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자로 선정된 고규영 한국과학기술원 특훈교수(기초과학연구원 단장)가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연합) |
올해 최고 과학기술인에 고규영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특훈교수(기초과학연구원 단장, 65세)가 선정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2023년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자로 고규영 카이스트 특훈교수를 선정했다고 2일 밝혔다.
고규영 교수는 뇌 속 노폐물 배출경로, 림프절에 도달한 암세포 생존 전략을 규명하는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이루고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 과학학술지인 네이처와 사이언스 등에 발표해 림프관 분야에서 연구 동향을 선도하는 등 한국의 연구수준을 세계적으로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과기정통부는 설명했다.
과기정통부 설명에 따르면 고 교수는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을 유발하는 뇌 속의 노폐물이 뇌 밖으로 배출되는 주요 경로가 뇌 하부에 있는 뇌막 림프관임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또 같은 연구에서 나이가 들어갈수록 노폐물 배출 능력이 떨어지는 뇌막 림프관 기능 저하를 함께 확인했다. 이 연구 결과는 뇌의 인지기능 저하,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 치료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고 교수는 림프관 경유 암세포가 림프절로 전이하기 위해 지방산을 핵심 연료로 활용한다는 사실도 처음 규명했다. 기존 연구에서는 대부분의 암세포가 포도당을 주 에너지원으로 쓴다는 것이 정설이었지만 고 교수는 기존 암 연구와는 다른 접근법을 적용해 면역기관인 림프절에 전이돼 성장하는 암세포의 생존 전략을 규명했고 이 연구 결과는 향후 암 치료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는 토대가 되고 있다고 과기정통부는 밝혔다.
이 외에도 고 교수는 암성장과 림프절 전이에서의 암혈관과 림프관의 특성, 쉴렘관(각막주위 림프관)의 항상성 유지와 녹내장 발생 원인을 규명하는 등 림프관 관련 연구에서 선도적인 성과도 도출했다.
고 교수는 전북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1983년)하고 전북대 대학원(의학)에서 석사(1985년)·박사(1991년) 학위를 취득했다. 전북대 의대 교수(1995년~2001년)와 포항공과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2001년~2003년)를 거쳐 2003년부터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특훈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연구 중심 의사과학자로서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면서 의과학분야 석·박사 등 인재를 양성하고 국제혈관생물학회(IVBM) 회장을 역임했다. 지난 2015년 7월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연구단 단장으로 선정돼 연구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고 교수는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을 유발하는 뇌 속의 노폐물이 뇌 밖으로 배출되는 주요 경로가 뇌 하부에 있는 뇌막 림프관임을 세계 최초로 규명한 데 대해 “우리 몸에서 뇌가 가장 활동을 많이 하는 장기이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가 많은 만큼 노폐물과 독성물질들을 많이 생성한다”며 “이 물질들이 150㎖의 뇌척수액에 녹아 있는데 배출되려면 림프관을 경유해야 하지만 그 배출경로가 확실하지 않은 상태로 난제로 남아 있었다. 이를 밝히고자 우리 연구팀이 도전해 개가를 이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발견한 뇌막 림프관을 통해 배출되는 뇌척수액이 나이가 들면서 점점 감소한다. 이 때 노폐물이 너무 많이 뇌에 쌓이면 치매 같은 뇌퇴행성 질환이 발생한다”며 “따라서 이 배출을 원활하게 해주면 치매 방지 및 진행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앞으로 연구 방향에 대해 “코로나19 이후 우리의 모세혈관 및 림프관 연구방향을 머리(뇌 포함)와 목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며 “현재 정말 흥미로운 결과들이 많이 나오고 있고 치매 치료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차원의 신약이 나오도록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지금도 하는 연구에 대해 배가 고프다. 연구실 책상에 앉아서 죽는 것이 꿈”이라고 덧붙였다.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은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연구성과를 이룬 과학기술인을 발굴해 국민에게도 널리 알려 명예와 자긍심을 높이고자 2003년부터 선정·시상해온 한국 최고 권위의 과학기술인상이다.
올해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은 지난해 말부터 공모와 발굴, 추천을 통해 접수한 후보자 총 23명을 대상으로 3단계 심사과정(전공자심사-분야심사-통합심사)을 거쳐 최종적으로 수상자 1명을 선정했다. 정부는 올해 고 교수를 포함해 그동안 총 46명의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을 선정해 시상했다. 과기정통부는 오는 5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개최하는 제1회 세계한인과학기술인대회 개회식에서 수상자에게 대통령 상장과 상금 3억원을 수여한다.
고 교수는 이번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에 대해 “기쁘다. 이제까지 같이 연구해온 연구원, 학생연구원, 국내외에 계신 동료연구자들에게 마음을 다해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세종=이원배 기자 lwb2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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