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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상반기 '자사주 매입·소각' 급증...밸류업 효과

입력 2024-07-21 10:58
신문게재 2024-07-21 3면

늘어난 자사주 소각
이미지는 생성형 AI ChatGPT 4o을 통해 생성한 ‘늘어난 자사주 소각’ (이미지=ChatGPT 4o, 편집=이원동 기자)

 

올 들어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주주환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자사주 매입과 소각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상장기업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2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8000억원) 대비 25.1% 증가했다. 자사주 소각규모는 지난해 상반기 2조400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7조원으로 190.5% 늘었다.

증권가에서는 자사주 소각 규모가 크게 늘어난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이 지난 15일까지 약 6개월 간 자사주 소각(예정 포함) 규모를 분석한 결과, 93개 기업이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공시했고 그 규모는 약 7조8000억원에 달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한 해 96개 기업이 자사주 소각을 공시하고 규모가 약 5조200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올 상반기 자사주 소각 결정이 크게 늘어난 셈”이라며 “반기를 조금 넘은 시점에서 관련 공시를 낸 기업 수는 지난해 전체와 비슷하고, 금액 규모는 약 50%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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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장사들의 자사주 소각 공시가 늘어난 것은 정책 방향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주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은 주주환원을 장려하고 이를 바탕으로 상장사들에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3분기 밸류업 지수 발표, 연내 밸류업 지수 기반 상장지수펀드(ETF) 등 상품 개발로 주주환원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자사주 소각은 기업들의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올해 자사주 소각 규모 상위 10개 기업 주가는 연초(1월 2일) 대비 평균 29.63% 상승했다. 특히 자사주 소각이 가장 많은 기아는 지난달 19일 장중 13만5000원을 기록하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19일 기준 연초와 비교했을 때도 19.16% 올랐다.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주로 꼽히는 신한지주(2위), KB금융지주(3위), 하나금융지주(5위), 우리금융지주(10위) 등 4대 금융지주 모두 자사주 소각 상위 10대 기업에 포함됐다. 메리츠금융지주 역시 자사주 소각 규모 4위로, 최상위권에 속했다. 이외 셀트리온, 크래프톤, 현대모비스, 고려아연 등이 자사주 소각을 많이 했다.

정부는 기업의 자사주 매입이 대주주의 지배력 확대에 활용되는 것이 아닌 주주가치 제고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1월 주권상장법인 자기주식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4일에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고, 이달 16일까지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았다.

개정안의 핵심은 자사주가 대주주 지배력 확대에 활용되는 ‘자사주 마법’을 막는 데 있다. 현재 자사주에 대해서는 의결권·배당권·신주인수권 등 대부분의 주주 권한이 정지된다. 그러나 인적분할의 경우, 법령·판례가 명확하지 않아 자사주에 신주가 배정돼 왔다. 이번 개정안은 인적분할에 대한 신주 배정을 제한하고자 한다.

다만 시장에서는 자사주 소각과 관련, 주주환원과 밸류업 정책을 동일시하는 인식에 대해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정연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산업분석팀장은 “밸류업은 무조건 주주환원을 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기업가치 정상화가 논의의 출발점”이라며 “기업가치 제고에는 배당, 자사주 소각 등 주주 환원 확대를 통한 방법 뿐만 아니라 주가 상승을 통해 기업과 주주가치를 확대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원동 기자 21cu@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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