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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30년 전 청년의 모습으로…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 홀로그램 콘서트 '리프리젠트'

[조은별 기자의 K엔터+] 기술이 불러낸 추억 속 아티스트

입력 2021-07-27 18:00
신문게재 2021-07-28 11면

봄여름가을겨울 홀로그램 콘서트
지난 21일 경기도 수원 경기아트센터에서 진행된 봄여름가을겨울의 홀로그램 콘서트 ‘리프리젠트’의 한장면. 게스트인 이적, 이무진, 거미와 김종진이 故김현식과 합을 맞추고 있다. (사진제공=MBC)

  

“싱크가 안 맞아요. 두 프레임만 앞으로 갈게요.”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의 홀로그램 콘서트 ‘리프리젠트’(Re:present) 리허설이 열린 지난 20일 경기도 수원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의 풍경은 여느 공연장과 사뭇 달랐다. 여타 콘서트가 출연자들과 악기의 합을 맞추지만 이날 리허설은 무대 위 홀로그램과 음원의 ‘싱크’를 맞추는 데 주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리프리젠트’의 주인공은 1990년 작고한 고(故) 김현식과 2018년 세상을 떠난 그룹 봄여름가을겨울의 드러머 고(故) 전태관의 홀로그램이다. 실존 혹은 가상 인물을 디지털화하는 기술인 ‘디지털휴먼’ 기술과 ‘홀로그램’ 기술을 활용해 고인을 무대 위로 소환한 것이다. 

 

 

◇인공지능이 딥러닝한 홀로그램, 장혁·송용진이 대역 나서 

 

봄여름가을겨울 홀로그램 콘서트
지난 21일 경기도 수원 경기아트센터에서 진행된 봄여름가을겨울의 홀로그램 콘서트 ‘리프리젠트’의 한장면. 김종진이 故김현식과 합을 맞추고 있다. (사진제공=MBC)

 

육안으로 본 공연장은 밋밋했다. 그러나 공연장 곳곳 설치된 화면 속 무대의 울창한 나무에서 나뭇잎이 떨어졌다. 사전에 화면에 설정한 좌표를 통해 시각효과가 구현되고 있었다. 연주자들 뒤편에 자리 잡은 김현식이 ‘비처럼 음악처럼’을 열창했다. 

 

발로 박자를 맞추며 몸을 리듬에 맞추는 모습이 유튜브 영상에서 본 그것과 흡사했다. 전태관은 생전 그랬던 것처럼 현란한 손놀림으로 ‘어떤이의 꿈’ 드럼비트를 연주했다. 때마침 도착한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은 두 홀로그램 캐릭터와 합을 맞췄다. 흡사 31년 전 세 사람의 청년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었다. 

 

봄여름가을겨울 홀로그램 콘서트
지난 21일 경기도 수원 경기아트센터에서 진행된 봄여름가을겨울의 홀로그램 콘서트 ‘리프리젠트’의 한장면. 김종진이 故전태관과 합을 맞추고 있다. (사진제공=MBC)

  

‘리프리젠트’ 공연은 4차 산업혁명시대 첨단 기술의 향연이다. 인공지능이 ‘딥러닝’해 만들어진 고인의 홀로그램이 무대 위를 화려하게 수놓는다. 지난 해 12월 방송된 Mnet 2부작 AI음악프로젝트 ‘다시 한 번’이 김현식과 터틀맨이라는 두명의 가수를 조명했다면 ‘리프리젠트’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가수와 연주자라는 2명의 캐릭터를 동시에 무대에 세웠다. 지난 2월부터 5개월 동안 이번 공연 기획을 주도한 MBC 특임사업부 김창배 총괄 PM은 “홀로그램 콘서트는 공연이 제한된 비대면 시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딥페이크 기술로 AI(인공지능)에게 사진과 동영상을 인식시키면 원하는 나이대의 얼굴을 만들어주죠. 그 얼굴로 헤어스타일과 땀까지 구현했어요. 그 뒤 대역의 입모양이나 눈을 깜박이는 속도까지 합성합니다. 디지털 휴먼은 대역의 입모양도 그대로 흉내내죠.” 

 

드러머 장혁이 전태관의 대역을, 뮤지컬 배우 송용진이 김현식의 대역을 맡았다. 생전 고인과 절친했던 장혁은 전태관의 가장 유사한 드럼 스타일을 구현해내는 현역 드러머다. 지금도 봄여름가을겨울의 공연에서 드럼을 연주한다. 송용진은 무대 위에서 몸짓이 큰 김현식의 모습을 고스란히 표현해냈다. 고인의 무대를 기억하고 있는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이 연출로 참여해 송용진의 동작에 조언을 더했다. 

 

봄여름가을겨울 홀로그램 콘서트
지난 21일 경기도 수원 경기아트센터에서 진행된 봄여름가을겨울의 홀로그램 콘서트 ‘리프리젠트’의 한장면. 김종진이 故전태관, 김현식과 합을 맞추고 있다. (사진제공=MBC)

  

김종진은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 “현식이 형이 무대 위에서 특유의 몸동작들이 있는데 송용진씨가 그 모습들을 잘 표현해줬다. 장혁씨는 ‘전태관 키즈’이자 소울브라더다. 전태관이 드럼 앞에 앉으면 표정이 많지 않은 편인데 그런 모습까지 흡사했다”고 말했다.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특히 김현식의 음원을 추출해내는 과정이 힘들었다. 1981년 LP로 발매된 1집 앨범은 아예 분리된 음원이 존재하지 않았다. 1집에서는 미성었지만 유작앨범인 6집에서는 탁성으로 변모하면서 어느 시점의 목소리를 기준으로 삼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컸다. 김PM은 “음원을 추출해도 한 공연에서 완전히 다른 목소리를 들려줘야 했다”며 “인공지능으로 목소리를 다시 만들면서 과연 사람의 감성을 인공지능이 표현해낼 수 있는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결국 김종진의 제안으로 생전 김현식을 잘 아는 현직 가수가 모창자로 나섰다. 21일 진행된 공연에서는 모창 가수와 원음이 합쳐진 목소리가 관객에게 전달됐다. 김종진에 따르면 가수와 원음을 섞는 과정만 300시간이 걸릴 정도로 고난이도의 작업이었다. 이 가수의 정체는 가을 방송에서 공개된다. 

 

 

◇망자활용 콘텐츠 윤리문제는 현재진행형  

 

홀로그램콘서트_김종진1 (1)
밴드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 (사진제공=MBC)

 

공연에서 김종진과 홀로그램의 공연은 17분에 달한다. 홀로그램 구현에만 5억원이 들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신기술개발 지원금으로 3억원을 받았다. Mnet ‘다시 한 번’에서 김현식 디지털휴먼 콘텐츠를 제작한 쓰리디팩토리가 지난해보다 업그레이드된 기술력을 보탰다. 특히 XR(확장현실) 요소가 무대에 적용돼 볼거리를 더했다. 방송의 선명한 해상도를 위해 시간과 비용을 감수하고 4K작업을 이어갔다.  

 

21일 진행된 본 공연에는 350명의 관객이 함께 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1500석 규모 중 오분의 일 가량만 관객을 받은 셈이다. 예매 시작 1분만에 전석이 매진됐다. 무료공연임을 감안해도 고인에 대한 관객의 그리움을 가늠할 수 있었다. 

 

김종진은 “본 공연에서는 감정이 북받쳐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며 “코로나 시국이라 관객들의 환호는 들을 수 없었지만 객석의 관객들이 눈물을 흘리거나 눈으로 미소를 짓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말했다. 

 

디지털 휴먼제작기술을 활용한 홀로그램 콘서트가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기술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만 망자를 활용한 콘텐츠의 윤리적인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실제로 전태관의 딸은 “무대 위의 아빠 모습을 볼 자신이 없다”며 공연장에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종진은 “그 얘기를 전달받고 가슴 아팠다. 나조차도 이 공연이 감성팔이인지, 진심인지 그리움이 더 큰지 질문을 던진다”며 “그렇지만 관객에게 즐겁고 행복한 시절, 잊었던 과거를 되새기게 하는 기능이 있다면 음악적 달란트를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과학이 놓치기 쉬운 공간을 따뜻한 감성으로 채우려고 했다”고 말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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