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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키우기보다는 기존 파이 나누기에 불과"…홈쇼핑업계, 중기전용 T커머스 실효성에 '물음표'

송출수수료 협상 경쟁자 증가로 수익성 악화 우려
중소기업 매출 증대 및 신규 업체 입점 효과 '미미'할 것으로 분석

입력 2024-07-10 06:00
신문게재 2024-07-1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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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중소상공인 전용 T 커머스 신설을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홈쇼핑업계는 실효성보다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미 성장이 꺾이며 정체하고 있는 홈쇼핑업계에 경쟁만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새로운 T커머스 출범 시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역시나 수익성에 대한 부분이다. 채널 확보를 위한 경쟁으로 수직상승 중인 TV 송출수수료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TV 송출수수료는 매년 증가해 홈쇼핑업계 수익성에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한국TV홈쇼핑협회가 발간한 ‘2023년 홈쇼핑 산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요 TV홈쇼핑 7개 법인(GS샵·CJ온스타일·현대홈쇼핑·롯데홈쇼핑·NS홈쇼핑·홈앤쇼핑·공영쇼핑)의 지난해 총 송출수수료는 1조9357억원으로 집계됐다. 2014년 송출수수료가 1조372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0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T커머스업체도 사정은 비슷하다. 5개 T커머스 사업자들의 매출에서 송출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48.5%에서 2022년 62.1%로 늘어났다.

익명을 요구한 홈쇼핑업계 한 관계자는 “신규 플레이어가 등장하면 협상 경쟁사가 하나 더 생겨 수수료 증가라는 리스크가 동반될 수 있다”며 “한국TV홈쇼핑협회가 낸 자료에 보면 7개 법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021년과 비교해 반토막이 났는데, 송출수수료가 더 오른다면 수익성은 더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홈쇼핑 업계는 중소상공인전용 T커머스 신설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현재 국내 홈쇼핑업계는 TV홈쇼핑 7곳, T커머스 10곳으로 총17곳으로 포화상태에 이른 데다, TV 시청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제한된 시장의 파이를 나눠먹는 수준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또 다른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신규 채널에 중소기업 제품이 입점돼 판매가 되더라도, 중소기업의 실질적 매출이 늘어나기 보다는 방송 횟수의 기회가 많아지는 효과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홈쇼핑 시장 타깃 고객층이 50~70대 여성으로 제한적이라, 파이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채널의 파이가 빠지고, 그 부분이 신규 채널로 이동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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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설된 T커머스에 입점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방송 규모에 맞는 물량을 준비할 여력을 갖춘 중소기업이 많지 않고, 특정요일과 시간, 날씨 등 셀 수 없는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 홈쇼핑 방송 특성상 재고관리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이미 방송을 통해 품질이 검증된 입점 중소기업사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갈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한국데이터홈쇼핑협회 관계자는 “홈쇼핑은 중개판매가 아닌 위탁판매자로서 충분히 검증한 상품만 취급하기 때문에 홈쇼핑에 한 번도 납품한 적 없는 중소기업의 진출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며 “기존 홈쇼핑사에 입점된 협력업체들이 중복 입점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에 홈쇼핑업계는 신규 채널을 늘리기 보다는 기존 업체들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운영 중인 17개의 채널 모두 중소기업 상품에 대한 방송 편성 비중이 높고, 이미 중기전용으로 공영홈쇼핑과 홈앤쇼핑도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추가적 신설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GS샵과 CJ온스타일의 중소기업 제품 편성 비중은 55%, 현대홈쇼핑은 60% 수준이며 롯데홈쇼핑은 70% 이상을 중소기업 제품으로 편성하고 있다. 여기에 각사별로 판매수수료를 대폭 낮춘 상생프로그램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한국데이터홈쇼핑협회 관계자는 “SO 사업자가 지역 커머스 방송을 서비스하는 등 유사 홈쇼핑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고 대체제로 라이브커머스도 많은 상태”라며 “잘되는 사업이면 파이를 나누며 경쟁을 촉진하겠지만, 오히려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감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부담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유통을 겸하고 있는 대기업 사업자들도 버티기 힘든 상황에서 신규 채널이 겪을 어려움은 뻔한 것 아니겠냐”며 “그렇게 되면 신규 채널에 입점한 납품 협력사들 역시 어려움에 빠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송수연 기자 ssy1216@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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