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브릿지 칼럼] 국가유산 보전 앞장서는 기업들

입력 2023-12-10 14:04
신문게재 2023-12-11 19면

20231106010001348_1
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경영학 박사

2주 전 ‘국가유산사회공헌 컨퍼런스’라는 행사에 다녀왔다. 문화재청과 문화유산국민신탁이 주관한 행사로 국가유산 보전에 후원하고 참여한 기업들의 사례를 발표하고 공유하는 자리였다. 1962년 제정된 문화재보호법이 유네스코 등 국제기준에 부합하고 변화된 문화재 정책 환경을 반영하기 위해 ‘국가유산기본법’으로 이름을 바꿔 지난 4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동안 ‘문화재’로 불리던 것들이 국가유산으로 불리며 ‘유산’으로서의 가치와 위상을 확대하게 된 것이다. 한국은 오랜 역사와 찬란한 문화를 만들어왔지만 전쟁, 식민지 등의 아픔과 급격한 산업화에 따른 개발과정을 지나며 많은 문화유산들을 잃어버렸다. 잃어버리고 묻힌 국가유산을 되찾고 보전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1887년 진행된 경복궁 진하례는 조선 역대 왕후 중 유일하게 장수한 신정왕후 조씨(1808~1890)의 팔순을 맞아 경복궁 근정전에서 국왕과 종친, 문부백관들이 왕에게 축하를 올리며 나라의 태평과 안녕을 기원하는 대규모 궁중의식이다. 중견건설사인 우미건설과 우미희망재단이 제일기획과 함께 이 의식을 디지털 증강현실과 확장현실로 재현했다. 앱을 통해 증강현실로 136년 전의 궁중으로 들어가 진하례 현장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이 디지털 자료는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인 ‘정해진찬의궤’를 참조했으며 조선시대 의례 전문가, 전통 의복 전문가, 고전학 교수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다양한 역사기록을 기반으로 고증해 탄생됐다.

신협중앙회는 34개 종목의 국가무형유산에 각각 최대 2000만원씩 총 6억5000만원을 후원했다. 국가무형유산 보유자의 전승 공간을 개선했으며 전통공연과 전시를 지원했다. 또한 2018년부터는 전주한지 창호지 6700장을 4대궁과 종묘 내 창호 보수를 지원하는 등 전주한지 보전을 위한 후원도 지속하고 있다. 패션브랜드 탑텐으로 알려진 신성통상은 해외로 유출된 우리 문화재 환수에 대한 인식확산을 위해 문화재 환수 캠페인 티셔츠를 출시했다. 더불어 한국 자연유산 명승의 가치를 증진하는 티셔츠도 제작하는 등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한국조폐공사는 조선시대 왕실과 예술·과학 분야 유물을 주제로 기획한 ‘로얄시리즈’ 기념메달을 매년 출시하는데 지난해에는 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일월오봉도’ 기념메달을 출시했다. 중국 기업 텐센트 산하 미국 소재 게임회사인 라이엇게임즈 코리아는 한국 왕실유물 복제 및 기록화 보존을 지원하고 있다. 종묘 신실에서 거행되는 주요 의식의 절차 등에 대해 풀어 쓴 글로 이뤄진 8폭 병풍인 ‘종묘친제규제도설’과 19세기 중엽 조선 헌종 재위시 한국사 주요 인물들의 인영(印影)을 모아 정리한 전통 문예서인 ‘보소당인존’ 복제를 후원했다.

LG생활건강은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 중인 영친왕비의 당의 복제를, 롯데칠성은 갓을 쓸 때 받쳐 쓰는 모자인 탕건장 및 음식을 나르는 데 쓰였던 소반장 등 국가무형유산 전승 활동을 지원했다. 경기주택공사는 국궁의 활과 화살을 만드는 궁시장, 서도소리, 평택농악 등을 후원했고 제약사인 한독은 국가무형유산 전승자들 238명의 건강검진을 지원했다. 눈부신 경제발전 속에서 문화재를 보전하는 일에 앞장서는 기업들의 조용한 후원이 더욱 값지다.

 

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경영학 박사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