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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붙는 '보험료 카드납' 논쟁…생보사 vs 카드사 팽팽한 줄다리기

입력 2024-07-08 13:38
신문게재 2024-07-0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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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회사원 A씨(39)는 최근 한 생명보험사에 보험료 카드납부를 요구했으나, 카드 납부가 안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A씨는 항의했으나 보험사로부터 카드 납부 거부 이유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



보험료 카드납부 논쟁은 10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해묵은 이슈다. 보험사는 카드 수수료 부담을 이유로, 카드사는 형평성을 이유로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최근 22대 국회에서 보험료 카드 납부를 의무화하는 움직임이 다시 가시화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8일 보험·금융업계에 따르면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험료 납부 시 신용·직불·선불카드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달 말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을 발의한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 외 12인은 “보험회사들의 신용카드 납부 제한은 소비자의 권익을 제한하고 신용카드 이용자를 차별하는 행위”라며 보험가입자가 카드를 선택해 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카드납부 결제 이용자를 불리하게 대우할 경우 처벌규정을 신설하자는 내용을 포함했다.

이 법안은 19대 국회부터 발의됐지만 매번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이러한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불편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대형 생명보험사인 교보생명과 한화생명 등은 카드결제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카드를 이용한 보험료 납부만 가능토록 하고 있으며, 다수의 생보사들의 카드납부 현황도 저조한 상황이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생보사들의 카드납 지수는 3.8%에 머물렀다. 작년 4분기(4.1%)보다도 0.3%p 하락한 수치다. 카드납 지수는 보험 계약자가 보험료를 신용카드로 내는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다.

생명보험업계가 보험료 카드납부에 소극적인 이유는 ‘수수료 부담’이다. 생보사는 암보험 등 장기납입 상품이 많아 카드결제로 보험료를 장기간 납부하게 되면 수수료 부담이 커진다. 이는 궁극적으로 보험사의 사업비 인상과 함께 고객의 보험료 인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보험사들이 적용받는 카드 수수료율은 대형 가맹점 수준인 1.8~2.2%다. 생보업계는 보험료 카드 결제 시 수수료를 축소하는 등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카드사에서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상) 가맹점 수수료율은 연매출에 따라 상이하게 적용되고 있는데, 보험사만 예외를 두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고객의 지불 결제 편의를 위해 보험료 카드납부는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보사들이 수수료 부담 외에도 카드 결제를 기피하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한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예를 들어 고객이 종신보험을 가입해 매달 카드 대금을 납부하는데, 경제적 변수로 인해 카드값이 계속 연체되면 고객과의 계약을 해지하는 주체가 누가 될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가령 고객이 카드값을 3회 연체하면 보험 계약을 자동 해지하는 등 회사의 책임 소지가 없도록 법 정비를 추진해야 하는데, 현실적인 대안 없이 일방적으로 카드 결제 의무화를 밀어붙이고 있는 게 가장 문제”라고 꼬집었다.

도수화 기자 do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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