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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군 대의면 김정수씨, 경상국립대 최고령 박사학위 취득

고향 의령의 식물자원에 관한 기초연구 매진
김 박사, “당장 돈 안 돼도 미래목 많이 키워야”

입력 2023-03-24 15:29

72세 박사 의령 만학도
의령군 대의면 김정수씨. 의령군 제공.
의령군에 올해 나이 72세의 박사가 탄생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대의면에 거주하는 김정수씨다.



경상국립대학교 대학원 산림자원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밟은 김 씨는 지난달 24일 학위를 받고 졸업했다. 여태까지 경상국립대에서 탄생한 박사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다.

김씨는 학위논문으로 고향 의령의 식물자원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다. 자굴산·한우산·의령 남강 일대의 식물자원을 조사하고 분석해 의령 자연 자원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자연 보전과 기후변화에 따른 기초자료를 얻는 연구 성과를 냈다.

김씨는 평생을 고향에서 논농사를 짓고, 축사를 운영하며 낙농업에 종사했다. 종손으로 산지를 물려받고 임업후계자 일까지 맡게 되면서 그때부터 나무와의 질긴 인연이 시작됐다. 그는 “‘산림 자원화’에 대한 평소 관심과 이를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박사학위까지 이끈 원동력”이라고 전했다.

산에 대한 그의 지론은 분명했다. “지금 대한민국의 산은 ‘유골 지키는 산’ 그 이상의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산이 방치돼 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으며 단지 벌초 때만 오르는 ‘죽은 산’이 됐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지금 빈번하게 발생하는 산불 또한 산을 잘 관리하지 못해 일이 커진다”며 “‘관리하는 산’은 나무 밑이 깨끗하고, 흙이 푹신푹신해서 불이 적게 난다”고 했다.

‘살아 있는 산’을 만들기 위해 김씨는 지금 40ha의 편백을 심고 있다. 김씨는 “편백 식재 범위를 계속 늘려 나중에 죽을 때 후손들에게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이어 “당장 돈이 된다고 해서 산에 유실수를 많이 심으면 안 된다. 우리 미래 세대를 위해서는 편백과 같은 장기수·미래목을 심어 산이 주는 ‘공익적 가치’를 남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령임에도 논문을 위해서 식물이 무성한 여름날에만 여러 차례 산에 오르고, 1000여 종의 식물 이름을 일일이 대조해 가며 공부한 것도 ‘고향 사랑’이 절실한 이유였다. 김씨는 “내 고향 명산인 자굴산과 한우산을 조금이라도 알릴 수 있고, 이 연구를 통해 다음 세대가 의령의 산과 나무를 더욱 잘 가꿀 수 있겠다는 생각에 포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씨는 의령 나무 자랑에도 열을 올렸다. 감나무 중 우리나라 최초로 천연기념물(제492호)로 지정된 정곡면 백곡리의 수령 500년 된 감나무, 8·15 광복을 예언하는 전설을 가진 300년 이상 된 정곡면 성황리 소나무(천연기념물 제359호)를 의령 대표 나무로 소개했다. “특별히 소방의 날인 11월 9일을 언급하며 이날을 달력에 기록했다가 의령 자굴산에 오면 소방차보다 더 빨간 ‘절정의 단풍’을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마지막으로 72세 만학도는 박사학위의 결실을 지도교수와 젊은 연구원들의 헌신으로 돌리며 “나는 이제 여생이 얼마 안 남은 시들어 가는 나무이다. 하지만 우리 젊은 후손들은 앞으로 더 크고 울창해질 아름드리나무”라며 “나약한 나도 했는데 젊은 사람이 못 할 일이 없다. 힘내서 끊임없이 도전해라”고 응원했다.

경남=정도정 기자 sos683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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