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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별 기자의 K엔터+] ‘밈’과 계급갈등 사이… ‘뜨거운 감자’ 오징어게임

입력 2021-09-28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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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 (사진제공=넷플릭스)

‘조은별 기자의 K엔터+’는 시시콜콜한 연예계 현상부터 K팝, K드라마, K예능 등 다양한 ‘K 콘텐츠’를 엔터테인먼트 전문 기자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알기 쉽게 설명하는 코너입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이 연일 화제입니다. 이 작품은 각자의 사연을 가진 막장 인생들이 456억원의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벌이는 데스게임물이죠. 배우 이정재, 박해수, 허성태, 모델 정호연 등이 주연을 맡았고 영화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 등 굵직한 영화를 연출한 황동혁 감독의 첫 OTT 시리즈물 도전작입니다.

지난 추석 연휴를 앞둔 17일, 공개됐을 때만 해도 국내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데스게임’ 장르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시청자들은 개연성없는 폭력에, ‘데스게임’ 장르를 선호하는 시청자들은 후반부로 갈수록 신파에 빠지는 서사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죠.

반전은 ‘오징어게임’이 미국 넷플릭스 1위에 이어 전 세계 넷플릭스 1위에 등극하면서 벌어졌습니다. 넷플릭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오징어게임’은 지난 21일 국내 드라마 최초 미국 넷플릭스에서 2위에 올랐습니다. 이전까지 넷플릭스 국내 드라마 최고 기록은 지난해 공개된 ‘스위트홈’이 미국에서 3위를 차지한 것이었죠.

‘오징어게임’의 인기는 빈집털이도, ‘어쩌다 2위’도 아니었습니다. 22일에는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를 제치고 미국 넷플릭스 1위에 오르더니 급기야 24일에는 전 세계 1위에 등극했습니다. 아시아 드라마로서 첫 기록입니다.

평단의 평가도 호의적입니다. 미국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는 지수 100%를, IMDB에서는 10점 만점에 8.3점의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잔인한 재미가 있는 강렬한 슬램덩크로, 전 세계적으로도 받아들여질 것 같다”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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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한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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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한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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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한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속도감있는 전개, 한국인의 놀이문화 ‘밈’으로

해외에서 폭발적인 반응은 컴퓨터 그래픽을 최대한 배제하고 직접 구현한 형형색색의 초대형 세트장, 핑크색으로 무장한 주최 측 ‘가면맨’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줄다리기’, ‘달고나 뽑기’, ‘구슬치기’, ‘유리 건너기’ ‘오징어게임’ 등 다양한 게임들이 호기심을 끈 것으로 보입니다. 동심을 자극하는 원색의 무대가 혈흔으로 낭자해지는 과정이 ‘데스게임’ 마니아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지요. 여기에 속도감있는 전개로 개개인의 사연보다 게임에 주목하게 한 편집도 한몫 했습니다.

국내외 셀러브리티들의 SNS 홍보전도 입소문을 더했습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출연진인 배우 이병헌을 비롯, 이제훈, 이하늬, 박규영, 가수 윤종신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제시 린가드, 할리우드 유명 배우 겸 각본가인 사이먼 페그, 그리고 넷플릭스 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까지 SNS에 ‘오징어게임’을 언급하거나 시청하는 장면,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모습 등으로 시청을 인증했습니다.

급기야 이베이 등 해외 쇼핑몰에서 주인공 기훈이 입은 456번 티셔츠, 달고나 뽑기게임 키트 등 비공식 굿즈 등이 판매되기 시작했습니다. ‘오징어게임’이 입소문을 타고 젊은 층에서 ‘밈’이 됐다는 반증이죠.

인터넷 곳곳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따라하거나 달고나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상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죠. 마치 국내에서 고가 패딩이 인기를 끌면 너도나도 입듯 하나의 유행현상이 된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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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한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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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한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엇갈렸던 국내 반응...화천대유 사건 통해 ‘계급 갈등’ 조명

국내에서는 조금 양상이 다릅니다. 초반에만 해도 신파로 흐르는 전개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추석 연휴 이후 정치권이 개입되면서 넷플릭스의 또 다른 시리즈인 ‘D.P’에 이어 사회 현상으로 자리 잡은 모양새입니다.

특히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의혹을 받고 있는 ‘화천대유’ 사건이 불거지면서 점입가경에 접어들었습니다.

이 회사의 1호 직원이었던 곽상도 의원의 아들 곽모씨는 퇴직금으로 50억원을 받은 사실이 알려진 뒤 자신이 ‘오징어게임’의 말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에 젊은층의 분노가 폭발했습니다.

온라인 곳곳에서 “‘오징어게임’이 아닌 ‘오십억게임’이다”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오징어게임’ 팬커뮤니티는 성명을 통해 적절치 못한 지적이라고 반발했죠. 또 곽상도 의원 사진을 합성한 ‘오십억게임’, ‘아빠의 힘’ 포스터도 게재됐습니다. 일각에서는 주인공 기훈(이정재)이 마지막 회 택한 선택을 놓고 “몇 천억을 번 ‘화천대유’와 비교하면 456억원이라는 액수가 적었기 때문”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상 ‘오징어게임’은 우리 사회의 소외된 조각들을 담았습니다. 자동차 회사에서 해고당한 기훈은 쌍용자동차 노동자 사태를 연상케 합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증권맨 조상우(박해수)의 몰락은 최근 주가 상승으로 주식에 올인하는 젊은 층에 대한 경고같습니다. 이외에도 탈북자, 외국인 노동자, 조직폭력배 등 막다른 곳까지 내몰린 ‘오징어게임’에 참가합니다. 경쟁사회, 양극화, 불평등, 계급의식 등 ‘오징어게임’에 담긴 자본주의 어두운 면들을 조명합니다.

‘오징어게임’의 상금 456억원은 얼핏 공정해보이지만 공정하지 못한 게임의 결과물입니다. 주인공 기훈의 선택은 그래서 의미심장합니다. 현실 속 ‘오징어게임’을 사는 시민들은 그래서 더욱 시즌2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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