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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베토벤 호랑이' 강형구 작가 “용기내 본성대로 살라는 경고이자 기원”

[허미선 기자의 컬처스케이프]

입력 2022-03-04 18:45
신문게재 2022-03-04 11면

강형구 작가
강형구 작가(사진=허미선 기자)

 

“사실은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 호랑이를 그리고 싶었어요. 이미 그려놓기도 했죠. 하지만 다빈치는 소띠더라고요. 그래서 실제로 1770년생 범띠인 베토벤 호랑이로 결정했죠.”



‘Amulet_호령展_범을 깨우다’(이하 호령展, 3월 9일까지 갤러리원, 3월 11~31일 부산신세계샌텀시티) 개막 현장에서 만난 강형구 작가는 출품작 중 하나인 ‘베토벤 오브 더 블랙 타이거’(Beethoven of the Black Tiger)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호령’展은 2022년 검은 호랑이해 임인년(壬寅年)을 맞아 “호랑이의 영험한 기운을 온 국민에게 전달하기 위해 기획된 특별전시”다. 부적을 뜻하는 ‘Amulet’과 매년 새해 초 그 해를 상징하는 동물을 주제로 하는 아트 시리즈 프로젝트의 세 번째 특별전시로 올해는 원화와 이를 바탕으로 한 디지털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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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구 작가(사진제공=레이빌리지)

강형구를 비롯한 박대성, 김선두, 이재삼 등 회화 거장들과 이이남, 김정기 등 디지털·미디어아트·라이브드로잉 아티스트, 젊은 애호가들이 열광하는 찰스장, 요요진, 코마, 콰야 그리고 아트테이너 구준엽, 김규리 등 38명의 작가들이 저마다의 방식대로 표현한 호랑이들이 전시된다.

 

세계진출에 뜻을 두고 있다는 ‘호령’展은 갤러리원에서의 원화 전시를 비롯해 LG전자와 함께 하남스타필드에서 선보이는 디지털 작품, 메타버스 구축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며 NFT(대체불가토큰 Non-Fungible Token)로 소장도 할 수 있다.


◇움직이는 베토벤 호랑이 “나만의 색으로 감상하시길!”

“알루미늄 재질을 활용한 발광으로 고정된 그림이 아니라 움직이는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자연에 나가면 그림의 색도 변해요. 실내에서도 조명, 커튼 색에 의해 변하죠.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 그림을 걸어두면 자신만의 색을 즐길 수 있도록요.”

이번 전시에 강형구 작가가 출품한 작품 중 하나인 ‘베토벤 오브 더 블랙 타이거’는 캔버스가 아닌 알루미늄 패널에 그려진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초상화로 그 스스로의 설명대로 “제 작품 특징을 담은 베토벤의 확대된 얼굴”이다.

마치 사진처럼 표현했지만 이는 세상에 없는 베토벤의 얼굴이다. 그 얼굴의 주름을 호랑이 털처럼 표현한 ‘베토벤 오브 더 블랙 타이거’(이하 베토벤 호랑이)와 더불어 전시된 ‘게이즈 오브 제너러시티 1, 2’(Gaze of Generosity 1, 2) 역시 호랑이의 확대된 얼굴로 안광이 유난한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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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구 작가의 작품들(사진=허미선 기자)

 

담배 연기를 내뿜는 빈센트 반 고흐, 담배를 문 오드리 햅번,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나이가 훨씬 많이 든 마릴린 먼로와 앤디 워홀 등 그는 스스로의 표현처럼 “잘 알려진 사람의 얼굴을 통해 시대와 역사를 그리는 작가”다. “사람들 중에서도 호랑이를 닮은 느낌을 가지는 경우가 있다”는 그 역시 호랑이의 형상을 하고 있다.

“하지만 호랑이 눈빛을 닮았다고 해서 다 호랑이와 어울리는 건 아니에요. 베토벤은 실제로 범띠이기도 하고 호랑이와 잘 어울리기도 하죠. 알루미늄 질감을 살려 단정히 빗기 보다는 흐트러진 머리카락으로 발광효과를 냈어요. 사실은 거짓말이죠. 머리카락이나 눈빛 등은 제가 창작하고 지어내 그린 거니까요. 실제 베토벤보다는 저만의 상상을 섞는 동시에 대중이 실감하는 ‘베토벤’의 최대공약수죠.”


◇발광하는 눈의 경고 “호랑이다운 호랑이 같은 존재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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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구 작가(사진=허미선 기자)

“제 작품의 특징은 확대된 얼굴이기도 하지만 제 주제가 잡혀 있는 건 발광하는 눈입니다. 지금까지 제 작업형태는 늘 눈동자를 감상자와 맞추는 방식이었어요. 눈이 호랑이의 감정과 메시지를 이빨 보다 잘 드러내는 것 같거든요. 그 눈빛에 관람자가 비춤으로 인해 저마다 다른 느낌을 받아요. 극사실적인 요소가 있지만 실제로는 뿌옇게 만들고 아른아른하죠. 내가 빨려들어가든 그 그림이 나한테 빨려오든 직접적인 교감을 할 수 있달까요.”


그리곤 “눈빛이 감상자들과 마주치는 그림은 소통이 더 빠르고 감동도 굉장히 배가한다”고 부연했다. 

 

그렇게 빛나는 눈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 대해서는 “경고”라며 “내가 나한테 하는 경고든, 사회를 향한 호랑이의 경고든 주제는 경고”라고 재차 강조했다. 

 

“겉모습은 호랑이지만 사실은 동물원에서 사육되고 있는 호랑이가 야생에서 존재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을 빗댄 작품들이기도 하다.
 

“사람으로 치면 제도권에 길들여진 부자유스러운 상태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자기가 아닌 남을 중심으로 한 인생, 그런 사람들을 향한 야생의 경고죠. 세 그림 다 그 점을 강조하고 있어요. 특히 베토벤 호랑이는 사라져가는 청각 등을 극복하고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지켜내기까지 얼마나 울분이 컸을까를 생각하면서 그렸어요. 지금 사람들이 용기 있는 인생을 사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를 바랐죠. 인간에 의해 사육당하지 않은, 설사 굶거나 얼어죽을지언정 야생에서 자신의 본성을 다해 살아가는 진정한 호랑이같은 존재들이 각계각층에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희망과 허구의 현실화, 그것이 인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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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구 작가의 ‘베토벤 오브 더 블랙 타이거’(사진=허미선 기자)

  

“어차피 그림은 허구입니다. 허구를 즐기는 것은 작가의 특권이자 그리는 보람이기도 하죠. 리얼리즘이 결코 아닙니다. 재생이 아니라 허구, 없는 것 그리고 희망·경고 등 보이지 않는 것을 그려 현실화하는 작업이죠. 그렇게 희망과 허구가 현실화되는 것이 인류 역사였어요.”

이번 전시는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작품도 만날 수 있다. 기술이 가미된 작품들에 대해 “기술보다 작가의 감정과 메시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 강형구 작가는 “(기술의 활용으로 인해) 보다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현재 NFT 작품은 눈 깜빡, 입가의 표정 등 미세한 움직임을 가미 시킨 동영상이에요. 앞으로 디지털 작품도 테크닉 보다는 실제 작가의 감정이 들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시도한 베토벤과 호랑이 얼굴의 합성이 움직임으로서 베토벤 호랑이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강화시킬 수 있었죠.”

 

강형구 작가
강형구 작가(사진=허미선 기자)

  

이어 “그런 식으로 동물이나 호랑이를 닮은 내 얼굴을 그릴 수도 있고 예쁜 여자의 얼굴도 호랑이로 표현이 가능할 것 같다”며 “앞으로 마릴린 먼로 호랑이 그리고 자화상 호랑이도 작업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자신의 그림을 “없는 것 그리고 보이지 않는 것을 현실화하는 작업”이라 정의한 강형구 작가에게 허구나 보이 않는 것들 중 현실화되기를 바라는 것에 대해 묻자 “AI(인공지능)”라고 답했다. 

 

“궁극적으로 AI는 회화로 볼 때 하나의 작가의 마음입니다. 작가 개인의 AI는 양심의 실현이고 나를 가장 닮은 화가일 겁니다. ‘나에게 그런 AI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건 제 마음, 양심을 그대로 실현하고 싶다는 바람이니까요. 지금까지도 그런 자세로 그려왔지만 앞으로도 그러고 싶다는 의지죠. 그것이 제가 가장 바라는 AI예요. 그렇게 AI는 유토피아 운동이자 밝은 사회운동이어야 하고 평화스러워야 합니다. (제가 꿈꾸는) 그런 AI처럼 사회현상이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담대하고 겸손하게 “그려야할 것은 많고 인생은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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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구 작가(사진=허미선 기자)

“그려야할 건 많고 인생은 짧습니다. 그래서 큰 계획보다는 제가 시도하고 싶었고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꼭 하는 게 계획이에요.”


여전히 “표현할 게 너무 많다”는 강형구 작가는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건 뱀”이라며 “전설로 내려오는 메두사의 얼굴을 그리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그건 오래 전 계획이었어요.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리얼리즘으로 표현되는, 마치 실존하는 것 같은 느낌을 올해도 계속 표현할 겁니다. 예를 들어 (36세에 세상을 떠났으니) 68세, 90세가 된 마릴린 먼로는 이 세상에 실제로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걸 그림으로 현실화할 수는 있죠. 그렇게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앞으로도 계속 그려나갈 겁니다.”  

 

그렇게 “존재할 수 없는 상황을 감상자들에게 제공함으로서 볼거리와 감상의 폭을 넓히겠다” 전한 강형구 작가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힘겨운 시기를 오래도록 견디고 있는 이들에게 “담담하고 겸손하게”를 강조했다.

“코로나19는 우리를 정신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상당히 지치게 하고 있죠. 하지만 코로나에 너무 기죽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어차피 벌어진 상황이니 너무 탓하거나 기죽지 말고 담대하게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쓰면서 (마스크를) 쓰지 않았을 때가 얼마나 고마운 상황이었는지를 인식하게 됐음을 감사하면서요. 코로나 사태는 하나의 거대한 자연현상이에요. 아무도 끌 수 없는 캘리포니아 산불과도 같죠. 우리가 통제할 수 없어요. 자연진화돼야 하는 우주의 법칙이자 자연현상이거든요. ‘자연재해’라는 넓은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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