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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스케이프+Short Talk] ‘동시대 제작극장’ 출사표 던진 세종문화회관 안호상 대표 “우리에겐 좋은 관객들이 있다!”

입력 2022-02-26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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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상 세종문화회관 대표이사(사진=이철준 기자)

 

“국립극장 극장장으로 처음 갔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불안해요. 저는 늘 불안하고 실패할 것 같곤 해요. 예술의전당에서 일할 때도 그랬어요. 불안하고 실패할 것 같고 될까 싶고…그렇지만 저희에게는 좋은 관객들이 있습니다. 세종문화회관이 변하길 원하는 관객들의 강한 열망, 저는 그걸 믿습니다. 그 열망이 우리한테 가장 큰 자본이라고 생각해요.”



‘동시대 제작극장’을 공표한 세종문화회관 안호상 신임 대표이사는 “좋은 관객들”과 “그들의 강한 열망”에 대한 믿음을 단언했다. 

 

세종문화회관 대표 부임 140여일만인 21일 ‘예술단 중심의 제작극장’으로의 전향을 공표하는 자리에서 따로 만난 안호상 대표는 예술의전당 시작을 함께해 예술사업국장까지 역임했고 국립극장 시즌제 출범으로 성공신화를 만든 예술경영전문가다. 그런 그가 “실패할 것만 같은 불안함 속에서도 할 수 있었던 힘”은 “변화의 몇배에 달하는 반응과 응원을 보내주는 관객들”이었다.


◇시대에 발맞추기 위한 변화, 그 힘은 “좋은 관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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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상 세종문화회관 대표이사(사진=이철준 기자)
“변화를 바라는 열망에 부응하면 관객들은 외면하지 않아요. 단 한번도 그런 적이 없어요. 변화와 혁신에 언제나 제 예측보다 큰 반응을 보여주셨죠. 10~20%만 변해도 50% 이상의 반응을 보여주실 거고 50%를 변하면 150%를 환대해주실 거라고 믿어요. 그래서 지금 세종문화회관에 가장 중요한 건 10~20% 변화를 위한 발동을 걸 수 있느냐죠.”

그렇게 고심 끝에 마련한 ‘예술단 중심의 제작극장’이라는 방향성에 대해 안 대표는 “사실 예술단체 중심의 극장 운영이 세계적인 흐름은 아니다. 영국,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프랑스 등도 그렇다”며 “독일의 몇몇 주립극장이나 러시아 정도가 예술단체 중심으로 운영될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현실적으로 예술단 중심의 세종문화회관 운영을 바꾸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며 “달리 방법이 없어 ‘예술단 중심의 제작극장’이라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지만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제대로 하지 않으면 세종문화회관의 불안한 상태, 경영상의 불균형은 계속 될 수밖에 없어요. 그것이 곧 세종문화회관의 이미지가 될 테고 시민들이 극장에 보내는 신뢰를 훼손하죠. 우리의 운영이 아주 최신 스타일은 아니지만 시민들과의 소통 측면에서는 진지한 극장 정상화 노력이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어 안 대표는 “그동안 공공예술이 너무 시대에 뒤쳐져 있었다”며 “공공예술이 시대를 따라잡을 수 있느냐가 세종문화회관이 가진 가장 큰 숙제”라고 부연했다.

“그래서 그냥 ‘제작극장’이 아니라 ‘동시대 제작극장’입니다. 관객 요구를 앞서가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맞춰는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작품을 무대에 올릴 수 있느냐, 참여 예술가들이 이 시대 대중들의 기대에 맞는 감성을 무대에서 제공할 수 있느냐가 핵심 요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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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단 중심의 제작극장’으로의 전환을 공표한 세종문화회관 안호상 대표(가운데)와 김성국 서울시국악관현악단·서울시청소년국악 예술감독(왼쪽부터),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 예술감독, 정혜진 서울시무용단 예술감독,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 예술감독, 문삼화 서울시극단 예술감독, 박종원 서울합창단·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 예술감독(사진=이철준 기자)

 

안 대표의 말처럼 세종문화회관에는 9개의 산하 예술단체 운영 중이다. 그간 세종문화회관 산하 단체들은 안전 위주의 운영체계, 작품 완성도 문제 및 단원들의 경쟁력 저하, 이로 인한 외부 인력 의존도 상승, 경영 불균형의 원인 등 부정적 평가를 받아 왔다. 세종문화회관 구성원 및 예산의 40% 이상이 예술단체에 편성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같은 상태에서 ‘예술단 중심의 동시대 제작극장’은 자칫 무모한 도전처럼 보일지도 모를 일이다.

이에 대해 안 대표는 “시립단체 단원들 개별적으로는 어느 수준 이상의 예술적 역량 갖추신 분들”이라며 “단체의 활동이 미진해 예술적 긴장감이나 기량이 계속 유지되지 않은 측면도 있지만 단원들 기량 때문에 서울시예술단 작품들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의견을 밝혔다.

 

“물론 스타 단원들이 나올 필요도 있지만 더 중요한 건 작품의 콘셉트나 포맷이죠. 어떤 방식으로 대중들에게 보여줄 것인지 기획과 제작 측면의 요소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종문화회관의 핵심은 산하 예술단체들입니다. 세종문화회관의 예술적 가치를 책임지는 건 예술단들이거든요. 그 동안은 예술단 스스로도, 세종문화회관 자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이어 안 대표는 “예술단 변화의 가장 큰 핵심은 공연 프로그램 횟수의 변화다. 사실상 이뤄지면 단체변화는 자연히 이뤄질 것”이라며 “단체의 공연 횟수를 늘기 위해서는 예산 증가, 다원들의 연습량 및 공연 참여량 증가 등이 필수”라고 덧붙였다.

이에 세종문화회관은 서울시예술단 제작 공연을 중심으로 봄과 가을·겨울 시즌 그리고 실험과 도전을 수행할 여름시즌 ‘싱크 넥스트’(Sync Next)로 전열을 가다듬는다. 서울시극단의 ‘불가불가’로 문을 여는 봄 시즌(3월 26~6월 26일)은 서울시예술단 공연 8편과 기획공연인 세종체임버시리즈 ‘디어 슈베르트’로 구성된다.

가장 동시대 예술로 내일의 예술을 만나기 위한 컨템포러리 시즌인 ‘싱크 넥스트 22’(3월 26~9월 4일)에서는 안은미, 장영규, 백현진,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김혜경, 태싯그룹, 이날치, 김치앤칩스 등과 현대무용, 국악, 창작오페라와 뮤지컬, 오디오 비주얼 퍼포먼스, 뉴다큐멘터리 연극, 설치미술 등 다양한 장르와 예술가들이 결합해 실험하는 12편이 관객들을 만난다.


◇변화와 혁신의 신호탄 ‘싱크 넥스트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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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상 세종문화회관 대표이사(사진=이철준 기자)

 

“분산된 그 생각을 하나로 만드는 과정이 쉽지는 않을 거예요. 불편한 일들도 분명 생기겠죠. 그럼에도 극복해 한 방향으로 가야죠. 하루 아침에 되지는 않겠지만 완성도 높은 대표 레퍼토리들을 개발하고 스타 단원들을 육성하는 등 성공모델을 찾아가면 새로운 가능성돠 희망이 분명 생길 겁니다.”

이를 위해 안 대표는 꽤 오래 공석이던 서울시뮤지컬단과 오페라단, 국악관현악단 및 청소년국악단 합창단·소년소녀합창단의 수장을 단체 특성에 맞게 임명했다. 안 대표는 “단장 역할은 아트디렉터, 제너럴 매니저, 프로듀서 등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우리 단체가 가진 결핍과 문제 해결을 위해 조금씩 다른 특성의 수장들을 모셨다”고 전했다.

안 대표의 전언처럼 뮤지컬단과 오페라단 수장은 프로듀서형인 전 서울예술단 공연기획팀장 출신의 김덕희 단장과 성악가이자 단국대 성악과 교수인 박혜진 단장을, 국악관현악단·청소년국악단과 시합창단·소년소녀합창단은 아트디렉터형의 김성국 중앙대·박종원 미 위스콘신대 교수를 단장으로 선임했다.

안 대표는 예술단원들의 기량과 경쟁력을 높이는 시스템에 대한 질문에는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전통적인 과거 오디션이나 운영에는 호의적이지 않다. 연말 등 정례 오디션을 통해 기량을 평가하는 방식은 유효하지 않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단체 내 배역을 위한 오디션 등 과거 운영을 대신할 다양한 안들이 마련돼 있으니 실행할 생각”이라고 부연했다.

“세종문화회관 변혁의 노력에서 가장 중요하고 최우선시 해야 할 것은 단원들의 예술적 기량이나 경쟁력이 아니라 작품 라인업과 예술적 방향성입니다. 그 신호탄은 여름 시즌인 ‘싱크 넥스트 22’죠. 좀 과격하지만 세종의 변화를 직접적이고 단적으로 보여드릴 수 있도록 극단적으로 가보려고 합니다. 이를 통해 관객들의 반응을 실감한다면 변화에 대한 희망과 확신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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