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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보육원 출신 청년 알고보니 ‘자립지원금’ 못 받았다… “복지 사각지대 발생”

만8세 부모와 분리… 11세 재분리
통고제도로 보호치료시설로 전원
자립지원금 등 정부 지원 못 받아
아동복지체계 사각지대 개선 필요

입력 2022-09-06 19:03

아동카드 모자이크
브릿지경제가 입수한 김 양의 상담일지

 

지난달 24일 광주에서 극단 선택을 했던 보육원 출신 김민지(19·가명) 양이 자립지원금을 비롯한 정부지원금을 단 한 푼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양의 보호조치가 아동양육시설이 아닌 보호치료시설에서 종료돼 중도퇴소로 처리됐기 때문이다.



7일 브릿지경제가 입수한 김 양의 상담일지에 따르면 김 양의 부모는 모두 장애를 갖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 2011년 아동전문상담원이 김 양의 가정에 방문해 양육 상황을 점검한 결과 김 양의 부모가 김 양을 제대로 양육할 수 없다고 판단해 김 양을 그룹홈으로 분리 조치했다.

만 8세의 어린 나이에 부모와 분리 조치 된 김 양은 심리적으로 상당히 불안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양은 보육시설 상담 과정에서 계속해 아버지와 생활하고 싶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고 시설이 이를 받아들여 2014년 원가정으로 김 양을 복귀 조치했다.

그러나 원가정으로 복귀한 후에도 김 양의 양육환경이 나아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자 지자체는 2015년 김 양을 다시 분리 조치해 아동복지시설인 ㄱ육아원에 입소시켰다. 문제는 ㄱ육아원에서 생활하던 김 양을 시설장인 A씨가 통고제도를 통해 ㄴ치료보호시설로 전원(이동)시켰다는 점이다.

통고제도란 범죄를 저지른 만10~19세 미성년자를 발견했을 때 보호자나 학교, 사회복지시설, 보호관찰소의 장이 관할 법원 소년부에 직접 재판을 요청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는 지난 1963년 소년법 제정 때 도입된 것으로 청소년의 비행을 사전에 막는다는 취지에서 활용되고 있다.

결국 김 양은 시설장의 통고로 인해 6호(소년보호시설 등에 감호 위탁) 처분을 받았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B씨는 “김 양은 보육시설에서 어떠한 범죄 행위를 하지 않았음에도 시설장 개인의 판단으로 통고처분을 받게 됐다. 김 양이 왜 비행청소년으로 낙인찍혔는지 그 과정이 의아하다”고 전했다.

보호시설아동의 복지를 연구하는 이형섭 대전보호관찰소장은 ‘시설보호아동의 복지 관점에서 본 소년법상 통고제도’ 논문에서 “통고제도에 있어서 5, 6호 처분은 소년의 비행 성향보다 소년을 둘러싼 보호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 여부다. 한 마디로 ‘비행 성향이 심하지 않지만, 보호 환경이 미약하고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는 소년에게 부과하는 처분’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시설보호아동은 시설에서 보호받고 있기 때문에 판사가 참고하는 보호 환경은 시설의 환경이다. 그러기에 보호 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은 시설의 환경이 열악한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통고된 시설보호아동에 내려지는 6호 처분은 아동이 지내는 시설이 바뀌는 표류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더 있다. 김 양이 ㄴ보호치료시설로 이동된 건 만 18세가 되기 1년 전. 만약 김 양이 ㄴ보호치료시설에서 보호조치가 종료되면 자립지원금은 물론 정부지원금을 단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된다. 본래 법원의 6호 처분 기간은 6개월. 김 양의 사정을 딱하게 여긴 ㄴ보호치료시설의 관계자가 김 양을 원 시설인 ㄱ육아원으로 복귀하고자 했으나 ㄱ육아원은 이를 거절했다는게 관계자의 증언이다.

결국 김 양은 ㄴ보호치료시설에서 보호기간을 6개월 연장했고 그 곳에서 보호가 종료됐다. B씨는 “김 양은 만 18세가 되기 직전 갑작스레 ㄴ보호치료시설로 이동됐고 원 시설로 돌아가는 것마저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김 양은 정부지원금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굉장히 낙담했다”고 토로했다.

상황을 종합해보면 김 양은 어린 시절 부모와 분리돼 보육시설에서 삶을 살아가다 어떠한 이유로 보호치료시설로 옮겨진 뒤 그곳에서 보호조치가 중단됐다. 그렇게 보호중단아동이 된 김 양은 원가정으로 귀한 후 ‘삶이 고달프다’는 유서를 남겼다.

이와 관련 브릿지경제는 ㄱ보육원과 ㄴ보호치료시설, 김 양의 소재지인 광주시 광산구청에 연락을 취했으나 세 기관 모두 취재를 거부했다. 보건복지부도 ‘개인정보’의 사유로 답변을 거부했다. 다만 복지부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 지원 체계 개선 전담팀’을 발족하고 김 양에 관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으며 김 양이 겪었던 복지 사각지대 부분은 개선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답했다.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시설보호아동이 국가가 개입해 사회적 보호를 받는 아동인데 이러한 아동이 시설장 통고를 통해 다시 국가가 형사적 제재의 절차로 진입시키는 것은 국가가 아동보호의 실패를 무책임하게 아동 개인의 비행으로 전가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 시설보호아동의 궁극적인 보호책임은 국가(지방자치단체장)에 있고 이러한 방향으로 아동복지법이 개정되는 추세를 반영해 시설장 통고 조항이 하루빨리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통고제도를 통해 보호치료시설을 다녀온 아이들을 원 시설에 받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김 양 사례처럼 중간퇴소를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결국 정부의 지원을 하나도 받지 못하게 된다. 이 부분이 바로 우리나라 복지체계의 사각지대다. 정부가 나서서 이 부분에 대한 개선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가정외보호체계에서 통고 전 심의절차를 도입해 아동이 어떤 이유로 통고를 받는지 어떤 절차를 겪게 되는지 설명해야 한다. 통고된 가정외보호 청소년이 보호처분을 받는 동안 아동복지시설의 시설장과 시설종사자들도 법원의 부모교육 명령제도 교육대상이 돼 부모교육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세종=이정아 기자 hellofeliz@viva100.com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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