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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우리은행 횡령, 본점 책임 물을 수도”…조병규 우리은행장 “진심 죄송”

입력 2024-06-19 10:54
신문게재 2024-06-20 9면

발언하는 이복현 금감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들과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우리은행 등 은행권의 잇따른 불완전판매와 횡령 등 금융사고에 대해 “은행의 존립 기반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100억원대 횡령이 발생한 우리은행에 대해선 필요시 본점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최근 횡령사고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이복현 원장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20개 국내은행 은행장들과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은행 횡령에 대해) 상당부분 파악했다”며 “개정 지배구조법이 도입되기 전이지만 필요시 허용 범위 내에서 본점에 대한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배구조법상) 책무구조도가 면피수단으로 쓰이게 운영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지배구조법이 운영상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임원이나 최고위 책임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도록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고경영자(CEO)나 중요 의사결정권자가 (내부통제 실패를) 직접 관련된 문제로 인식하게 되기 때문에 단기 성과주의와 관련된 불완전 판매 등은 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도 “잇따른 금융사고로 인해 임직원의 도덕 불감증과 허술한 내부통제 등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지적했다.


최근 몇 년간 은행권에서 발생한 불완전판매 사례로는 파생결합펀드(DLF), 라임 사모펀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등이 지목됐다. 또한 “최근까지도 서류위조 등으로 인한 횡령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우리은행 모지점에서 발생한 100억 원대 횡령 사고를 비롯한 은행권의 허술한 내부통제 문제도 질타했다.

이 원장은 “이는 은행산업의 평판과 신뢰 저하뿐만 아니라 영업 및 운영위험 손실 증가 등 재무건전성에도 영향을 끼쳐 은행의 존립기반이 위협받을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며 “불완전판매와 금융사고로 이어지는 임직원들의 잘못된 의식과 행태(misconduct)의 근본적 변화 없이 제도 개선이나 사후 제재 강화만으로는 이를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준법 및 윤리의식이 조직 내 모든 임직원들의 영업행위 및 내부통제 활동에 깊이 스며들 수 있도록 ‘조직문화’ 차원에서 과감한 변화를 기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최고경영자(CEO)는 임직원 누구라도 불완전판매나 금융사고 개연성을 감지할 경우 이를 ‘스스럼없이 문제 제기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업목표 달성을 위해 단기실적만 좋으면 내부통제나 리스크관리는 소홀히 하더라도 우대받는 성과보상 체계도 일련의 불완전판매 사태 배경으로 지목됐다.

이 원장은 “ELS 사태의 원인도 따지고 보면 은행의 단기 실적위주 문화가 한 몫을 했다”며 “이번 사태가 은행이 영업실적 보다 고객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성과보상체계를 정립하는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아울러 “현재 진행 중인 피해고객에 대한 자율배상도 장기적인 신뢰 회복의 관점에서 원활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며 “금융감독당국은 향후 은행 임직원의 위법·부당행위로 인해 대규모 불완전판매나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엄정 조치하는 외에 새로운 감독 수단을 마련해 보다 근본적으로 은행의 조직문화가 바뀔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간담회 앞서 발언하는 조병규 우리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이복현 금감원장과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하기 전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이날 은행장 간담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발생한 100억 원대 횡령 사고에 대해 사과했다.

조 행장은 “고객들과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강화된 내부통제 시스템으로 사고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철저히 사고를 파악하고 부족한 부분을 개선해 재발을 방지하겠다”며 “모든 임직원에게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교육을 진행해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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