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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별 기자의 K엔터+] 한섬 패밀리 세일과 ‘싱어게인’ 콘서트

입력 2021-07-11 12:37

싱어게인 서울 콘서트 성료 사진 (이승윤)
2~4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싱어게인’ 톱 10 콘서트의 이승윤(사진제공=쇼플레이)


의류업체 한섬은 직장 여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로 꼽힙니다. 유행을 잘 타지 않는 포멀한 오피스 의류들이 사랑받곤 하죠. 



‘타임’이나 ‘마인’의 겨울철 코트나 패딩점퍼는 100만원을 훌쩍 넘기 일쑤입니다. 웬만한 해외 고가 의류브랜드 못지않은 가격입니다. 그래서 1년에 한번 열리는 한섬의 패밀리 세일은 “옷 좀 입는다”는 직장여성들이 몰리는 행사로 꼽힙니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SETEC)에서 열린 ‘한섬 패밀리 세일’을 다녀왔습니다. 이 행사는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소비 활성화를 위해 매년 여름 여는 ‘대한민국 동행세일’일환으로 열렸습니다.

당초 8일부터 11일까지였지만 국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수가 연일 1000명대를 돌파함에 따라 10일까지 축소 개최됐죠. 더욱이 인근 현대백화점에서 집단 확진 사례가 발생하면서 여론도 좋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기자는 백신 1차 접종자라 용기를 내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한섬도 사회분위기를 염두에 둔 듯 곳곳에 아르바이트생들을 배치해 대기열의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QR코드 확인’ ‘실내 비닐장갑 착용’ ‘피팅존 없애기’ 등 할 수 있는 방역조치를 최대한 시행한 듯 보였습니다. 한 보안요원은 대기열에서 물을 마시는 구매자에게 “실내에선 마스크를 벗고 물을 마시면 안된다”고 신신당부하기도 했습니다.

한섬의 노력은 칭찬할 만합니다. 문제는 이런 대규모 행사를 진행하는 모든 업체, 특히 대중문화계 역시 한섬 못지않게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섬 패밀리 세일’이 열리기 1주일 전인 지난 2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렸던 ‘싱어게인’ 콘서트도 방역규칙을 엄격히 적용한 공연이었습니다. 콘서트 시작 전 진행 요원이 함성과 떼창, 기립 박수 등을 금지한다는 공지를 내보냈고 공연 내내 진행요원이 함성과 기립박수를 삼가달라는 팻말을 들고 다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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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0일 강남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에서 열린 ‘한섬 패밀리 세일’ (조은별 기자)

 

‘싱어게인’ 우승자인 이승윤은 “우리를 위해 늦은 시간까지 야근을 하는 공무원 (중대본 직원) 분이 계신다”며 관객들에게 흥분을 자제하고 조용한 관람을 당부했습니다. 그럼에도 어떤 50대 관객이 흥을 주체 못하자 보안요원이 정중히 제지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백신접종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분위기가 감지돼 4000명 이상 공연이 가능한 때였습니다. 그러나 주최 측은 행여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방역수칙 지키기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12일부터 수도권은 ‘거리두기 4단계’에 돌입합니다. 문제는 ‘거리두기 4단계’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전부터 대중음악 공연은 이미 ‘죄인취급’을 받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10일 경기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진행 예정이었던 ‘싱어게인 톱 10’ 전국투어 수원 공연이 좋은 예입니다. 당시 수원시는 공연장 시설 외 대규모(100인 이상) 공연 집합제한 행정명령에 근거해 대규모 공연 관람객 인원을 100명 미만으로 제한하라고 통지했습니다.

그러나 정식 취소 명령이 나기 전까지 공연 제작진은 공연장에 각종 장비를 설치해야 합니다. 8일 오전 9시부터 수원 체육관 앞에서 5톤 트럭 15대에 실린 장비와 함께 대기 중이던 제작진은 체육관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하루 종일 시의 결정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결국 이날 오후 5시 40분께 행정명령이 권고되면서 철수했습니다.

수원시의 입장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닙니다. 다만 코로나19 시국에서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형평성 맞지 않는 사례들이 연이어 발생한다는 것, 그리고 ‘누구는 안 되는’ 사례가 유독 대중음악을 향한다는 점입니다.

1년 6개월간 이어진 코로나19 시국 속에서 대중음악 공연으로 집단발병 사태가 일어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당국은 유독 대중음악 공연에만 가혹한 잣대를 들이댑니다.

거리두기 4단계 상황에서도 ‘공연장’에서 열리는 클래식ㆍ뮤지컬 공연은 가능한 반면 주로 체육관에서 개최되는 대중음악공연은 ‘모임·행사’로 분류돼 열리지 못합니다. 대중음악을 위한 변변한 대규모 공연장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개최가 불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이에 따라 ‘미스터트롯’톱6 서울 공연은 무기한 연기됐고 ‘싱어게인’ 톱 10 고양 공연, ‘키스터트롯’ 톱6 수원공연은 취소됐습니다.

대체 이런 기준은 누가 정하는 것일까요? 중기부와 손잡은 한섬의 패밀리 세일은 수많은 인파가 몰려도 가능한데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왜 대중음악공연에만 몸을 사리는 것일까요?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러한 현실에서 대중음악계를 위해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나요?

지난 1년 6개월간 대중음악계는 방역대책과 동반한 공연 규정을 스스로 만들어왔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방탄소년단의 빛나는 업적에 숟가락을 얹을 생각만 하지 말고 코로나19와 상생할 수 있는 대중음악계 공연 방안 대책에도 머리를 쓰기 바랍니다. 그게 제2, 제3의 방탄소년단을 만드는 길이니까요.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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