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사설] 노동조합법 개정안 입법 중단하고 경제 챙기길

입력 2024-07-03 13:27
신문게재 2024-07-04 19면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폐기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22대 국회 ‘뜨거운 감자’로 재등장했다. 국회 공청회와 입법청문회는 한 치도 변하지 않은 각 주체들의 입장차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미 경험했고 예견은 됐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여야 간 날선 공방만 오갔다. 노사 간 힘의 균형 맞추기보다는 갈등 요소 키우기가 되다 보니 빚어진 일이다. 노란 봉투법으로 불리는 법안의 근본적인 한계다.

사용자 개념 확대나 파업 때의 손해배상 또는 개별적 손해배상 청구 등 평행선을 긋는 핵심 쟁점이 있는 한 같은 과정은 재연될 것이다. 파업 참여와 손해배상의 제한을 폭넓게 인정하더라도 기업으로서 수용 가능한 범위여야 한다. 근로 조건의 결정이든 근로조건 자체에 관한 것이든 노동 현장의 혼란을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와서는 안 된다. 경제 6단체는 개정 반대 공동성명에서 “노사관계 파탄을 넘어 국가경제를 위태롭게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를 챙기는 법이 아니라는 우려의 목소리다.

입법 중단 근거로 내놓은 근로자·사용자·노동조합 범위의 무분별한 확대는 무리가 있다. 근로자 아닌데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가입하면 근로자로 추정한다면 상시적인 노사 분규의 불씨가 그 안에 있다. 노동관계 상대방의 지위로 사용자 범위를 넓힌 것도 문제다. 노동할 권리를 개선한다면서 노사관계 근간인 법률체계를 흔들면 안 된다. 불법 쟁의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사실상 봉쇄되면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결과를 낳기 마련이다.

이것은 손배소가 노조탄압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보완해 나가는 것과 별개 사안이다. 경제 챙기기와 거리가 먼 편파적인 법은 만들지 않아야 한다. 우리나라가 국제노동기구(ILO) 의장국이 됐다는 것이 노동조합법 개정안에 찬성할 이유는 아니다. 강성노조의 폭력과 사업장 점거가 노동자의 폭넓은 권리일 수도 없다. 노동관계의 공정한 조정, 산업평화 유지와 국민경제 발전도 노동조합법 제1조에서 명시한 법의 목적 아니던가.

더욱이 수위가 더 높아진 22대 발의안이다. 21대에서 거론되다 빠진 손해배상 청구 제한 부분까지 강화돼 있다.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교섭·쟁의행위로 손해를 입어도 손해배상을 못 청구한다면 헌법상 재산권 침해로 회귀될 여지가 있다. 노조법 개정안은 기업 현장에 간절한 정책 입법과 비교할 때는 긴급성과 불가피성이 결여된 법이다. 거대 야당은 단독 처리하고 대통령이 비토하며 권력 투쟁의 재료로 소진하려는가. 그런 무의미하고 소모적인 과정의 반복에 제동을 거는 게 맞다.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