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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백년 대출’ 규제, 가계부채 ‘구제’ 카드인가

입력 2023-08-28 14:08
신문게재 2023-08-29 19면

주택경기 개선이 가계대출 급등을 부르고 그것이 소비 회복을 제약한다. 주택 가격 상승에도 대출 상환 부담에 소비 증가 효과를 상쇄한다고 28일 한국은행은 설명했다. ‘민간소비 회복 모멘텀’에 초점을 맞춘 분석이다. 하우스 푸어 이야기로 돌아가면 다중 채무자의 평균은 소득 60%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쓰는 처지다. 최근 늘어난 빚의 상당 부분은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로 화살이 돌려진다. 그 영향이 크다. 연령 제한 등 대출 제한 카드가 발동되기 전 막차를 타려는 심리가 작용한 듯하다.

집값이 오르자 다시 은행권 조이기 분위기다. 시중은행들이 속속 출시한 반백년 대출(50년 만기 주담대)을 가계대출이 증가한다며 한 달 만에 브레이크를 밟겠다 한다. 정책에는 유연성과 함께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상품 가입 연령을 만 34세 이하로 제한하면 다른 연령대와의 형평성은 또 어떻게 하려는가. 30대는 주택 매매 비중이 높아 주택 매수세를 잠재우는 효과가 얼마간 있을 것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좋고 안정적인 점도 가계대출 증가 배경이 된다.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말하던 때와 다르게 가계부채 증가 책임을 은행에 미루는 것은 처음 보는 현상은 아니다.

유동성을 감소시켜 주택구매능력을 떨어뜨리는 정책이 결국 신용 좋은 사람만 돈을 빌릴 수 있는 제도가 된다는 점 또한 문제다. 주담대 금리가 오르면 주택 매입 시 대출의존이 낮은 쪽보다 자금이 부족한 실수요자의 주택 구매 심리가 위축되는 건 당연하다. 다른 각도에서 자산불평등을 키우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가계대출은 빤히 알면서 피할 수 없는 ‘회색 코뿔소’ 같은 측면이 있다. 빚을 늘리지 않아야 하지만 급한 가계부채 축소, 즉 디레버리징 역시 경제에 충격을 준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예외 대상 축소와 만기일시상환 대출 가산금리 적용 등에도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가계부채 상승 흐름을 끊기 위한 50년 만기 주담대 대출 제한이 DSR 규제를 풀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되고 있다. 그런데 가계 부문 DSR은 13.6%로 소득에 비해 빚 상환 부담이 높다. 소득과 신용도까지 낮은 대출자의 DSR은 말할 것도 없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79조원을 넘고 DSR 규제 바깥의 빚이 100조원을 넘는다. 가계대출이 늘면 내년 4·10 총선을 앞두고 집값이 오르지 않을지 신경 쓰일 것이다. 그보다는 DSR 규제가 가계부채를 구제(救濟)하는 최후의 보루처럼 쓰이는 현실을 중시해야 할 것 같다. 어떤 정책을 펴든 가계부채에 대한 튼실한 방어벽은 쌓아 두자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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