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조은별 기자의 K엔터+] ‘비용절감’ 위해 스포츠 제작 축소한 MBC… ‘올림픽 중계’ 예견된 사고였다

[K방송읽기]
-올림픽 중계 앞두고 '비용절감' 스포츠제작국 축소
-외국 선수단 입장시 부적절한 사진과 자막 사용
-외신도 잇달아 보도...국제망신 자초

입력 2021-07-25 15:34

0000108896_005_20210724005201954
MBC 올림픽 개회식 중계화면 (사진=방송화면캡처)

 

‘조은별 기자의 K엔터+’는 시시콜콜한 연예계 현상부터 K팝, K드라마, K예능 등 다양한 ‘K 콘텐츠’를 엔터테인먼트 전문 기자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알기 쉽게 설명하는 코너입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2020 도쿄 올림픽이 출범했습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여파로 1년 미뤄진 개막, 전 세계가 변이 바이러스의 공포에 떨며 올림픽 강행을 놓고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정작 사고는 일본의 옆 나라, 대한민국에서 발생했습니다. 바로 MBC의 ‘선을 넘은’ 올림픽 개회식 중계방송에서죠 



23일 MBC 중계를 보면서 눈을 의심했습니다. 이날 MBC는 각 나라가 등장할 때 해당 국가의 대표 이미지와 함께 1인당 GDP(국민총생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률, 국가 면적, 올림픽 출전 선수 등을 기재했습니다. 대한민국이 등장했을 때는 방탄소년단과 이순신 장군 이미지가 표기됐죠. 

 

하지만 다른 나라를 소개할 때는 주로 음식이 떠올랐나봅니다. 아일랜드 선수단은 맥주, 이탈리아와 노르웨이는 피자와 연어사진이 등장했습니다. 개최국인 일본도 스시 사진을 내보냈습니다. 

 

0000108896_004_20210724005201930
MBC 올림픽 개회식 중계화면 (사진=방송화면캡처)

 

음식은 애교였습니다. 최악은 우크라이나였죠. MBC는 우크라이나 선수들이 등장할 때 대표 이미지로 체르노빌 원전 사진을 선택했습니다. 체르노빌 사고는 1986년 원자로 폭발로 대규모 피폭 희생자를 낸 인류 최악의 참사로 꼽힙니다. 

 

이외에도 엘살바도르는 현지에서 논란이 되는 비트코인 사진을, 아이티는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라는 자막과 시위 사진을 사용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선수단이 입장할 땐 마약 재료인 양귀비 운반 사진을 게재했습니다.  

 

0003121028_002_20210724064913306
MBC 올림픽 개회식 중계화면 (사진=방송화면캡처)

 

논란의 화면이 캡처된 사진은 SNS를 타고 삽시간에 번졌습니다. “제정신이냐”는 질타가 쏟아졌습니다. 결국 MBC는 중계방송 말미 “우크라이나, 아이티 등 국가 소개 시 부적절한 사진이 사용됐다.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사과 이후에도 비난 여론이 이어지자 24일 오전 다시금 “해당 국가 국민과 시청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정중히 사과드립니다”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MBC는 이 자료에서 “문제의 영상과 자막은 개회식에 국가별로 입장하는 선수단을 짧은 시간에 쉽게 소개하려는 의도로 준비했지만, 당사국에 대한 배려와 고민이 크게 부족했고, 검수 과정도 부실했습니다”라며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입니다”라고 적었습니다.

OlympicMBc
MBC 올림픽 개회식 중계화면 (사진=방송화면캡처)
이어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영상 자료 선별과 자막 정리 및 검수 과정 전반에 대해 철저히 조사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엄정한 후속 조치를 취하겠습니다”라며 “나아가 스포츠 프로그램 제작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해 유사한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다짐했습니다. 

 

보도자료 문구를 놓고 MBC 내부에서는 “어이없다”, “어불설성이다”는 반응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올 초 스포츠국 조직개편을 단행한 게 현 MBC 임원진이기 때문입니다.

MBC는 지난 1월 본사 스포츠국을 기획 조직 중심으로 재편하고, 제작 기능을 자회사인 MBC플러스로 이관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습니다. 스포츠국 PD 22명 중 기획에 필요한 인원 10명만 남기고 12명은 다른 부서로 전출됐습니다. 스포츠 기자 일부도 타 부서로 전배됐습니다.  


올림픽이라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앞두고 인력 지원을 요청했지만 자회사 MBC 스포츠 플러스 소속 PD 2명이 차출된 게 전부였습니다. 인력이 부족하니 영상자막 작업도 지지부진해졌고 결국 영상 데스킹 작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MBC 내부의 중론입니다.

이러한 조직개편은 ‘비용절감’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전언입니다. MBC는 지난 2019년까지 류현진, 추신수 등이 출전하는 코리안 메이저리그 중계로 제법 쏠쏠한 광고매출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감염병 여파로 메이저리그 자체가 지지부진해졌고 자체 매출 부진으로 빅 스포츠리그 중계권을 포기하면서 스포츠 제작 및 중계부서를 축소했습니다. 당장 올림픽을 코앞에 둔 MBC 사측의 이같은 결정에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의 스포츠조합원들은 우려를 드러냈습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MBC 본사PD들과 MBC스포츠 플러스 소속 파견PD들의 갈등입니다. 적은 인력으로 당장 눈앞의 과제를 해결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본사와 계열사간 잡음으로 제대로 된 역량을 발휘하기 힘든 상황이 불거졌습니다.

결국 이런 모든 구조적인 문제점은 올림픽 중계를 통해 외부로 드러났습니다. 이번 사건은 비단 국내에서만 그치지 않습니다. 영국 가디언, 일본 닛칸 스포츠, 로이터와 AFP, 우크라이나 채널24(4Канал)까지 이번 사태를 주목했습니다. 결국 MBC는 뒤늦게 부랴부랴 영문 사과문을 게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준공영방송이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셈입니다.

요즘 가장 흥미롭게 보는 드라마는 MBC ‘미치지 않고서야’입니다. 드라마 속 인사팀장 당자영 역의 문소리는 회사 매각을 위해 인력구조조정을 단행하라는 사측에 “사람이 회사에서는 돈이고 에너지고 자원이다”고 반발합니다. 자사 드라마에서는 구구절절 옳은 대사가 나왔지만 정작 MBC는 회사의 돈이자 에너지, 자원인 사람을 어떻게 대했는지 스스로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