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비바100] 격동의 러시아, 2024년 대한민국으로 치환되다! 사이먼 스톤과 전도연·박해수의 ‘벚꽃동산’

[Culture Board] 연극 ‘벚꽃동산’

입력 2024-05-29 18:30
신문게재 2024-05-30 11면

Untitled-1
연극 ‘벚꽃동산’ 중 류바를 한국화한 송도영을 연기할 전도연(왼쪽)과 로파힌 황두식 역의 박해수(사진제공=LG아트센터)

 

세계적인 영화감독이자 연출가, 작가, 배우이기도 한 사이먼 스톤(Simon Stone)과 ‘칸의 여왕’ 전도연, OTT 콘텐츠에서 종횡무진 활약 중인 박해수가 안톤 체호프(Anton Chekhov)의 유작 ‘벚꽃동산’(Вишнёвый сад, 6월 4~7월 7일 LG아트센터 서울 시그니처홀)으로 만난다.

사이먼 스톤은 ‘더 디그’(The Dig), 입센의 ‘야생오리’(The Wild Duck)를 기반으로 한 ‘나의 딸’(The Daughter), ‘더 터닝’(The Turning) 등의 영화감독이자 영국 내셔널시어터,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 ITA 등과 협업해 ‘메디아’(Media), ‘입센하우스’(Ibsen House), ‘예르마’(Yerma) 등을 선보인 연출가다. 

@Simon_Stone_Credit Reinhard Maximilian Werner
연극 ‘벚꽃동산’ 각색과 연출을 맡은 사이먼 스톤(사진제공=LG아트센터)

‘벚꽃동산’은 ‘갈매기’ ‘바냐 아저씨’ ‘세 자매’에 이은 안톤 체호프의 4대 희곡 중 하나이자 그의 마지막 희곡이다. 체제전복으로 급변하던 극의 배경인 1860년대, 그가 대본을 집필한 1905년 러시아의 불안한 시대상이 고스란히 담겼다.


어린시절의 추억이 남아있는 벚꽃동산까지 경매에 붙여야할 지경까지 몰락해 6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 귀족 류보비 안드리예브나 라네프스카야(류바), 지속적으로 재정위기를 타파할 방법을 제안하지만 누구도 들어주지 않아 미칠 지경에 이르는 농노의 자식이자 신흥사업가 로파힌 예르몰라이 알렉세예비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풍자극이다.


급변하는 사회상과 그에 따른 갈등, 혼란 등은 류바와 로파힌을 비롯해 라네프스카야의 딸 아냐, 수양딸 바랴, 그의 오빠 레오니드 안드레예비치 가예프, 사회주의에 심취한 만년 대학생이자 가정교사 페차 등 벚꽃동산 처리를 두고 저마다의 의견만을 주장하며기묘한 관계로 얽힌 상징적인 인물들 속에 담긴다. 

 

사이먼 스톤이 각색과 연출을 맡은 이번 ‘벚꽃동산’의 특징은 한국화다. 러시아가 아닌 2024년 한국을 배경으로 캐릭터들도 류바는 송도영(전도연), 로파힌은 황두식(박해수), 가예프는 송재영(손상규), 아냐는 강해나(이지혜), 바랴는 강현숙(최희서), 트로피모프는 변동림(남윤호) 등으로 한국화된다. 

한국화에 대해 지난달 23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사이먼 스톤은 “체호프의 작품, 특히 ‘벚꽃동산’은 무대에 올리기도, 그 의미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사회를 찾기도 굉장히 어렵다”며 “과거와 전통, 혁신, 세대 간 갈등, 멜랑콜리한 점에서 오는 희망과 절망 등 이 작품이 가진 것들은 그만큼 급변하는 사회를 바탕으로 해야 하기 때문인데 한국이 가장 적합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Untitled-3
연극 ‘벚꽃동산’ 중로파힌을 한국화한 황두식 역의 박해수(왼쪽)과 류바 송도영 역의 전도연(사진제공=LG아트센터)

  

그의 설명처럼 한국은 “외부적인 시선으로 보기에 굉장히 짧은 시간에 경제성장을 이뤘을 뿐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이며 “좀체 찾기 어려운 ‘벚꽃동산’의 배경으로 삼기에 매우 적합한 사회”다. 

 

사이먼 스톤이 “어떤 걸 하더라도 사랑스럽고 매력적으로 보여야 하는” 류바를 한국화한 송도영은 전도연이 연기한다. 그를 “한국의 메릴 스트립”이라고 극찬한 사이먼 스톤은 “류바는 ‘벚꽃동산’이 담은 당대 귀족층,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요소들을 대변하는 보통 사람들의 고민과는 조금 다른 인간적인 면모로 관객들과 커넥션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운 역할”이라고 소개했다.


벚꽃동산_듀엣_계단
연극 ‘벚꽃동산’ 중 류바를 한국화한 송도영을 연기할 전도연(왼쪽)과 로파힌 황두식 역의 박해수(사진제공=LG아트센터)

‘리타길들이기’ 이후 27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전도연은 온전히 스스로를 관객에게 드러내는 데 대한 두려움을 언급하며 “거절을 위해 사이먼 스톤 연출의 ‘메디아’를 보다가 배우로서의 피가 끓어” 출연을 결정했다.

 

사이먼 스톤이 “전세계에서 제일 좋아하는 배우”라고 꼽은 ‘오징어게임’ ‘수리남’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슬기로운 감빵생활’ ‘유령’ ‘야차’ ‘파우스트’ ‘낫심’ 등의 박해수는 변화의 주체인 황두식(로파인)으로 무대에 오른다.

 

농노의 자식으로 태어나 자신감 없고 초조해 하던 황두식은 후반부로 갈수록 강렬한 변화를 이끈다.  

 

이번 ‘벚꽃동산’은 극 중 인물로서 뿐 아니라 배우이자 인간으로서 가진 출연진들의 사적인 이야기와 특성들에서 출발했다. 

배우 각자가 털어놓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사이먼 스톤이 종합해 변화를 꿈꾸는 신흥세력은 자수성가한 사업가로, 지금을 지켜내려는 세력들은 몰락해 가는 기존 기업으로 대체되며 우리 주변의 이야기로 변주된다. 

‘벚꽃동산’ 중 로파인이 막바지에 하는 “내가 샀습니다”라는 대사에 대한 로망을 밝힌 박해수는 “지금의 우리가 겪고 느낄 수 있는 정서들은 여전히 찾는 중”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전도연은 “사회 변화, 개혁 등은 어떤 건물이 갑자기 없어지고 갑자기 새로운 게 나타는 것들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개혁이라고 생각한다”며 “정체된 인간들과 변화하는 것에 대한, 한국적인 정서로 바뀌었지만 글로벌하게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브릿지경제 핫 클릭
브릿지경제 단독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