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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각종 데이를 넘어, 펀슈머의 세계로 입문!

[이희승 기자의 수확행] 육포데이(6월 4일)엔 지인들과 한 잔
빼빼로 데이에는 콜라보한 제품 눈여겨 봐

입력 2021-11-09 18:30
신문게재 2021-11-1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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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직타이거.(사진제공=세븐일레븐)

 

수많은 ‘~데이’ 중에서 오는 11월 11일은 무슨 날일까. 과자에서 유래한 빼빼로를 연상하는 사람도 있고 농업인의 날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날은 한자 11(十一)을 합치면 흙 토(土)라는 파자(한자의 자획을 나누거나 합하여 맞추는 것) 논리로 1996년에 정부 지정 공식 기념일이 됐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는 지체장애인이 신체적 장애를 이겨내고 숫자 1처럼 세상을 향해 바로 서는 날을 희망하며 2001년 11월 11일을 지체장애인의 날로 선포하기도 했다.



1년 365일중 가장 많은 이름을 가진 날이지만 과자업계는 이 날을 ‘대목’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롯데제과는 1990년대 중반 영남지역의 여고생 사이에 ‘빼빼로 과자를 먹으면 키가 크고 날씬하게 된다’는 속설이 빼빼로 데이의 시작이라고 밝히고 있다. 여러 ‘~데이’ 중에서는 보기 드물게도 해당 업계가 아닌 소비자 자신들이 만든 ‘데이’라는 것. 빼빼로를 주고받으며 사랑과 우정을 기념하는 행위가 사실은 고등학생 사이에서 유행하던 놀이 문화였다는 것이 실로 놀랍다. 롯데제과가 “11월 10~11일 동안 빼빼로 1년 매출의 56%를 판매한다”고 밝히자 여러 브랜드들이 여기에 숟가락을 얹는 모양새다.

 

빼빼로
곰신들의 11월 이벤트인 빼빼로 데이를 저격한 솔로 부대의 모습.(사진=나무위키)

 

해태제과는 ‘스틱데이’라고 칭하며 자사의 ‘포키’를 내세우고 있다. 올해 슬로건 ‘너와 나 사이에 포키’(I Pocky U)에 맞춰 행복한 추억을 상징하는 레트로(복고) 콘셉트로 지난 1966년에 출시한 ‘세계 최초 스틱과자 포키’의 정통성을 표현한 것이 눈에 띈다.

이번 포키 기획제품은 레트로 콘셉트에 맞춰 자연스러운 크래프트 프린팅에 빨강·초록·파랑 등 추억을 소환하는 크레파스톤의 컬러를 입혀 귀여운 가방 모양으로 구성했다. 5가지 맛을 고루 담은 미니백(6개입), 신제품 포키 황금버터 등 4종으로 구성한 클러치백, 오리지널과 극세로만 채운 숄더백, 실속 있는 하트백 등 다양한 구성으로 선택의 폭도 넓혔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1단계 시행으로 소비심리가 상승하면서 이벤트와 선물 수요가 증가세를 보이는 만큼 다양한 구매 마케팅이 쏟아지고 있다”며 불붙은 빼빼로 연관 행사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이제는 10월 마지막 주말인 할로윈과 함께 집중 프로모션 기간으로 구분된다는 게 소비 업계의 시각이다. 그중 편의점 이마트24는 커플들을 주요 고객으로 삼은 모양새다. 22종류의 빼빼로데이 행사 상품을 구입하면 추첨을 통해 티파니 커플링, 나이키 커플신발 등을 제공한다.

옆나라 중국은 되려 11월 11일은 ‘독신자의 날’로 통한다. ‘독신’을 뜻하는 숫자 ‘1’이 네번 겹친 날로 ‘홀아비’ ‘독신남’ ‘애인이 없는 사람’ 등을 일컫는 ‘광군’(光棍)을 써 광군제(光棍節)라 불린다. 알리바바가 지난 2009년 ‘쇼핑으로 외로움을 달래야 한다’며 할인 판매를 하기 시작한 것이 연례행사로 굳어졌다. 최근엔 중국 내에서 한국 화장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K뷰티 업체들의 연간 최고 대목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달 20일 광군제 예약판매 첫날 LG생활건강 후의 매출은 5억7600만위안(약 1059억원)에 달했다.

 

롯데제과, 외국서 빼빼로 마케팅 강화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빼빼로 행사 모습.(사진제공=롯데제과)

 

빼빼로 데이 등의 성공 이후 동일한 마케팅을 이용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기념일의 향연은 역시나 먹거리에 집중되는 모양새다. 은반지를 나눠끼는 실버데이(5월 14일 로즈데이에 사랑 고백에 성공한 연인이 6월 14일 키스데이를 거쳐 만난 지 100일쯤 되는 날을 기념하는 날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유력하다)를 빼고는 발렌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에 선물을 주고받지 못한 남녀가 모여 자장면을 나누어 먹는 블랙데이, 숫자3이 겹치는 삼겹데이, 연인끼리 포도주를 마시는 와인데이 등 먹거리에 집중돼 있다. 이 중 와인데이는 고대 그리스에서 ‘술의 신’ 디오니소스가 10월 14일에 신의 제례를 지낸 것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수년간 진부하게 답습 되어온 ‘데이 마케팅’은 최근 들어 밀레니얼 세대의 핵심 소비 트렌드로 떠오른 펀슈머(Fun Sumer)의 확산에 제대로 편승한 모양새다. 재미와 소비자를 합한 신조어로 소비를 통해 재미를 경험하려는 세대들의 지갑을 열고 있다. 소주병 모양 디퓨저, 구두약 초콜릿, 유성 매직 음료, 딱풀 캔디 등 펀슈머 상품이 출시돼 큰 인기를 끌었으나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유·아동이나 노령층이 기존 물품의 상표, 포장과 오인해 섭취하는 안전사고가 빈번하다는 주장들도 있다. 국회는 지난 7월 보건복지위원회가 전체회의를 열어 식품이 아닌 물품의 외형을 모방한 펀슈머 식품을 금지하는 ‘식품 등의 표기·광고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가 LG생활건강, 서울우유와 함께 만든 ‘더바디 서울우유 콜라보 바디워시’는 서울우유 로고와 서체까지 비슷해 기존 제품과 혼동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뭇매를 맞았다. 일부매장에서는 바디워시가 서울우유와 함께 진열된 모습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비난 여론이 높았다. 당시 홈플러스 측은 기존 우유갑과 혼동을 막기 위해 펌핑 형태로 개발했으며 상품 앞면 하단에 바디워시 표기와 주의 문구를 부착했다고 해명했다.

 

펀슈머
인기 캐릭터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빼빼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는 편의점 업계는 총성없는 전쟁터다. (사진제공=세븐일레븐)

 

비록 MZ세대는 아니지만 펀슈머에 열광하고 여러 데이를 챙기는 기쁨은 반복되는 일상에 윤기를 더한다. 극렬한 육식주의자인 나는 육포데이(숫자 6육과 4four가 육포의 발음과 유사한 점에 착안해 한우 업계에서 데이마케팅으로 두루 활용되고 있다)와 삼결살데이 만큼은 챙기는 편이다.

육포는 지인들과 즐기는 이벤트라면 삼겹살만큼은 가족들과 함께하자는 나름의 룰도 정했다. 하지만 올해 내게 11월의 소확행을 뽑으라면 단연코 자유로운 삶을 지향하는 호랑이(뚱랑이) 캐릭터인 무직타이거다. 세븐일레븐의 이 아이템은 적어도 우리 동네에서 만큼은 구할 수 없는 귀하신 몸이다. 평소 만원에 4캔 하는 맥주를 한달 평균 29일 구매하는 편의점 사장님에게 따로 부탁해봐도 들어오자마자 팔려나가는 탓에 쟁여(?)놓을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온다. 오늘도 나는 쓸쓸히 중고앱의 키워드 알림에 ‘뚱랑이’를 추가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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