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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백신 접종자의 주변인에게 고함

[이희승 기자의 수확행] 올 초 얀센 맞아 3주간 앓았던 남편
졸리고,추워했던 시부모님
무탈하게 지나간 부서 선후배를 둔 기자의 체험기

입력 2021-06-15 18:30
신문게재 2021-06-1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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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자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연합)

 

집에 있던 타이레놀이 단 한 알 남았을 때 심각하게 119를 누를까 고민했다. 평소에 쟁여(?)놨다고 생각했던 가정 상비약이었지만 응급상자를 열었을 때 남은 건 단 네 알 뿐. 

 

지난 4월 주한미군 소속인 남편이 존슨앤드존슨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얀센 백신을 맞았다. 그때만 해도 타이레놀을 몇 시간 간격으로 복용하고 땀이 많이 날 경우를 대비해 물을 많이 먹는 등 외에는 정보가 전혀 없었다. 그러니까 이번 주 ‘수확행’은 백신을 맞은 가족을 둔 주변인들에 대한 당부글에 가깝다.

 

접종 하루 전 남편이 걱정스런 목소리로 “피지컬 좋고 20대 동료나 병사들도 백신을 맞고 일주일을 앓아 눕더라”며 “안 맞을까 한다”고 말을 꺼냈다. 하지만 65세 이상의 시부모님, 어린 자녀가 두 명이 살고 있는 고위험군 존(Zone)이다. 설상가상 맞벌이로 가정의 생활비를 책임지는 부부의 근무지는 인천공항과 광화문으로 사람 많은 밀집군으로 치자면 상위 2%에 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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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센 백신 접종 시작 0세 이상 60세 미만 예비군과 민방위 대원, 국방·외교 관련자 등에 대한 얀센 백신 접종이 시작된 10일 서울 동작구 경성의원에서 전문의가 얀센 백신 접종을 준비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 백신 등이 2회 접종해야 하는 것과 달리 얀센 백신은 한 번만 맞으면 접종이 완료된다.(연합)
하루가 멀다라고 옆 건물에서 확진자가 나오는 나와 글로벌한 외국인들을 상대해야 하는 남편이 가장 먼저 맞아야 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국내에 백신을 맞는 우선 접종자는 의료진들이 우선이었고 백신은 감히 꿈도 꾸지 못했다. 하지만 주한미군은 작년 말 모더나사(社)의 코로나 백신으로 접종을 시작했고 3월부터는 존슨앤존슨사의 얀센 백신을 추가로 투입해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중간에 철회되긴 했지만 법적 배우자도 접종이 가능해 그 다음 주 신청자에 이름을 올려놓고 목요일, 남편이 먼저 접종을 마쳤다. 

 

지옥은 정확히 이틀 후부터 시작됐다. 당일에도 아이들과 잘 놀아주고 분리수거까지 잘 마친 남편이 몸살기가 있다며 이불을 펴고 누웠다. 그때만 해도 주말까지 푹 쉬면 될 줄 알았다.

 

거의 움직이지 못하며 누워만 있는 남편이 이상해 들여다 보니 마시라고 가져다 준 1.5리터 물병은 바닥을 보이고 이마는 펄펄 끓고 있었다. 온 몸이 몽둥이 찜질을 당한 것처럼 아프다고 했다. “그렇게 맞아본 적도 없으면서 엄살을 부린다”며 미지근한 물로 목과 얼굴을 닦이고 더 자라고 자리를 피해줬다.

 

혹시나 해서 이상징후를 검색해 봤지만 각혈을 한다거나 정신을 잃는 수준은 아니었기에 두고 보기로 했다. 주말에도 기사 마감을 해야 하는 나는 간만에 육아와 일을 병행하느라 녹초가 됐다. 

 

다음날은 출근하겠거니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새벽까지도 끙끙 앓는 소리에 남편을 들여다 보니 침을 흘리며 자고 있었다. 잠에 깊이 빠져 흘린 침이 아니라 고열에 들떠 벌어진 입 속에서 나오는 거였다. 급히 시부모님을 호출해 아이들을 맡기고 응급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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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한창이다(연합)

 

코로나19로 인한 방역과 환자보호를 위해 요즘 응급실은 1인 이상 들어갈 수 없도록 규정이 바뀌어서 등록과 결제는 정신이 혼미한 남편을 홀로 남겨둔 채 해야 했다. 만약 맡길 곳이 없어 아이들까지 동반해야 했다면…생각만으로도 아찔해진다. 

 

어쨌거나 결론은 이미 백신 접종을 한 의사와 간호사들도 이 정도 아픈 건 ‘나도 겪었다’는 사실이다. 백신으로 인한 고열에 조치할 진통제도, 해열제로 없기에 거의 식사를 하지 못했다는 말을 듣고 포도당 수액을 놔주는 게 다였다.

 

남편은 일반인 백신을 맞은 1기에 속하는데 그 이후에도 타는 목마름과 온 몸이 쑤시는 아픔을 겪었다. 비슷한 시기에 맞은 동료들도 모두 짧게는 3일, 길게는 일주일을 앓았음을 뒤늦게야 들었다. 이후 인터넷에는 젊을수록 백신이 아프다는 가설이 흘러다녔는데 그렇다면 멀쩡한 사람은 사지육신이 늙었다는 말일 테니 아무래도 믿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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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14일 기준 네이버 알림을 통해 총 11번의 실패를 경험한 나의 잔여백신 도전기, (오른족)기사를 쓰는 이 순간에도 알람은 왔지만 실패했다.(사진=이희승기자)

몇 달 후 70세 이상인 시아버지와 친정부모님들이 모두 AZ백신(아스트라제네카) 1차 접종을 맞았고 65세가 된 시어머님도 백신을 맞았는데 확실히 남편이 앓았던 것처럼 심하진 않았다.

 

주사를 맞은 곳이 뻐근하거나 정신 없이 졸려서 하루종일 주무시거나 25도가 웃도는 날씨에도 추워하시는 정도였다. 참고로 우리 부서의 4, 50대 선후배도 운 좋게 잔여백신에 성공했는데 모두 무탈하게 지나갔다. 

 

10일부터는 미국이 제공한 얀센 백신이 30세 이상 예비군 및 민방위 대원, 군 관련자들에게 접종되고 있다. 낀 세대로 불렸던 40대와 50대를 포함해 30세 이상의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 교직원 등은 7월에 접종받게 된다고 한다. 2차에 나눠 맞는 게 좋은지 한번에 맞는 얀센이 나은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각종 SNS와 인터넷 매체에 넘쳐난다. 

주변에 고령자와 일반인 그리고 예비군의 접종자를 모두 둔 경험을 밝히자면 ‘생각보다 아프지 않다’는 당사자의 말을 믿지 말아야 한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만약을 위해 해열제를 준비 해놓고 자면서 땀을 많이 흘리니 너무 두꺼운 이불은 금물. 얇은 시트를 준비해 여러 번 교체해 주는 게 좋다.

그나저나 네이버 백신에 알림을 등록하고 운 좋게 뜨면 바로 들어가는데 화면이 바뀌면 ‘마감’이라고 뜨니 난감하다. 단골인 동네 병원에 전화를 걸어 잔여 백신이 생기면 10분 안에 달려가겠다고 징징 거려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간호사 선생 말로는 알람이 뜨자마자 1초 안에 수량이 마감되기도 하거니와 이는 병원과는 상관없다고 하니 참고하자. 그 1초의 벽을 넘으신 분들의 비결은 아래 메일로 부탁드린다.

50대 대한민국 평범한 체형을 가진 기자 남편이 직접 겪은 백신 후 꿀T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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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이 나거나 몸살 기운이 있으면 게보린, 펜잘, 서스펜, 엔시드, 타스펜, 트라몰, 타세놀, 이지엔6, 타이레놀 등 중 하나를 권장 시간 간격으로 먹도록 한다(연합)
백신 접종 후 아무런 반응이 없다고 일상생활로 바로 돌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평소에 알레르기 있는 사람이라면 주의 깊게 몸 상태를 살펴봐야 한다. 잠을 충분히 자고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고 면역이 생기는 2주간은 무리하지 않아야 한다. 

물 마시가 버거운 사람들을 위해 이온 음료나 스포츠 음료를 준비해준다. 술을 마시면 도움이 된다는 낭설을 믿고 따라서는 안된다. 충분한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잠자리와 편한 옷을 챙긴다. 되도록 밤늦게까지 휴대폰이나 컴퓨터를 하느라 수면 시간이 줄어들거나 수면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잔소리해준다.

체온계도 하나 준비해 주고 열이 나거나 몸살 기운이 돌고 관절이 쑤시는 경우에는 게보린, 펜잘, 서스펜, 엔시드, 타스펜, 트라몰, 타세놀, 이지엔6, 타이레놀 등 중 하나를 권장 시간 간격으로 먹는다. 보통 36시간 정도까지는  통증이 지속된다고 한다. 

미국 질병관리본부는 아세트아미노펜 제재가 들어간 위 진통제 외에 이부프로펜, 나프록센, 아세틸살리실산(아스피린) 등 다른 해열 진통제를 복용해도 권장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약은 미리 준비하되 미리 복용하지 않는 것이다. 약을 먹고도 차도가 없다면 병원을 가도록 권유해야 한다. 그냥 버티다가 고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멍하게 누워있을 경우가 있음으로 몸 상태가 어떤지 자주 물어봐 주는 것도 가족들이 해야할 일이다. 활동량이 줄고 기력이 떨어져서 소화가 안될 때를 대비해서 먹기 편한 죽을 준비해주는 것도 가족들이 할 일이다. 면역이 생기려면 2주 가량 걸린다니 마스크 벗고를 돌아다니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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