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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라면 대신 핫도그'…난기류 기승에 항공업계, 안전 대책 강화 '총력'

입력 2024-08-05 06:16
신문게재 2024-08-0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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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이 기내 안전을 위해 도입한 ‘화상 주의’ 스티커. 승무원들은 컵라면 제공 시 이 스티커를 부착하고 승객들에게 주의를 당부한다. (사진제공=이스타항공)

 

“기내에서 주문한 컵라면을 받아 들자마자 갑작스럽게 강한 흔들림이 왔다. 순간 뜨거운 국물이 손등을 스치며 라면 국물이 쏟아질 뻔했다. 다행히 큰 사고는 면했지만, 화상을 입었다면 어쩔 뻔 했나 싶어 식은땀이 흘렀다.”



요즘 기내에서 라면이나 식후 커피·티를 주문해본 승객이라면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경험이다. 특히 갑자기 흔들리는 기내, 좁은 좌석에서 뜨거운 음료나 음식을 다루는 일은 곡예를 하는 것 같은 긴장감을 주기도 한다. 지구 온난화는 폭염과 폭우에 그치지 않고 예고 없이 대기층을 흔들어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영국 레딩대학교 연구팀이 최근 1979년부터 2020년까지 40년간 대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난기류가 50%나 급증했다.

최근에는 난기류 발생 빈도가 더 늘었다. 올해 1분기 난기류 발생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79.8%나 급증했을 정도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만 국적사가 전 세계에서 만난 난기류는 총 624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473건에 비해 크게 늘었다. 특히 적도 지역을 통과하는 인천-호주 및 뉴질랜드 노선과 인천-자카르타, 발리 등 동남아 노선에서 난기류가 자주 발생했다. 홍콩이나 도쿄 노선은 공기 흐름이 활발한 7~8월에 난기류가 더 자주 발생했다.

지구 온난화 덕(?)에 항공사로써는 과거에 하지 않아도 될 걱정거리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최근 국내 항공사들이 승객들 안전을 위해 새로운 기내 서비스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난기류로 인한 승객 안전사고를 예방용 조치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항공사별로는 대한항공이 오는 15일부터 기내 컵라면 제공 서비스를 중단하는 대신, 한국 출발편에는 핫도그 또는 피자, 해외 출발편에는 핫포켓을 제공키로 했다. 뜨거운 국물(액체)을 빵(고체)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일반석에서 커피와 차는 제공하지만, 컵라면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는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컵라면을 제공하되, 지퍼백과 작은 트레이로 국물 넘침을 막는다. 이스타항공은 컵라면 제공 시 뜨거우니 조심하라는 멘트와 함께 ‘화상 주의’ 스티커를 부착해 제공한다.

착륙 직전 안전도 더욱 강화된다. 대한항공은 서비스 종료 시점을 최대 20분, 진에어는 비행 시간에 따라 10분 정도 앞당겨 마무리한다. 아시아나항공은 비행기가 하강하기 시작하면 바로 서비스를 중단하고 안전점검에 들어간다. 이 같은 조치들은 난기류 대응을 위해 승객들에게 착륙 전 충분히 안전벨트 착용 및 자리 정리 시간을 갖기 위한 차원이다.

난기류에 대비, 항공사들은 승무원들의 안전 교육에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객실승무원들의 안전역량 확보를 위한 훈련과 품질심사 강화와 난기류 대응지침 시나리오 훈련 교보재 제작 등 실질적인 대비책 마련에 부산하다. 아울러 항공사들은 승객들에게도 안전벨트 착용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기내 이동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안전 캠페인을 강화하고 있다.

정은지 기자 blu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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