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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 2080] 20년 전 그대로 인 상속 세제, 이제 뜯어 고칠 때가 됐다

입력 2023-11-1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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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조세연구포럼

 

20년이 넘도록 거의 토씨 하나 고쳐지지 않고 유지되고 있는 상속세제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조세 전문가 사이에서는 물가상승이나 납세자 세 부담을 반영하지 않은 채 20여년 째 그대로인 세율과 과세표준을 반드시 뜯어 고쳐 선진국형 상속세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박성욱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교수 등 한국조세연구포럼 회원들은 포럼 학술지인 ‘조세연구’ 최신호에 실은 ‘상속세 세율 및 인적공제에 관한 개선방안 연구’ 논문을 통해,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고 적용 구간도 ‘30억원 초과’에서 ‘50억원 초과’로 높일 것을 제안했다.

이들이 상속세제 개편을 주장하고 나선 이유는 크개 두 가지다. 먼저, 현행 과세표준 구간이 그간의 물가 상승 등의 경제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의 경제 성장과 자산 가격 상승 등 물가 변화를 반영하면 사실상 최고세율 적용 과세표준 구간의 범위가 넓어졌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또 다른 이유 하나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우리 상속세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1년 현재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 50%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최고세율(27.1%)의 거의 2배에 가깝다. 최대주주 지분에 적용되는 최대 60%의 실효세율까지 감안하면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이들은 특히 소득세와 상속세의 상호 보완적 기능이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상속세가 높으면 대개는 소득세가 낮은 것이 전 세계 거의 공통의 세제 시스템인데, 우리는 상속세가 최고 50% 세율이 적용되는 상황에서 소득세 역시 최고 45%로 거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조세연구포럼은 이에 현행 과세표준 구간을 5단계에서 4단계로 줄이고, 최고세율 적용 구간도 30억원 초과에서 50억원 초과로 상향해 납세자의 세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세표준 10억원 이하 구간에는 세율 10%, 10억원 초과∼30억원 이하는 20%, 30억원 초과∼50억원 이하는 30%, 50억원 초과 시 40%를 제시했다.

이들은 상속세 세율을 피상속인과 상속인의 관계에 따라 차등세율로 전환할 것도 함께 제안했다. 상속세가 있는 23개 OECD 국가들 가운데 18개 나라가 직계비속에 대해선 상속세를 면제하거나 차등세율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20여 년 째 요지부동인 징벌적 상속세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사실 학계와 경영계를 중심으로 끊임 없이 제기되어 왔다. 상속세율 인하, 가업상속공제 및 연부연납 확대, 그리고 일부에서는 기업상속주식에 대한 자본이득세 도입 방안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가업을 승계하고 싶어도 과도한 상속세율 때문에 포기하는 사례가 늘면서 상속세제 개편의 필요성이 대두되곤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반 기업 정서가 강한 정치권의 삐뚤어진 시각이 법 개정에 발목을 잡았고, ‘부자=불로소득’이라는 ‘부’에 대한 일반 국민의 편향된 시각도 한 몫 했다.

하지만 이런 왜곡되고 편향된 시각 탓에 우리는 그동안 심각한 국부유출과 고용 감소, 성장 둔화 등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떠안아야 했다. 오너 체제보다 전문경영인 체제가 훨씬 깨끗하고 성장지향적이라는 지나치게 단순화된 선동 논리에 빠져 최대 주주할증과세라는 전대미문의 규제를 만들어 ‘창업 경영’의 경쟁력을 갉아 먹게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이제 상속세제를 현실에 맞게 고칠 때가 되었다고 말한다. 이들은 단기적으로는 현행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적용 대상을 모든 기업으로 확대하고, 연부연납 기간을 연장해 상속세 일시납부에 따른 자금압박을 줄여 주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장기적으로는 조세형평성 유지 차원에서 ‘자본이득세’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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