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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반도체, 세제혜택만으론 부족…미·일처럼 적극 지원해야"

입력 2024-07-21 15:54
신문게재 2024-07-21 18면

003_240717 제47회 대한상의 제주포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제47회 대한상의 제주포럼 개회사를 하는 모습.(사진제공= 대한상의)

 

“세제 혜택 형태만으로는 지금 상황이 잘 감당이 안 되는 문제가 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SK그룹 회장)은 최근 첨단 반도체 팹(생산공장)을 짓는 데 20조원 가량이 든다며 반도체 사업에 대한 심경을 이같이 토로했다. 또한 반도체 설비투자와 관련해 “아무리 돈을 벌어도 번 돈보다 더 투자해야 한다”면서 미국, 일본처럼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최근 제주도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 등 세계 각 국이 막대한 보조금을 쏟아 부으며 자국에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거나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세제 지원을 위주로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최 회장은 “시장에서 계속 (반도체 성능) 업그레이드를 요구하니 설비투자를 해서 공장을 늘려서 지어야 한다”며 “최근 팹 하나를 지을 때 투입되는 비용이 저희가 대충 계산하는 게 20조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고대역폭 메모리(HBM) 경우는 쌓아 올리는 구조를 만들어내야 하니까 (비용이) 더 많이 든다”며 “이러다 보니까 세제 혜택 형태만으로는 잘 감당이 안 되는 문제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팹에 20조원을 투자하면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반도체산업이 상당히 커서 서플라이체인(공급망) 안에서 일어나는 경제 임팩트가 엄청나게 크다”며 “최근 인공지능(AI) 때문에 메모리 증가가 더 필요한 상태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아무리 돈을 벌어도 번 돈보다 더 투자해야 하는 게 문제”라며 “그래서 정부에서도 뭔가를 해 주셔야 하는데, ‘알아서 혼자 하라’라고 하는 게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들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HBM이 잘 팔려서 좋고 행복한 고민일 수 있겠지만, 솔직히 투자가 너무 과격하고 많이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다가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이 일어나면 배터리와 똑같은 상황이 여기서 안 일어나리라는 법이 없기에 이런 것을 잘 넘어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주요국의 반도체 설비투자 지원을 거론하며 “이렇게 해줘야 자기네 나라에 와서 팹을 짓거나 생산하니까 미국도 하는 것이고, 일본에서도 상당히 많은 팹이 건설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이걸 따라갈 수밖에 없지 않으냐라는 게 지금 생각”이라고 밝혔다.

재계가 최근 국회에 의견을 많이 내고 있는 상속세 개편과 관련해서는 기업별 상황에 맞춘 ‘디테일’(섬세한)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최 회장은 “조금 더 디테일이 필요하고, 그 디테일은 어떤 기업이 어떤 프로그램을 갖고 ‘이렇게 하겠습니다’라고 하면 그걸 받아주는 것”이라며, “지금 우리나라 법은 그게 없다. 그냥 모든 사람은 다 동일하다고 생각해서 ‘당신이 받는 상속 금액의 몇 퍼센트를 당장 내세요’, 혹은 ‘5년간 잘라서 낼 수 있도록 합시다’ 정도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민을 좀 더 해서 가능한 한 기업을 좋게 잘 만들고 경제가 성장하는 방향으로 상속세가 진화할 필요성이 있다”며 “디테일의 연구가 더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박철중 기자 cjpark@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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