥도날드와 블루진이 미국 문화에 끼친 영향에 대해 논하라’는 것이었다”며 “맥도날드가 한국에 처음 매장을 낸 게 1988년이다.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라 맥도날드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지 못했던 20대였다. 그런 내가 30년 뒤 한국에서 한국인 모델을 내세운 맥도날드 광고 프로듀서로 합류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웃었다.

대학시절 로버트 드니로의 영화사 ‘트리베카 필름 센터’(Tribeca Film Center, New York)에서 인턴생활을 한 것을 계기로 영상물 제작을 평생의 업으로 삼게 됐다. 이후 뉴욕에서 글로벌 광고제작사 ‘더 아티스트 컴퍼니’(The Artists Company, New York)의 프로듀서로 일하다 1999년 귀국해 강제규 필름의 프로듀서로 일했다.

 

한국맥도날드, 드디어
한국맥도날드가 지난 달 27일 방탄소년단(BTS)과 협업으로 출시한 ‘THE BTS 세트’ (사진=연합)

 

본격적인 광고제작사 업무는 2004년 숏컷필름을 창립하면서부터 시작했다. 2006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촬영한 리바이스 엔지니어드진 광고는 광고계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2012년 창립한 라우드피그는 마케팅과 기획을 총괄하는 프로덕션이다. 광고제작 및 기획 그리고 음반 제작도 겸하고 있다. 남편인 재즈 아티스트 윈터플레이 이주한도 라우드피그 소속이다.

해외 유학 경험과 글로벌 마인드로 장착한 곽 대표는 수직적인 ‘갑을문화’가 두드러진 국내 광고계에서 이단아 같은 존재였다. 그런 성향 때문에 국내 기업 광고보다는 글로벌 기업 광고에 매진해왔다. 그러나 광고계도 거센 세계화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는 여성 광고 프로듀서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디지털 시대로 급속도로 전환되는 만큼 글로벌 마인드를 장착하고 있어야 한다”며 “소통 능력이 원활한 여성 프로듀서만의 강점이 있다”고 조언했다.

“10년 전만 해도 광고 현장에서 글로벌 마인드가 부족해 하나하나 다 설명해야 했죠. 홀로 외롭게 고군분투해왔는데 BTS로 인해 한국도 글로벌 광고 시스템에 문호를 활짝 개방하게 됐어요. 제 경험과 노하우가 작은 보탬이 돼 뿌듯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젊은이들이 글로벌 광고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입니다.”

글=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사진=이철준 기자 bestnews201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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