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김난도 교수팀은 매년 가을 무렵에 이듬해의 소비 트렌드를 전망하는 <트렌트 코리아> 시리즈를 낸다. 최근 발간한 <트렌드 코리아 2025>에서 제시된 내년도 10대 소비 트렌드 가운데 하나가 ‘아보하’다. ‘아주 보통의 하루’의 줄임말이다. 행복해야 한다는 믿음에서 한 발 물러서서 너무 행복하지도 너무 불행하지도 않는 일상, 그저 무난하고 무탈하고 안온한 삶에 가치를 두는 태도를 말한다. 무언가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뭔가 특별한 행복이 찾아오지 않았더라도 아주 보통의 오늘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팀은 ‘아보하’를 행복의 과시로 변질된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에 대한 피로감에서 나타난 반발로 해석한다. 작더라도 확실하게 행복을 추구하고, 그것을 과시해야 한다는 강박이 오히려 행복을 해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보하’는 결국 하루 하루를 열심히 충실하게 사는 삶의 태도를 뜻한다. 현대인들은 불행한 것은 원치 않지만 너무 행복한 것도 바라지 않는다. 이 험한 세상에 하루하루 무사히 넘어가는 것 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대한민국 행복담론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