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B그라운드] 스스로 보여주고 싶었던 혹은 진짜 앤디 워홀을 만나다!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 ‘앤디를 찾아서’

입력 2021-10-03 18:28

앤디워홀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이 소장한 앤디 워홀 자화상을 만날 수 있는 전시 ‘앤디워홀: 앤디를 찾아서’ 중 ‘The Shadow’(사진 =허미선 기자)

 

팝아트의 선구자, 시대의 아이콘, 동시대의 피그말리온, 시대를 풍미했던 팝 아트 스타, 캠벨스프 캔, 엘비스 프레슬리, 골드 마릴린….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Andy Warhol)이라는 이름에 떠오르는 단어나 수식어들은 화려하고도 낯익다.



그런 그의 내면, 그가 보여주고자 했던 공공 이미지와 본연의 얼굴, 스스로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탐구하던 여정 등을 만날 수 있는 전시 ‘앤디 워홀: 앤디를 찾아서’(Looking for Andy, 2022년 2월 6일까지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가 한창이다. 

 

앤디워홀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이 소장한 앤디 워홀 자화상을 만날 수 있는 전시 ‘앤디워홀: 앤디를 찾아서’ 전경(사진 =허미선 기자)

 

이 전시에서는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Fondation Louis Vuitton)이 소장하고 있는 앤디 워홀의 자화상을 만날 수 있다. 초상화를 처음 그리기 시작했던 1963년 자화상과 스틸 프레임(Still Frame, 한 프레임을 반복 인화하여 피사체 움직임을 멈추게 하는 표현 기법)으로 3분 간 기록한 ‘스크린테스트’(Screen Tests) 시리즈, 빅 샷(Big Shot) 폴라로이드 카메라 등을 활용해 스타들의 초상을 시대의 초상으로 은유하는 커미션 작업 등을 통해 워홀은 초상화가로서도 명성을 떨쳤다.

이번 전시에서는 1967년 자화상부터 친구가 찍어준 사진을 활용한 자화상, 즉석 포토부스에서 선글라스와 레인코트 차림이 촬영해 실크스크린으로 작업해 본연의 모습보다는 신비감을 자아내는 작품, 자신의 실체보다는 그림자에 주목시키는 자화상, 스스로의 정체성을 탐구한 폴라로이드 사진들, 드래그퀸(Drag Queen, 남성이 예술이나 오락, 유희를 목적으로 여장을 하는 행위) 초상과 스스로 드래그퀸이 돼 촬영한 폴라로이드 자화상, 자신의 진짜 모습을 명확하게 드러낸 1986년 자화상 등을 만날 수 있다.


◇정체성 찾기에 나선 워홀의 복합적 층위를 만나다


AndyWohol005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이 소장한 앤디 워홀 자화상을 만날 수 있는 전시 ‘앤디워홀: 앤디를 찾아서’ 중 ‘Ladies and Gentleman’(사진 =허미선 기자)

“앤디 워홀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싶다면 저와 제 페인팅, 영화에 드러나는 모습을 보면 된다. 그 뒤엔 아무 것도 없다.”


이번 전시에는 1968년 신인작가 밸러리 솔라나스가 쏜 총에 맞아 죽을 위기에 처한 후 자화상 작업을 하지 않다가 10년만에 다시 발표한 1978년의 자화상을 만날 수 있다. 

 

하나의 이미지지만 해골, 목에 졸리는 모습, 반전된 산 등을 중첩한 이미지로 표현된다. 워홀이 가진 혹은 그가 대중들에게 보여지고 싶은 모습들이 중첩되며 워홀의 복합적 층위를 내포하고 있다.

세개의 얼굴이 겹쳐져 의식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해 4개 캔버스로 구성한 이 자화상은 1960년대 초 이미지의 반복, 연속성 등으로 대표되는 앤디 워홀 작품의 특징 중 하나이기도 하다.

빨간 바탕의 1981년작 ‘더 섀도우’(The Shadow)는 실제 워홀의 모습보다는 그림자가 화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작품이다. 

 

1930년대 라디오 드라마와 소설로 인기를 끈 대중적 산물 중 하나인 섀도우에 자신을 빗대 가면을 쓴 듯한 허상과 그림자를 같이 배치해 보여준다. 마치 “나 말고 나를 비추는 곳을 보라”고 말하는 듯 강한 빛을 받은 앤디 워홀의 실체가 아닌 그림자로 시선을 이끈다.  

 

이번 전시에서는 다양한 폴라로이드 자화상도 만날 수 있다. “사진을 찍는 행위는 마치 일기를 쓰는 것과 같다”고 했던 워홀에게 폴라로이드는 “펜이나 연필과도 같았다.”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도구로 폴라로이드를 활용했던 그의 자화상이 식물 표본집처럼 전시돼 있다.

 

앤디 워홀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이 소장한 앤디 워홀 자화상을 만날 수 있는 전시 ‘앤디워홀: 앤디를 찾아서’ 중 폴라로이드 자화상(사진 =허미선 기자)

그는 스스로가 예술적 대상물, 마케팅 수단으로 인지되고 활용된다는 사실을 적극 작품에 투영시켰다. 그가 특히 관심을 가졌던 드래그퀸이 돼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들도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변기를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 마르셸 뒤샹(Marcel Duchamp)이 사진작가 말레와의 협업으로 ‘로즈 셀라비’라는 여성 분신을 만들어낸 데서 착안한 작품으로 사진작가 크리스토퍼 마코스(Christopher Makos)와 협업했다.

사진 속 워홀은 다양한 가발과 진한 화장으로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남성 셔츠, 넥타이, 알몸 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마코스는 이 작업 후 “워홀은 이 작업을 통해 아름다운 여성처럼 보여지길 바란 게 아니라 아름답게 보여지는 방식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앤디워홀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이 소장한 앤디 워홀 자화상을 만날 수 있는 전시 ‘앤디워홀: 앤디를 찾아서’ 전경(사진 =허미선 기자)

 

이 폴라로이드와 더불어 실제 드래그퀸인 배우의 초상화인 1975년작 ‘레이디스 앤 젠틀맨’(Ladies and Gentleman)도 전시된다. 이탈리아의 아트 딜러 루치아노 안젤리노의 의뢰로 제작된 이 초상화 시리즈는 맨해튼 클럽가에서 모집한 14명의 모델을 찍은 사진 500여점 중 268점을 실크스크린으로 작품화했다.

수많은 앤디워홀 전시회와의 차별점에 대해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 관계자는 “앤디워홀을 팝아트 작품으로 피상적으로 보기보다 생애에 집중하려고 기획된 전시”라며 “워홀은 스타였기에 피상적으로 소비되는 면이 없지 않았다. 생애를 돌아보며 좀더 깊이있게, 인간으로서의 앤디워홀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