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사설] 전세사기 피해 늘리는 불법 건축물 근절 못하나

입력 2024-09-22 14:13
신문게재 2024-09-23 19면

전세사기 지원 대책의 사각지대는 주택 유형의 특수성 때문에도 발생한다. 다가구·다세대 공동담보 피해, 신탁사기와 함께 피해자를 울리는 것이 불법 건축물이다. 국토교통부 자료에서는 올해 7월 기준 전세사기 피해주택 1만8789가구 중 불법 건축물이 1389가구에 이른다. 불법 개조하거나 용도 변경 건물이 피해주택의 7.4% 수준이다. 전세사기로 드러난 것만 이렇다면 불법의 보편화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편법과 불·탈법을 오가는 법과 제도의 부실로 생긴 일이다. 상층부에는 다세대·다가구 주택을 배치하고 저층부에 근린생활시설을 배치한 뒤 주거용으로 임대하는 ‘근생빌라’가 대표적이다. 등록만 근린생활시설로 하고 주거용 불법 개조가 활갯짓해도 손을 못 대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로 인한 피해자로 확인돼도 은행으로부터 건축물 유형상 대출 제한을 받는다. 무단 증축에 방 쪼개기를 해서 세입자를 들이는 행위가 어떻게 가능할 수 있는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피해주택 7채 중 6채가 다가구주택이고 7채 중 4채는 불법건축물이란 사례도 나와 있다.

작정하고 속이면 이길 수 없는 제도 자체를 방치해서 이런 것이다. 그렇다 보니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경매에 넘어가도 피해자들은 발만 구르기 일쑤였다. 피해자가 매입 후 이행강제금을 내거나 원상복구를 하기는 거의 불능의 영역이다. 제도의 허점으로 발생한 피해를 피해자가 온전히 감당하는 구조는 잘못됐다.

불법 건축물이기에 경·공매나 한국토지공사(LH) 매입이 어려웠던 부분은 결정적인 난점이었다. 다행히 11월 개정 전세사기특별법 시행으로 피해주택을 매수하고 경매 차익으로 피해자를 지원할 근거는 마련됐다. 신탁 전세사기 주택에 대해서도 LH 매수가 가능한 특례를 둔 것은 현실을 반영한 조치로 이해된다. 하지만 양성화 조치가 불법의 합법화 전례가 되지 않도록 유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불법 건축물을 임대하는 행위가 불법이 돼야 불법 건축물을 양산하지 않는다. 이행강제금 정도가 아닌 강제철거(행정 대집행) 등으로 응징했다면 이 지경으로 무분별한 불법 건축과 증축이 판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로 인한 건축물 안전 문제도 심각하다.

전세사기는 기본적으로 제도 공백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임대인이 의도적으로 불법 건축물임을 숨기면 임차인이 알아채기 어려운 구조부터 깨야 하는 이유다. 더 강력한 의지를 갖는다면 악성 부동산 및 임대인 관련 규정에는 아직 손질한 것이 남아 있다. 방심하면 불법 건축물과 전세사기는 언제라도 어깨를 나란히 한다.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