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박스피’ 지친 개미들, 짐 싸들고 美 주식 산다

입력 2024-06-17 12:56

NVIDIA-STOCK SPLIT/ <YONHAP NO-6563> (REUTERS)
엔비디아 (사진=연합뉴스)

국내 증시 약세가 장기화에 들어가자 비교적 빨리 차익 실현을 할 수 있는 미국 증시로 눈을 돌리는 머니무브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 일주일간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을 6200억원 순매도한 반면, 최근 액면분할로 몸집이 가벼워진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 한 종목만 약 4400억원 사들였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해외주식투자자들은 지난 일주일(8~14일)간 미국 주식을 약 9597억만달러(약 1333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엔비디아가 액면분할을 하면서 가격 접근성이 높아지자 집중 매수하는 움직임이다. 동기간 서학개미들은 엔비디아를 3억1541만달러(약4400억원) 사며 순매수 2위인 게임스톱(6699만달러)과 격차를 벌렸다.

서학개미들의 엔비디아 순매수 규모는 지난주만해도 1억9447만달러(약 2685억 달러) 였는데, 액면분할이 적용되면서 한 주 만에 1억달러(약 1389억원) 이상 늘어난 것이다.

엔비디아에 대해 투자자들 사이에서 ‘포모(FOMO, 소외공포)’ 증후군이 올라오면서 “엔비디아는 오늘이 제일 싸다”는 인식이 퍼지자 너도나도 투자금을 넣는 모양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들어 글로벌 증시에서 엔비디아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등 AI 관련 종목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개인들 역시 미국 증시로 대거 옮겨가는 양상을 보였다”고 짚었다.

미국 주식 보유 금액도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지난 13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유금액은 845억7718만 달러로, 올 초(673억6296만달러)보다 25.6% 늘었다.

반면 국내 주식에서는 빠르게 이탈하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지난주(10~14일) 코스피, 코스닥 양 시장에서 6200억원 가까이 순매도세를 보였다.

이중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7728억원), SK하이닉스(2855억원), 한미반도체(1968억원)을 가장 많이 내다팔았는데, 반도체 주가가 고점에 이르렀다는 판단에 차익 매물이 출회한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가는 국내 증시가 장기간 박스권에 들면서 수익 실현이 힘들어지자 현재 상승장을 보이는 미국 증시로 서학개미들이 옮겨갔다고 보고 있으나, 미국 역시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여전히 잔존하는 상황이라 자칫 투자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비친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이미 한국 반도체 부문에 대한 실적 호조 기대감은 증시에 선반영된 부분”이라고 진단하면서 “미국 증시에서 금리하락에 따른 기술주의 성장 모멘텀이 계속 부각되곤 있으나, 리스크가 아직 소멸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홍승해 기자 hae810@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