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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자산운용·고객상담·리포트까지 '척척'… AI, 이번엔 뭘 맡겨볼까

[트렌드] AI 활용 확대하는 증권사들

입력 2024-06-19 07:00
신문게재 2024-06-19 11면

AI가 자산을 관리하는 모습
이미지는 생성형 AI ChatGPT 4.0을 통해 생성한 ‘AI가 자산을 관리하는 모습’ (이미지=ChatGPT 4.0, 편집=이원동 기자)

 

최근 몇 년간 전방위적으로 산업에 인공지능(AI) 도입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금융·증권분야 역시 예외는 아니다. 최근 AI 발전이 가속화됨에 따라 국내외 금융·증권사에서도 자산운용, 투자정보탐색 등에 인공지능 도입을 준비하거나 활용에 나서고 있다.

 

지난 5월 삼정 KPMG의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산업 임원들은 2026년까지 가장 중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술로 AI와 머신러닝(ML)을 꼽았다.

 

앞서 모건스탠리의 경우 자체적인 AI 투자 솔루션을 도입, 주식 변동성 예측과 거래 자동화 업무에 사용해 운영 상품 수익률을 16% 개선시킨 바 있다. 골드만삭스도 도드-프랭크 법(금융상품 안전성 강화법)과 같은 금융 규제를 자동 반영하는 금융 계약서 생성하는 분야에서 AI 리포팅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국내 증권사에서도 하나둘 AI 활용 영역을 늘려가고 있다.

 

 

◇ 다수 증권사,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AI 활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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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증권이 자체 개발한 국내 시황 예측 모델을 활용한 ‘하나로 연결랩’.(사진제공=하나증권)

국내 증권사가 가장 보편적으로 AI를 활용하고 있는 영역은 바로 로보어드바이저(RA)다. 로보어드바이저란 ‘로봇(Robot)’과 ‘어드바이저(Advisor)’의 합성어로 인공지능이 투자자가 맡긴 자산을 대신 운용하거나 투자자 자산운용을 자문해 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하나증권, 키움증권, NH투자증권 등 다수 증권사에서 크고 작은 분야에서 RA를 활용하고 있다.



하나증권에서는 ‘하나로 연결랩’, ‘로보랩’을 운용하고 있다. ‘하나로 연결랩’은 로봇·AI 등 성장주는 물론 자산 가치 높은 가치주에도 투자하는 상품으로, 하나증권이 자체 개발한 국내 시황 예측 모델을 활용했다. ‘로보랩’은 AI를 활용해 거시경제 변수들을 기초로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상장지수펀드(ETF)를 분산 투자한다. AI를 활용해 투자자 성향에 맞는 맞춤형 자산 배분과 시장 상황에 따른 최적화 전략을 구사하는 점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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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증권 자산배분 랩 ‘키우GO’.(사진제공=키움증권)


키움증권의 ‘키우GO’ 자산배분 랩은 금융위원회와 코스콤이 주관하는 제16차 RA 테스트베드 운용 심사에서 통과한 세 가지 알고리즘으로 구성됐다. 강화 학습 모델을 통해 시장 상황에 맞춰 투자자의 자산을 방어해줄 수 있는 ‘프로텍트 자산’과 시장 수익을 따라가며 초과 수익을 목표로 하는 ‘핵심 자산’, 시장 대비 변동성이 큰 자산에 투자해 큰 수익을 목표로 하는 ‘위성 자산’에 배분해 투자한다.

NH투자증권의 경우, AI 자동 투자 플랫폼 콴텍과 손잡고 올해 하반기 열릴 퇴직연금 RA 시장을 대비하고 있다. 지난해 7월 NH투자증권과 콴텍은 퇴직연금 비대면 RA 투자일임을 위한 협약을 맺은 바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콴텍이 가진 다양한 투자성향에 맞춘 폭 넓은 전략과 높은 수익률, 독자적인 위험관리 시스템 등을 높게 판단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 대화형 AI 챗봇부터 임직원 AI 역량까지 강화 나서

 

KB증권은 지난 3월 AI 기반 대화형 서비스 ‘Stock AI’를 출시했다. ‘Stock AI’는 지난 1월에 출시한 임직원용 서비스인 ‘Stock GPT’를 고도화 하여 고객용으로 출시한 것으로 주식시장의 실시간 투자 정보를 탐색하고 이를 자연스러운 문장 형태로 제공하는 대화(채팅)형 기술이 탑재된 서비스다.

김영일 KB증권 M-able Land Tribe장은 “지난 1년간, 생성형 AI를 증권 시장에 도입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관련 기술력을 축적해왔다”며 “Stock AI 서비스는 투자 정보 탐색 방식을 검색에서 대화 방식으로 변화시켜 투자자가 양질의 정보를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신한투자증권은 AI를 RA, 로봇프로세스 자동화(RPA) 등 업무에 활용하는 것을 넘어, 임직원의 AI 활용능력을 강화하는데도 주력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2020년부터 전 직원 대상으로 파이썬 프로그램 언어를 활용한 온라인 코딩 교육을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디지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아울러 송인규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한태경 두물머리 최고데이터책임자 등 관련 분야 전문가를 초빙해 주기적으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 ‘증권가의 꽃’ 애널리스트 업무까지 확장된 AI

 

AI가 작성한 증권 리포트
AI가 작성한 증권 리포트. (이미지=미래에셋증권 리포트 갈무리)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AI가 생성한 기업분석 리포트를 성공적으로 발간했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측은 발표된 리포트(애플, 스타벅스, 엑슨모빌 등의 분기 실적 분석)가 자체 개발한 AI에이전트를 통해 생성되었으며, 애널리스트의 감수를 거친 후 발간했다고 공개했다.

실제 해당 리포트를 확인했을 때, 크게 다른 점을 느끼기 어려웠다. 리포트 좌우측에 주가수익비율(PER)과 배당수익률·시가총액·상장주식수, 52주 최고가와 최저가·최근 주가 추이 등 기본 정보를 적어뒀고, 실적 리뷰도 수치 중심으로 전개하는 내용이었다. 나아가 ‘실적이 왜 예측치에 부합했는지’부터 ‘주가와는 어떤 관계를 보이는지’ 등 나름의 분석도 담겨 있었다.

다만 실제 애널리스트가 작성한 리포트와 약간의 차이점은 있었다. 현행 규정상 애널리스트가 아닌 인물이 기업 분석 리포트를 발간할 수 없기 때문에, 감수한 애널리스트가 ‘감수자’로 함께 이름을 올렸다. 더불어 AI 리포트는 실제 애널리스트의 리포트처럼 실적 추정이나 목표 주가를 제시하고 매매 판단을 하는 등 투자 의견을 내지 않았다.

미래에셋증권측은 시간 단축 효과를 크게 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통상 기업 실적 발표 후 애널리스트가 분석을 하고 리포트를 작성하기까지 5시간가량 소요되는데 이를 5~15분으로 줄였다는 설명이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료 수집과 도표화 등에 걸리던 시간이 사라지니 투자자들에게 더 신속하고 빠르게 정보를 줄 수 있다”며 “인력의 한계가 있다보니 애널리스트 인당 커버리지 종목이 많아봐야 20~25개에 그쳤는데 이를 확장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AI 애널리스트의 등장에 대해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현재 애널리스트가 되기 위해선 리서치센터에 신입으로 입사해 애널리스트 업무를 보조하는 RA(리서치 어시스턴트) 직무로 시작한다. 이후 일정기간이 지나거나 요건을 갖추게 되면 애널리스트로 승격하게 되는 구조다. RA 업무를 AI가 대체해나가면서 점차 문이 좁아지는 셈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AI 기술을 활용하면 편리하지만, 유휴 인력이 발생해 인원 감축이 일어날 수도 있다”며 “최근 몇 년새 증권사에서 인력을 줄이면 줄였지 늘리는 추세는 아니기에 현실적으로 인원 감축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 갈 길 먼 AI 도입, 아직 풀어야 할 숙제 남아

 

투자상품을 설명하는 AI
이미지는 생성형 AI ChatGPT 4.0을 통해 생성한 ‘투자상품을 설명하는 AI’ (이미지=ChatGPT 4.0, 편집=이원동 기자)

 

그럼에도 국내 금융·증권사들의 추가적인 AI 도입을 위해 풀어야할 숙제도 아직 남아있다.

금융전산 망분리 규제가 대표적이다. 망분리 규제란 외부의 사이버 침입으로부터 내부 전산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내부망과 외부망을 분리하는 네트워크 보안 기법을 말한다. 정부는 2013년 3월 발생한 대규모 금융전산망 마비 사태를 계기로 망분리를 의무화했다.

그간 해킹 위험으로부터 금융시스템을 보호하는 안전장치로 작용해왔지만, 제도 도입 이후 10년이 지난만큼 급변한 IT 환경 속에서는 오히려 족쇄로 작용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클라우드, 첨단 AI 도입의 필요성이 커졌지만 망분리가 발목을 잡으면서 오히려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클라우드 이용절차 및 망분리 관련 규제가 완화된 전자금융감독규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금융사들이 클라우드를 적용한 서비스를 확대했지만, 아직 부족함이 있다는 평가다.

따라서 금융위원회는 이러한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 ‘금융부문 망분리 T/F’ 회의를 개최하고, 여러 규제 완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와 인공지능을 다양한 업무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과 경직됐던 개발 환경을 유연하게 구현하는 방안, 비전자금융거래 업무를 처리하는 정보시스템에 대해서는 망분리를 일부 완화하는 방안이 검토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급변한다는 점에서 닮아 있는 AI와 금융·증권 분야, 두 분야의 결합으로 더 나은 금융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을지 앞으로 더욱 기대된다.

이원동 기자 21cu@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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