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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송년기획-올해의 인물] 윤여정, 미나리로 보여준 韓배우 위상… 세계가 '윤며들다'

한국 첫 '오스카 여우조연상'

입력 2021-12-31 07:00
신문게재 2021-12-31 6면

윤여정
(사진제공=후크엔터테인먼트)

올해 대한민국은 한마디로 ‘윤며들다’의 열풍이었다. 윤여정의 매력에 빠진다 혹은 스며든다는 뜻이다. 

 

윤여정은 1966년 T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불과 24살의 신인이었던 그는 김기영 감독의 1971년 ‘화녀’를 통해 한국형 팜므파탈의 극치를 보여줬고 이후 30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다채로운 캐릭터로 내공을 쌓았다.


결혼과 동시에 미국으로 건너간 뒤 이혼을 겪으며 홀로 두 아들을 양육했던 그는 생계형 배우가 돼 연예계에 복귀했다. 

 

90편이 넘는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며 “60살까지는 생계를 위해 하기 싫은 작품도 해야 했지만 61살부터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하고 싶은 일만 해야겠다는 생각에 ‘사치형 배우’가 됐다”는 말로 과거를 회상한다. 확실히 윤여정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노년의 활동이 도드라진다. 영화 ‘바람난 가족’ ‘여배우들’ ‘찬실이는 복도 많지’ 등 그가 출연한 화제작들의 면면을 보면 나이와 성별, 유명세까지 제각각인 감독과 캐릭터들의 향연이다.

직선적이면서도 친근한 특유의 어투는 MZ세대들에게 ‘휴먼여정체’라고 불리며 큰 인기를 끌었다.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직후 미국 언론들은 위트 넘치는 그의 수상소감을 최고로 꼽았다. 특히 “두 아들이 ‘일 나가라’고 한 덕분에 이 상을 받게 됐다”는, 워킹맘으로 치열하게 살아온 인생에 대한 솔직한 고백은 그에게 트로피를 안긴 영화 ‘미나리’에서 가족과 함께 아메리칸 드림을 위해 건너간 순자의 모습과 묘하게 오버랩된다.

‘미나리’는 지난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을 시작으로 다수의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100개 이상의 트로피를 받았다. 그 중 윤여정이 받은 연기상은 무려 38개. 1947년생인 74세 배우는 한해가 마무리 될 무렵 국내 시상식 무대에 올라 “좋은 얘기, 많은 얘기를 영화로 만들어 세계 사람들과 소통하고 나눴으면 좋겠다. 그게 내 바람”이라며 한국의 대중문화에 대한 격려를 남겼다. ‘갑자기 주목받은 K콘텐츠’의 비결을 묻는 외신에 대한 대답으로 “우리는 언제나 늘 좋은 영화, 좋은 드라마가 있었다”며 당당히 밝힌 에피소드와 함께.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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